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0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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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와 나는 우리가 비행기에서 만난 것을 아프로디테(사랑의 여신)의 계획으로 신화화했다.
사랑 이야기라는 원형적 서사의 제1막 제1장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하늘의 거대한 정신이 우리 궤도를 미묘하게 조정하여
어느 날 파리발 런던행 비행기에서 우리를 만나게 해준 것 같았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중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연인은 행복하게 잘산다'는 속설이 있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중에서
'여행지에서 만난 연인은 행복하게 잘산다'는 속설이 있다.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여행 취미가 같고 드넓은 세상을 가슴에 품었으니
서로를 통 크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국에서 나눈 아름다운 추억도 일상의 권태를 틈틈이 씻어주지 않을까.
스위스 태생 작가 알랭 드 보통이 1993년에 발표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스위스 태생 작가 알랭 드 보통이 1993년에 발표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심리학과 철학을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사랑에 관한 보고서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을 계기로 클로이와 연인이 되었지만 끝내 헤어진 주인공이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얻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행지의 만남이든 공항의 이별이든,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한동안 허락되지 않을 경험이다.
세계 91개 국가·지역이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것을 모른다 해도,
해외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는 기업인들의 발이 묶이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해도,
죽음의 공포마저 무시하더라도
이 땅의 청춘들은 배낭여행도, 어학연수도, 비행기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하는 설렘도 기대할 수 없는
가여운 세대가 되었다.
세계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고 한국인이라며 우쭐거릴 수도 있던 시절은 끝났다.
세계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고 한국인이라며 우쭐거릴 수도 있던 시절은 끝났다.
강제
회항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름다운 섬의 허니문을 꿈꾸었던 신혼부부들에겐 도마뱀과 쥐와 모기와 함께했던 격리 기간만
악몽처럼 남겨졌다.
우한 폐렴 사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한 폐렴 사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만 유독 좁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렸을까.
왜 세계에서 소외되고 있는지,
그동안 우리가 누려온 것들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무엇을 빼앗겼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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