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인구절벽'과 입시학원 단상

colorprom 2020. 1. 11. 15:12


'인구절벽'과 입시학원 단상


조선일보
                         
             
입력 2020.01.11 03:00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중3 올라가는 첫째가 수학 학원을 바꿨습니다.
전에 다니던 동네 학원은 최소 인원 구성에 실패했다는군요.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 할 상황에서 3명이 채 모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반대편 앵글. 학원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퇴근 후에 소설을 씁니다.
지난 5년간 학원 덕분에 밥걱정 안 하고 순문학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최근에 충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원장이 학원 문을 닫겠다고 했다네요.
"5년 뒤에는 5년 전보다 30% 줄어든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해.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인구 절벽이란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01년생이자 20학번이 될 이번 수험생들이 첫 세대라고 하죠.
1990년생부터 2000년생까지 매년 65만명 정도던 출생자는 01년생부터 55만명으로 줄어듭니다. 약 15% 감소. 주지하다시피 앞으로는 더 줄어듭니다.
띄엄띄엄 보더라도 05년생은 43만명, 2018년생은 32만6000명.
 2019년 통계는 아직이지만, 더 적은 숫자가 확정적이죠.
2000년과 비교해보면 정확히 반 토막.

학원도 비즈니스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비즈니스의 미래가 불확실할 수밖에요.

물론 학원이 안타까워 이 글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차라리 입시 학원의 의도하지 않았던 기능에 대한 단상(斷想)이죠.

누군가는 '돈 안 되는 전공자들이 올라탄 막차'였다고 위악을 부렸지만,
많은 인문학도와 예술가 지망생들이 덕분에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논술 학원서 가르치는 인문학 대학원생, 미술학원의 미대 졸업생, 연기학원의 연극영화과 졸업생,
그리고 앞에서 예로 들었던 소설가까지.
물론 입시 학원이 예술가만 후원했던 건 아닙니다.
학생 때 '운동' 열심히 했던 386들의 생계도 책임졌죠.

누군가는 또 이런 농담성 경고를 하더군요.
입시 학원 망하면 제일 타격받을 곳이 진보 정당이라고. 당비 반 토막 날 거라면서요.

좌우지간 인구 절벽은 이 '저자본 고학력 잉여'들의 대이동을 강요할 듯합니다.
학원가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올겨울을 유달리 힘들어하는 이유죠.

2020년 1월의 세태 풍경. 아까 그 소설 쓰는 후배는 그러더군요.
형, 이제 성인 대상 생산성 코치 쪽으로 바꿔볼까 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0/20200110027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