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노숙인이 주축이 된 합창단이 성탄을 맞아 공연하게 됐다.
아침 무료 급식 시간 후 합창단원 한 분이 대표라며 찾아왔다.
까닭을 물으니 "금일봉에 들어 있는 액수가 얼마인가?
그것을 지휘자가 혼자 떼먹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와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돈을 나누어서 현금으로 달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감사하다는 마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언제부턴가 고마움이나 염치가 아니라 '현금 나누어 먹자'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대표에게 분명히 말씀드렸다. "한두 명이 나와도 좋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 권면은 15년 이상 노숙인 사역 중에 얻은 결론이다.
40일간 굶주렸던 예수께 사탄이 나타나 유혹하자 물리치신 뜻을 따르는 것이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돈과 물질로 인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둘째 인간 예수는 첫 인간 아담과 달리 탐욕을 물리쳐 이긴 것이다.
물질은 육은 살릴 수 있으나 영을 지닌 인간성을 죽인다.
놀랍게도 형제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지휘자와 열심히 연습해 서울역전 동자아트홀에서 멋지게 공연했다.
공연 그 자체보다 공연하는 그 마음이 더욱 아름다웠다.
얼마 후 그 형제들께 김장을 담그는 데 참여해 주실 것을 부탁했다.
"여러분이 주로 드실 것이니 여러분이 하시면 좋겠습니다. 돈은 드리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이른 시간에 와서 김장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큰일을 끝냈다.
형제들은 손을 벌리던 순간엔 볼 수 없던 당당함과 행복과 기쁨이 충만한 낯으로 어깨를 펴고 떠났다.
어느 추운 날 영국 런던 인근 해안에서 갈매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유를 알아보았다.
추위에 얼어 죽은 것인가? 아니었다. 전염병도 아니었다.
이유는 추위로 관광객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죽은 갈매기들은 관광객이 주는 먹이에 의존했던 것이다.
"주님, 이 산과 골짜기를 하얗게 바꾸시듯,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탐욕마저 하얗게 바꾸어 주시옵소서!
사랑으로 함께 일어서게 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