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3]볼리비아

colorprom 2020. 2. 17. 15:37




    요직마다 지지층 앉히고… 票안되는 백인·중산층은 적 취급


    조선일보
                                  
               
    입력 2020.02.17 03:17 | 수정 2020.02.17 03:23

    [조선일보 100년 기획]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3] 볼리비아 최형석 기자 르포

    모랄레스 재임중 최저임금 5배로… 은퇴연금도 고용주 부담만 늘려
    "원주민에 축구장 2000개 선물"

    지지층 아직도 "모랄레스는 태양"

    라파스(볼리비아)=최형석 기자
    라파스(볼리비아)=최형석 기자

    볼리비아 수도 인근 도시인 엘알토원주민 판자촌 한가운데 푸른 색의 인조 잔디 축구장이 세워져 있었다. 허물어져 가는 판자촌에서 나온 주민은 "민생은 파탄 수준인데 축구장이 무슨 소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8년 8월 이 축구장 개장식에 에보 모랄레스 당시 대통령이 참관했다.
    좌파 정당 '사회주의운동(MAS)' 소속 모랄레스는 대통령 4연임을 노리고,
    2018년 초 정부 돈 3억달러(약 3500억원)를 투입해 전국에 인조 잔디 구장 2000곳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총생산(GDP)의 1%에 가까운 큰 금액이었다.
    축구장은 주로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건설됐다.
    그는 "원주민들이 원하는 게 축구"라는 이유를 들었다.
     5년 연속 재정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선심성 정책을 꺼냈다는 비판이 일자
    일부 축구장을 병원 시설로 분류하는 통계 조작도 부렸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재임한 13년(2006~2019) 동안 자신과 같은 인종인 원주민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정실주의(크로니즘)'에 기초해 원주민들에게 현금을 살포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 재원이었던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퍼주기도 한계를 맞았다.
    국가 부도 소문이 나돌 정도로 경제는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그 틈을 중국 자본이 파고들어 볼리비아 경제를 예속화했다.

    ◇원주민만 퍼주는 편 가르기 포퓰리즘

    작년 12월 17일 오전 엘알토 은행들 앞엔 원주민들이 줄을 선 채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호세 카를로스(64)씨는 "노인 수당을 받기 위해서 한 시간 전쯤 먼저 와서 줄을 섰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부정 선거를 저지르고 작년 11월 아르헨티나로 망명했지만
    포퓰리즘 유산은 그대로 남았다.

    볼리비아 인구 구성 외
    모랄레스는 2010년 민간은행들이 관리하던 은퇴 연금을 국영화하며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58세로 인하했다.
    자녀가 셋 이상인 여성은 55세로 더 낮췄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연금 수령 연령을 올리는 다른 나라들과 정반대의 길을 간 것이다.
    연금 대상에 광부·시장 상인·택시 기사 등 직업을 추가했다.
    원주민이 대다수인 저소득층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수령액은 소득의 25% 수준에서 62%로 높였다.
    노동자는 연금 불입액의 일부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용주에게 떠넘겼다.
    재원 마련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모랄레스는 "돈이 부족하면 천연가스 수출 소득에 과세해 마련하겠다"며
    오히려 "전 국민이 연금을 받게 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무상 보조금 보따리도 풀었다.
    60세 이상 노령 보조금 월 수령액을 취임 전보다 133% 인상시켰다.
    임산부들은 무상으로 병원 진료와 가사용품을 받게 했다.
    최저임금은 5년간(2011~2014년) 매년 20% 이상씩 급격히 올렸다.

    ◇쌍둥이 적자에 외환 위기설까지 나돌아

    국가 재정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던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급락하면서
    퍼주기 정책도 위기를 맞았다.
    빚을 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2011년 GDP 대비 35%였던 국가 부채는 작년 5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재정 적자무역 적자 등 쌍둥이 적자는 작년까지 5년 연속 발생했고,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외환 보유액이 2014년 말 140억달러에서 작년 말 45억달러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외환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그런데도 모랄레스는 "우리 경제는 외부 위협으로부터 방어가 잘되고 있다"며 자화자찬만 했다.

    그리고 물밑으로 중국에 손을 벌렸다.
    그 결과 국가 총 외채(109억달러) 중 중국 빚이 70%를 넘게 됐다.
    정부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지만 상환을 못 하면 지하자원 등 차압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은 자원 개발 등 볼리비아 국가사업에 낙찰됐고,
    이 과정에서 중국인 노동력이 급속히 유입돼 원주민 실업 등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볼리비아 '편가르기 13년']
    반미정서 자극하며 美대사 임명 거부… 가톨릭과 대립도

    1825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평소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말을 즐겨 썼다.

    그러나 실상은 백인과 중산층을 정적(政敵)으로 몰아세웠다. 그가 롤모델로 삼았던 좌파 독재자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에게 배운 전략이었다. 차베스의 이름을 딴 학교와 축구 스타디움까지 건설했던 모랄레스는 백인과 중산층 이상 국민을 각종 경제 지원과 인사 정책에서 배제했다.

    그는 서구 흔적을 지워야 한다며 대통령궁에서 원주민 토속 의식을 거행해 가톨릭 교회와 대립했다. 반미(反美) 정서를 자극하며 11년 동안 미국 대사 임명을 거부했다. 대신 원주민들을 대거 정부·공기업 요직에 배치하고, 국기 외에 원주민 깃발(위팔라)을 만들어 공식 국가 상징으로 사용했다. 모랄레스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볼리비아의 운명을 결정짓게 해선 안 된다"는 적대적 발언으로 원주민들을 결속시켰다.

    그는 부정선거로 망명했지만, 여전히 반대파 모함설을 주장한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접경 지역에 거처를 마련한 채 "돌아가면 민병대를 만들겠다"며 인구의 55%인 원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자신의 심복인 전 경제재정부 장관을 오는 5월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모랄레스도 5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임시정부는 그가 귀국하는 즉시 구속한다는 방침이다.


    ☞정실주의(크로니즘·cronyism)

    능력보다는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을 앞세워 경제적 이익이나 인사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을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으로 구분해 지지 세력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편 가르기식 포퓰리즘'도 정실주의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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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7/2020021700315.html

    55% vs 45% 편가르기 13년의 결말


    조선일보
                                 
               
    입력 2020.02.17 03:00 | 수정 2020.02.17 03:18

    [조선일보 100년 기획]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3]
    볼리비아 모랄레스 前대통령의 지지층 퍼주기에 나라 결국 거덜

    작년 12월 남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만난 인디오 원주민 루이스 시야니(40)씨는 부정선거로 하야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울먹였다. "에보는 원주민에게 태양같은 지도자였어요. 그의 하야는 부당합니다."

    원주민 출신 첫 대통령이었던 모랄레스는 작년 10월 대선에서 헌법까지 고쳐가며 4연임을 노렸다. 개표 과정을 조작해 당선됐지만 국제기구(미주기구)가 "명백한 부정선거로 무효"라는 판정을 내렸다. 작년 11월 10일 모랄레스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 모랄레스는 대통령 재임 13년 동안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에게 현금을 퍼주고 정부와 공공기관 요직을 원주민으로 채웠다. 반면 백인과 중산층을 정적으로 간주해 '편 가르기 식 정실(情實)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야니씨는 홀어머니의 노령 보조금과 아들의 학생 수당, 무상급식 등 복지 혜택을 받았다. 모랄레스 재임 동안 5배로 급등한 최저임금 혜택도 봤다.

    모랄레스의 퍼주기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위기를 맞았다. 작년까지 재정·무역 부문에서 쌍둥이 적자가 5년 연속 발생했고, 나랏빚이 급증했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나 외환위기설까지 돌고 있다.

    그럼에도 퍼주기에 중독된 원주민들은 모랄레스 구명(救命) 시위를 벌였다. 시야니씨는 오히려 "부정 없는 정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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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7/20200217001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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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입력 2020.02.17 03:21

      [조선일보 100년 기획]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3]
      '서민의 궁전'이란 이름으로 29층짜리 초호화 대통령궁

      작년 11월 11일 멕시코로 망명하기 직전 모랄레스가 트위터에 올린 노숙하는 모습.
      멕시코 망명 직전 모랄레스 - 13년간 편가르기식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며 부정부패를 일삼은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은 작년 대선 조작 혐의로 결국 하야했다. 사진은 작년 11월 11일 멕시코로 망명하기 직전 모랄레스가 트위터에 올린 노숙하는 모습. /연합뉴스
      '어머니 대지법'이라는 자연보호법을 제정하기도 한 모랄레스의 이면엔 마약업자의 얼굴이 숨어 있다. 마약 원료인 코카잎 재배 농부 출신인 모랄레스는 대통령이 돼서도 마약 불법 사업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적이 거의 없는 코카잎 재배지 코차밤바 외곽에 국제공항을 건설해놓고 마약을 브라질·베네수엘라 등지로 운송했다는 것이다. 마약 사업 등을 통해 모랄레스는 최소 4억달러(약 4700억원)를 부정 착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엔 바티칸의 한 신부가 모랄레스의 비밀 통장이 존재한다고 양심선언을 해 큰 파장이 일었다. 볼리비아 시내 담벼락엔 'EVO NARCO(에보는 마약업자)'란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4000만달러를 들여 '서민의 궁전(카사 그란데 델 푸에블로)'이란 이름으로 29층짜리 대통령궁을 짓고 전용 사우나·헬스장·마사지방을 들여놓았다. 그 돈이면 종합병원 5곳을 건립할 수 있는 규모다. 오루로 생가(生家)엔 700만달러를 들여 자신의 박물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주변 비리도 심각하다. 국책은행들은 집권당과 대통령 측근 기업들에 특혜 대출을 해줬고, 국책은행 간부로 근무하던 전직 장관 아내는 대출액의 5%를 뇌물로 받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모랄레스의 정부(情婦)는 중국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6억달러 규모 국가사업 7건을 단독 수주했다가 뇌물죄 등이 인정돼 2016년 수감됐다. 그는 대통령 4연임에 도전한 작년 10월 대선에서 80% 이상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당선이 불확실해지자 갑자기 개표를 멈추게 했고, 다음 날 속개된 개표를 통해 당선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모랄레스 선거운동원 집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부정 투표용지가 발견됐고, 조사에 나선 국제기구가 명백한 부정선거로 판정 내렸다. 볼리비아 임시정부는 최근 모랄레스 정권 인사 600여명에 대한 부패 수사를 개시했고, 모랄레스의 흉상과 포스터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랄레스의 모든 허상이 드러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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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7/20200217003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