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 1985~2020)의 아내 푸쉐제(付雪洁)가 정리한
남편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고로 34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리원량은 우한 교회 성도입니다.)
<리원량이 주고 간 메세지>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일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날 하나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
내 가족까지 모두 병들었습니다. 우리는 천 송이 만 송이 눈보라처럼 송이송이 흩날렸습니다.
봄이 오고 강물이 녹으면 가족과 만나리라 기대했습니다.
그 때가 되면 노란 유채꽃밭에 앉아 흩날리는 꽃 송이 송이 새며 하루 일 분 일 초를 보내리라 여겼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어젯밤 눈 내리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나님이 내 머리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착하지, 나와 같이 가자. 인간은 가치가 없어!
이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비록 인간은 빈한하고 하늘은 따뜻한 곳이더라도 말이죠.
저승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두렵습니다.
고향을 떠올려도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
나는 계속 햇볕이 비치듯 살아 생명을 노래하고 소나무 잣나무를 찬미하고 싶었습니다.
이 나라 이 땅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
이제 내 육신은 죽지만 한 줌 재가 되기 전에 조용히 고향의 검은 땅과 하얀 구름을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니 바람은 마음껏 춤추고 눈은 새하얗게 티 한 점 없습니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우한 동호(東湖)로 봄 나들이를 갈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 우한대학 벗꽃 놀이를 할 수 없습니다.
흰구름 깊은 곳까지 연을 날릴 수도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 나는 네가 평범한 아버지를 원했음을 잘 안다.
하지만 나는 평민 영웅이 되었구나.
하늘이 곧 밝습니다. 나는 가야합니다. 한 장의 보증서를 들고서, 이 일생 유일한 행낭입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동정하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
나는 당신들이 모두 동트는 새벽을, 내가 산마루 건너기를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합니다.
이번 생애 태산보다 무겁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기를 두려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유일한 바램은 얼음과 눈이 녹은 뒤 세상 모든 이가 여전히 대지를 사랑하고
여전히 조국을 믿기를 희망합니다.
봄이 와 벼락이 칠 때 만일 누군가 나를 기념하려는 이가 있다면
나를 위해 작디작은 비석하나 세워주기 바랍니다!
우람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음을 증명해 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름과 성은 있었지만 아는 것도 두려움도 없었다고.
내 묘지명은 한 마디로 충분합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
그는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입이었다.
주안에 성도의 안식이.......
최초 고발한 의사의 비극… 환자 돌보다 숨지자 중국 분노
조선일보
입력 2020.02.08 03:20
[우한 폐렴 확산]
지난해말 우한폐렴 발생 알려… 유언비어 유포로 경찰조사 받아
지난달 환자 진료하다 감염돼 임신한 아내 두고 세상 떠나
"정부가 침묵 강요" 비난 들끓자… 관영매체, 뒤늦게 "존경받을 인물"
신종 전염병 발생을 경고했던 서른네 살 안과(眼科) 의사의 죽음에 중국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수많은 중국인이 그를 추모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초기 대응에 실패한
중국 정부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우한 폐렴 발생을 경고했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의사 리원량(李文亮·34)씨가
7일 우한 폐렴에 걸려 숨졌다.
그가 일했던 우한시중신(武漢市中心)병원은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력을 다해 치료했지만 그가 오전 2시 58분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신한 아내, 아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최신 스마트폰과 테슬라 전기차를 좋아했고
영국 프로축구팀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의 경기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런 리씨를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휘슬블로어(내부 고발자)로 만든 것은 중국 정부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우한대 의대 동창 150여 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우한) 화난수산물 시장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7명 발생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한 환자의 자료에서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한 검사 결과를 봤다고 한다.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하고 있었지만 시 당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때였다.
그에게 연락한 것은 보건 당국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그는 1월 3일 밤 우한시 중난루(中南路) 파출소로 불려갔다.
경찰 2명은 사흘 전 그가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 내용을 보여주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사회질서에 엄중한 손실을 끼쳤다"고 했다.
경찰은 "반성하고 다시는 위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훈계서(訓戒書)를 내밀었고,
리씨는 거기에 서명한 후에 석방됐다.
그는 이후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압박감이 컸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그가 경고했던 바이러스가 중국과 전 세계 20여국으로 퍼졌다.
그도 바이러스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8일 82세 녹내장 환자를 진료하다 우한 폐렴에 걸렸다.
그는 이틀 뒤부터 발열 증세를 보여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 입원했고,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부모도 감염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감염자가 급증하자 중국 언론은 리씨 사건을 주목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중국 언론 차이신 인터뷰에서
"그때 모두가 사실을 중시했다면 전염병 폭발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입원 중에도 "회복되는 대로 (진료) 일선에 나가고 싶다"며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데 탈주병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상태는 확진 판정을 받은 지 5일 만인 6일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우한 폐렴 희생자가 됐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시대의 영웅"이라며 추모 글이 이어졌다.
평범한 학생, 회사원들은 "전염병 정보를 숨긴 채 리씨 입만 막으려 했다"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우리를 죽이는 건 박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숙주)가 아니라 정부가 강요한 침묵"이라고 했다. "국가의 수치, 시대의 수치" "우한시 정부는 공개 사과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례 없는 네티즌 반응에 우한시, 후베이성이 잇달아 추모 입장을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로 "리씨는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도 리씨를 추모하는 소개 페이지를 만들고
'의사, 신종 폐렴 휘슬블로어'라고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중앙의 비준에 따라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우한에 보내 리원량 사건을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사망으로 중국 정부는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그간 "유언비어는 바이러스보다 더 나쁘다"며 언론 통제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네티즌 가운데는 정부 발표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날 새벽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검색하기 편하게 하는 '#' 기호)를 단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180만명 이상이 본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글은 오전 9시가 되기 전 삭제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8/20200208001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