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밀알 한 톨 (100퍼센트 인생 中 , 이시형)

colorprom 2020. 2. 7. 13:46

밀알 한 톨


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한 실험입니다.


사방 30cm의 나무통에 밀알 한 톨을 심었습니다.

이윽고 싹이 트고 자라나 빈약하지만 열매도 맺었습니다.


연구진들은 통을 부수고 뿌리의 길이를 쟀습니다.

전자현미경까지 동원해 모세근까지 다 쟀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뿌리의 길이는 자그마치 11,200km였습니다.

경부선 왕복 800km를 14번 오가는 길이입니다.


자연의 위대함에서 다시 한번 큰 감동을 받습니다.

나무통 속에서 싹 튼 것도 대단한 일인데
열매를 맺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것입니다.


한 톨의 밀알
작은 통 안에 잔뿌리를 뻗고 흙 속의 양분을 흡수하여 이윽고 한 포기의 밀로 자랐습니다.

실험실의 퀘퀘한 매연, 비와 바람을 견디고
이슬과 안개 속에서 때로는 태양의 따스함을 맞으며 열매까지 맺었습니다.

대지와 하늘과 그야말로 우주가 만들어 낸 결실입니다.


누가 이 밀을 두고 연약하다느니, 초라한 수확이라느니 평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생존한 것만으로도 정녕 위대합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우연히 읽은 후로 다른 글에 인용하고,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감에 주저앉은 사람,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들려주곤 합니다.

건강마을에서는 새벽마다 산에 가서 명상을 합니다.
그때도 이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합니다.


산에는 기세 좋은 나무도 많지만
큰 나무 그늘 아래 바위틈을  겨우 비집고 자라는 작은 볼품없는 나무들도 많습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란 거목도 결코 거만하지 않습니다.

볼품없는 나무도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큰 나무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도 않습니다.

주어진 여건을 받아들이고 분수대로 살아갑니다.


실험실에서 자란 초라한 꽃도 부잣집 정원에 핀 화려한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증거는 엄청난 뿌리가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어떤가요?
자연의 일부인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서 하늘을 쳐다봅니다.
 
- 100퍼센트 인생 中, 이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