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우한폐렴]小國 모리셔스가 한 일

colorprom 2020. 2. 26. 16:42


[기자의 시각] 小國 모리셔스가 한 일


조선일보
                         
             
입력 2020.02.26 03:14

이옥진 국제부 기자
이옥진 국제부 기자


라면, 모기약, 마스크.

23일(현지 시각)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입국을 보류당하고 격리 조치된 한국인 신혼부부들
우리 측 현지 영사 협력관을 통해 받은 물품 전부다.
신혼의 단꿈을 안고 휴양지를 찾은 이 34명에겐 지난 두 밤이 '악몽'이었다.
이들이 격리된 임시 보호소에서는 쥐와 벌레가 들끓었고,
수건조차 없어 모리셔스 정부 측에서 부부 한 쌍당 1장만 줬다.
계획대로라면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을 이들은 사흘 내내 보호소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하염없이 우리 외교부의 연락을 기다려야 했다.

모리셔스 정부는 23일 오후 이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들의 여권을 뺏고 격리 조치했다.
우한 코로나가 확산한 한국에서 왔단 이유에서였다.
이튿날 관계장관 비상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공식적으로 지난 14일 이내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여행객을 입국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중국에 대해 내린 조치와 같다.

모리셔스 교민인 현지 영사 협력관은 24일 신혼부부들에게 격리 이유를 설명하며
"이틀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한 한국 상황이 급격히 언론에 나오니까,
이 나라 정부가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는 보건부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이 얘기해도 안 된다.
왜냐하면 이 나라는 자국민들의 건강, 안전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리셔스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50분의 1가량이고, 인구는 40분의 1 수준이다.
2019년 기준 모리셔스의 국내총생산(GDP)은 142억달러(세계 126위)로,
GDP 세계 12위(1조6300억달러)인 우리나라에 견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자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대국(大國)이라고 느껴졌다.
사실 모리셔스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는 어느 나라보다 먼저
한국을 포함해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태국·미국 등을 방문한 경우
코로나 미발생국에서 14일 체류하고 미감염 의료 확인서를 제출해야 자국에 들어올 수 있게 조치했다.

신혼부부들의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들의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은 폐부를 찔렀다.
'우리나라 사람은 저런 취급 받는데'란 짧은 이 댓글은 5000건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임시 보호소에서 두 밤을 보낸 김모씨가 본 신혼여행에 걸맞은 풍경은
보호소 철조망 밖으로 살짝 본 바다가 전부였다.
김씨는 "많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론 모리셔스 정부의 조치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작은 나라가 당연하게 하는 일을 우리나라는 못 한다는 게 지금 국민들이 가슴을 치는 이유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5/20200225042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