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2.12 03:18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생전에 '북 망명 정부'를 세워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았다.
황 비서는 그때마다 "'망명 정부'라는 걸 만들면 북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느냐"며
"대한민국이 북 민주화 운동과 통일의 기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그럼 정치인이 돼서 북 민주화를 이끌어 달라"고 하자
"나는 철학 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탈북자 중에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탈북자 출신 첫 의원은 2012년 나왔다. 조명철 전 김일성대 교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조 전 의원 이후 '정치 꿈'을 꾸던 탈북자가 여럿 있었다.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출마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벽이 높았다.
▶탈북자 출신 첫 의원은 2012년 나왔다. 조명철 전 김일성대 교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배지를 달았다. 조 전 의원 이후 '정치 꿈'을 꾸던 탈북자가 여럿 있었다.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 출마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 벽이 높았다.
한 탈북자는 "지역구에 나가려면 혈연·지연·학연 중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며
"정치적으로 뿌리내릴 지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1953년 휴전 이후 내려온 탈북자 3만3000여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에 도전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어제 한국당 공천으로 4·15 총선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강남 지역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는 "(탈북자인) 태영호 같은 이도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 주민과 엘리트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성큼 더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럴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 집단은 "배신자(탈북자)들이 남한에서 3등 국민 대접받는다" "하인 취급 당한다"고 선전해왔다. 태영호 출마 뉴스만으로도 북 주민과 엘리트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태 공사 망명 직후 북은 "특급 범죄자" "밥 버러지"라고 맹비난했다.
▶태 공사 망명 직후 북은 "특급 범죄자" "밥 버러지"라고 맹비난했다.
김씨 일가의 '신성(神聖)'을 깨는 태영호 자서전이 나오자
"인간쓰레기가 최고 존엄을 헐뜯고"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를 일방 통보하기도 했다.
김정일은 '황장엽 암살조'를 내려보냈고 처조카 이한영을 총으로 암살했다.
김정은도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산산조각 낸 데 이어 이복형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해했다.
▶태 전 공사가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태 전 공사가 이런 위험을 모를 리 없다.
지금 서울에는 '김정은 찬양조'에 '태영호 체포조'까지 활개치고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유권자와 악수해야 하는 지역구 선거에 나가려는 건 보통 결단이 아니다.
이런 용기들이 모여 태 전 공사가 자서전에 쓴 것처럼 "노예 상태인 북한 주민 해방"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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