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환호하고 진중권 활약에 박수만 쳐선
정권에 실망한 국민 지지 못 얻어… 우파는 자기 개혁과 청사진을
임미리 고려대 교수가 한 신문에 기고한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가 열거한 '민주당만 빼고'의 사유들에 동의할 수 없었다.
임 교수는 그 글에서 촛불 민심을 거론했고, 민주당이 이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저버린 게 어디 촛불 민심뿐인가.
촛불을 들지 않았던 수많은 국민도 지난 2년여 정부·여당의 무능과 독선, 편 가르기에 좌절하고 실망했다.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면서 어떻게 촛불 정권을 자임하느냐는 질책도 거슬렸다.
촛불 정권 아니라 그 어느 정권도 정파적 이익만 앞세웠다간 준엄한 심판을 각오해야 한다.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인용하며 이 정부의 촛불 민심 배반을 지적한 것도
촛불만이 국민의 유일한 목소리인 양 주장하는 것 같아 찬동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미래통합당이 된 옛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가 그의 칼럼에 반색하고 나섰다.
'민주당만 빼고'가 그리도 반가웠나.
아무리 그래도 촛불주권론을 펴는 칼럼을 "읽어보라"며 제1 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걸 보고
당혹스러웠다.
'임 교수의 칼럼 한 점 한 획에 모두 동의'라고 쓴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글에도
우파 지지자들이 몰려가 '좋아요'를 눌렀다.
제1 야당과 그 지지자들 목적이 단지 권력 되찾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정권의 일탈과 폭주에 신물 난 국민은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날, 그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 심판한 뒤엔 뭐 할 건데?' 이게 보수 야당을 향한 국민의 요구다.
임 교수를 비롯해 좌파 진영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이들의 진의는
'민주당만 빼고'가 아니라 '이러면 야당에 정권 빼앗긴다'는 경고다.
좌파의 썩은 살을 도려내고 뿌리는 소금이 그들이 맡은 역할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김의겸·정봉주의 출마에 반대하고,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영입 쇼와 조국 교수 부부의 특권적 행태를 질타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는 "민주당 찍지 말자"면서도 "떨어져 나간 표가 절대 한국당으로 가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게 '민주당만 빼고'의 실체다.
"조국이 사회주의를 모독했다"는 진 전 교수의 발언은
좌파의 소금을 우파의 꿀인 줄 알고 빠는 이들을 착각에서 깨어나게 했다는 점에서 고맙다.
'민주당만 빼고' 이후 들어설 정권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면 당신은 동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는 임종석씨의 출마에 반대하며 통일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이 정권의 문제 많은 대북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에게 통일 운동을 맡기는 것에도 동의하는가.
동의한다면 좌파의 소금들 뒤에 숨어 계속 박수 쳐도 된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박수를 멈추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국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보수주의의 창시자인 18세기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급진적 변혁보다 '질서 속에서 누리는 자유'를 보수의 이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 기득권 옹호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했고 이런 신념을 말이 아닌 몸으로 실천했다.
그는 공직의 높은 자리를 명예롭게 여겼을 뿐, 치부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30년을 공직에 머물고도 죽을 땐 빚을 남겼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 애지중지 길러진 덕에 의회에 입성한 사람이 아니다. (…)
평생 한 단계씩 전진할 때마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했다."
이게 내로남불 좌파 윤리에 넌더리 난 국민에게 보수가 보여줘야 할 행동 윤리다.
그럴 각오가 서 있는가. 자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