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17 03:18
중국 정부는 2015년 7월 9일 인권 운동가를 300명 넘게 잡아갔다.
3년 반 뒤인 2018년 말 베이징에서 여성 네 명이 삭발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709 검거' 당시 실종돼 생사도 알지 못하던 인권 변호사의 아내들이었다.
중국어로 법이 없다는 '우파(無法)'는 머리카락이 없다는 '우파(無髮)'와 발음이 같다.
아내들이 정부의 무법에 항의하는 뜻으로 삭발을 한 것이다.
▶베이징의 30대 변호사 천추스는
▶베이징의 30대 변호사 천추스는
작년 8월 홍콩으로 달려가 시위 영상을 직접 촬영해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열정 넘치는 시민 기자다.
이 열혈 젊은이가 최근엔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우한으로 건너가 소식을 부지런히 동영상으로 전하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지인이 천추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니 신호가 울리다 뚝 끊겼다.
당국은 가족들한테 "격리됐다"는 통보만 남긴 상태라고 한다.
▶지금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 감염자만 격리하는 게 아니라,
현지 실상을 알리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격리시키고 있다.
우한 병원 앞에 있는 승합차에 시신을 담은 포대가 실린 영상을 올렸던 시민 기자 팡빈도
지난 10일 오후 당국에 잡혀간 뒤로 연락이 끊겼다.
시진핑의 '국가주석 연임 제한 폐지'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쉬장룬 칭화대 교수도 며칠째 연락 두절 상태다.
그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있던 글도 삭제됐고 메신저도 막혀 있다.
시진핑 주석은 우한 폐렴 사태를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고 규정지으면서
간부들한테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중국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경제 규모는 세계 2위가 됐지만
▶중국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경제 규모는 세계 2위가 됐지만
인권과 언론 자유는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인권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가 내놓은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중국은 180국 중 177위(2019년)다.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매긴 중국의 언론자유 수치는 북한과 더불어 최악인 '0점' 그룹에 들어 있다. 같은 평가에서 미국은 최고점인 '4점', 한국은 '3점' 그룹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단체 CHRD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인권단체 CHRD에 따르면
이번 우한 폐렴과 관련해 '헛소문 퍼뜨린 죄'로 처벌받거나 경고받은 사람이 중국에서 250명을 넘는다고 한다. 애초 우한 폐렴의 위험성을 알렸던 의사도 '괴담 유포자'로 처벌했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이번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워놓고도 아직 바이러스 차단보다 더 급한 게
정부 비판하는 국민 입을 틀어막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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