프랑스의 가브리엘 아탈 교육·청소년 담당 국무장관은 만 31세다.
현재의 헌법이 시행된 1958년 이후 최연소 장관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6년 중도 우파를 지향하는 신생 정당 '앙마르슈'를 창당할 때
사회당 당원이던 아탈을 끌어당겼다.
2017년 아탈이 하원 의원에 당선되자, 마크롱은 그에게 앙마르슈 대변인을 맡긴 데 이어 장관으로 발탁했다. '청년 좌파'였던 아탈은 우파 정치인으로서 경력을 쌓고 있다.
앙마르슈라는 실험적인 정당이 성공한 원동력은 신선함이다.
마크롱은 나이, 성별, 이념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인재를 불러 모았다.
특히 개혁 의지가 있는 중도 좌파 출신 젊은이들을 주변에 뒀다.
한국계인 세드리크 오(38) 디지털부 장관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세드리크를 만났을 때 그가
"마크롱식 실용주의를 추구하지만 원래 뿌리였던 좌파의 온정주의를 잃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앙마르슈가 2017년 총선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며 대승하고 보니 당선자 평균 나이가 45세였다.
우파이면서도 젊은 원내 1당이 탄생한 것이다.
마크롱이 좌파와 젊은 피만 수혈한 건 아니다.
우파 성향이 강한 공화당 출신이자 일곱 살 연상인 에두아르 필리프를 총리로 발탁했다.
백전노장들도 끌어당겼다. 장이브 르드리앙 외무장관은 73세로 마크롱보다 서른 살 연상이다.
여성인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은 65세다.
원래 어떤 편이었는지에 대해 마크롱은 까다롭지 않았다.
중도 우파 개혁 노선을 지향하되 성별, 연령을 망라해 쏠림 없는 연합군을 만들었다.
한국의 총선 역사상 기록적인 패배를 겪은 보수 야당은
친분 없던 이들까지 껴안은 마크롱식 포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지켜보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로또'는 이번 총선에서 효력이 사멸된 게 아니다.
필리프 총리는 올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이 ㅡ8%가 될 것이라고 했다.
봉쇄령으로 손발이 묶인 유럽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가 ㅡ5%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후(戰後) 최악의 성적표가 불가피하다.
반면 한국은 탄탄한 의료 체계, 의료진 헌신, 전 국민 마스크 착용 덕분에 전면적인 봉쇄는 없었다.
IMF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ㅡ1.2%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게 전망한 사실을
야당은 직시해야 한다.
국내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문재인 정부가 '선진국 대비 상대적인 우위'라는 방패를 꺼내 들면
공격이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대외 상황을 고려하면
보수 야당에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늘 그랬던 식으로 정권의 실점만 기대하다가는
여권과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야당 스스로 점수를 얻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
득점을 위해서는 마크롱이 앙마르슈를 만들 때처럼 과감하게 경계를 허물고
테두리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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