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25 03:12
마음껏 탐한 후 그녀를 끌어안고 비로소 인간다운 애정이 담긴 신음을 토할 때
(그녀의 잿빛 눈동자는 더욱 더 공허해져서) 내 사랑은 치욕과 절망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운 참회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모순된 욕망이 끔찍하게도 다시 솟구쳐 올랐다.
그러면 "아 제발, 싫어요!" 롤리타는 애원하며 하늘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ㅡ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중에서.
성범죄 영상물을 배포한 20대 남성이 체포되었다.
ㅡ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중에서.
성범죄 영상물을 배포한 20대 남성이 체포되었다.
끔찍한 성적 학대 영상들을 수년간 제작하고 유포해서 돈을 벌었단다.
폭력과 강간 정도가 너무 지독해서 기사를 읽는데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76명, 그중 미성년자가 16명이나 된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가족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죽이겠다고 협박했단다.
열두 살 의붓딸에 대한 성적 욕망을 그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외로운 중년 남성의 불꽃 같은 사랑이라고 해석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의 행위는 명백한 범죄다.
1955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재판을 앞둔 험버트가 소아성애자인 자신을 뻔뻔하게 변호하기 위해 쓴 글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불쾌, 끔찍, 비열, 타락, 잔인, 악마적 교활'이란 표현을 담은 서문만 보더라도
작가가 소아성애를 미화하거나 권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어린 소녀가 관계를 힘들어하는 묘사도 자주 보인다.
험버트는 자신이 판사라면 35년형을 선고할 거라며 강간죄를 인정한다.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인 이상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다.
약한 생명을 학대하고 그 고통을 보며 즐거워하는 괴물이 되는 일.
그런데 십 수만원에서 백만원이 넘는 회비를 내는 유료 회원도 3만명 이상이고
실제 이용자는 몇 배 더 많았다니 경악스럽다.
성폭력은 개인의 영혼과 미래를 파괴하는 추악한 범죄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는 가장 악랄한 폭력이다.
인간이길 포기한 가해자의 인권은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일벌백계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