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한 폐렴]공포의 유람선

colorprom 2020. 2. 7. 14:34


    

[만물상] 공포의 유람선


조선일보
                         
             
입력 2020.02.07 03:18

짧게는 사나흘, 길게는 넉 달 가까이 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도는 크루즈는 낭만적 여행의 대명사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이 초대형 여객선 여행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면 다른 나라에 도착해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심포니 오브 더 시스'는 22만8000t급으로 8800명이 탈 수 있다.
타이태닉호가 4만6000t이었고 미국항공모함10만t이다.

▶얼마전까지 크루즈에서는 출항 다음 날 저녁 식사 때 모든 승객이 정장을 입도록 권유받았다.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으로, 승객들은 VIP 만찬에 초대된 느낌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동성애자 3000명이 크루즈 한 대를 1주일간 통째로 빌려 노는 '게이 크루즈'가 매년 열린다.
바다 위에서 아무런 눈치 보지 않고 즐기는 파티여서 분위기가 최고라고 한다.

[만물상] 공포의 유람선
▶한 공간에 수천명이 모여 함께 살다시피 하기 때문에 크루즈에서는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승객들이 체크인 때 받는 카드에는 큰 숫자가 쓰여 있다.
비상시 가야 할 집결 장소 번호다.
출항 30분 전 사이렌이 7번 울리면 모든 승객은 각자의 집결 장소로 가서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크루즈 직원들은 근무 시간 외에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를 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긴 직원은 바로 해고돼 다음 정박지에서 내려야 한다.

▶크루즈 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급성 전염병이다.
누구나 설사와 구토 등 특정 증세를 보이면 바로 격리되며 의사의 진단 없이는 방에서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크루즈 내 모든 식당에서는 직원이 보는 앞에서 세정제로 손을 소독해야 한다.

크루즈 내 안내방송은 항상 "손 씻기를 잊지 마세요"라는 말로 끝난다.
심지어 '손을 씻으세요'라는 노래를 온종일 틀어놔 사람들이 흥얼거리게 한다.
실제 작년 1월 자메이카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167명이 설사를 하는 전염성 질환에 걸려
8000여 명을 태운 배가 그길로 출발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돌아가기도 했다.

일본 요코하마 앞바다에 도착한 크루즈선에서 우한 폐렴 환자가 20명 발생했다.
3700명이 2주간 배에 갇혀 있어야 하고 승객들은 각자 방에서 나올 수도 없다고 한다.
크루즈엔 스위트룸도 있고 발코니룸도 있지만
배 안쪽에 있어 '인테리어 룸'이라고 부르는, 창문 없는 방도 있다.

바이러스 보균자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갑판에 나가 바람도 쐴 수 없다니,
큰맘 먹고 떠난 크루즈가 공포와 지옥의 유람선으로 변한 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6/20200206040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