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북한]김평일 만나면 도망치는 北 외교관

colorprom 2019. 12. 4. 15:12



[태평로] 김평일 만나면 도망치는 北 외교관


조선일보
                         

입력 2019.12.04 03:15

김정은, 김평일 소환은 불안 때문… 부산 오기 어려운데 왜 초청
왔다면 아세안 정상들 뭐가 되나 '들러리 선 것 아니냐' 불쾌할 것

안용현 논설위원
안용현 논설위원



1990년쯤 북한 외무성 부상과 서기관이 주(駐)불가리아 대사관 복도에서 대사와 마주쳤다.

반갑게 인사하기는커녕 유령이라도 본 듯 놀라 뒤돌아섰다.

달아나려는 순간 북 대사가 "저도 장군님의 전사입니다. 말씀 좀 하시지요"라며 불러 세웠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었다.


북 권력 투쟁에서 패한 김평일은 1988년 이후 헝가리·불가리아·핀란드·폴란드·체코 대사 등으로 떠돌았다.

30년 넘게 명색이 대사였지만 북 외교관들은 그를 만나면

무슨 말을,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떻게 했는지를 깨알처럼 보고서로 써야 했다.

'김씨 곁가지'를 관리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10호실에 직보했다.


대화 내용을 빼먹거나 김평일과 가까운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면 바로 목이 달아났다.

김평일을 보면 도망치는 게 상책이었다.

김정은이 허깨비나 마찬가지인 삼촌 김평일을 최근 평양으로 불러들였다고 국정원이 밝혔다.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라는 배려는 아닐 것이다.

이복형 김정남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살해했을 때처럼

'왕위 계승권'을 가진 삼촌이 외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싫고 불안했을 것이다.

만에 하나 평양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주민들은 김정일 장남인 정남이나 김일성을 빼닮은 평일'후계 1순위'로 떠올렸을 것이다.

불순 세력이 이런 점을 노릴 수도 있다.

주변 환경이 유동적이고 절대 권력이 커질수록 독재자의 의심과 불안은 부풀기 마련이다.


김일성김정일도 그랬다.

김일성은 1965년 반둥 비동맹 정상회의, 1980년 티토 유고 대통령 장례식 등

다자(多者) 외교 무대에 참석했다.

그러나 1986년 짐바브웨 비동맹 회의를 앞두고

시험 비행하던 전용기가 아프리카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겪고 나서는 국제 회의장에서 사라졌다.

당시 김일성 대신 짐바브웨에 갔던 김영남 외교부장은

"장마당 같은 곳에 오실 필요 없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양자(兩者) 정상회담만 했다.

1인 신정(神政) 체제에서 김일성·김정일이 여러 정상 사이에 묻히는 장면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얼마 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김정은을 초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북은 "(남측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간청했다"며 조롱까지 했다.

북 선전 도구는 2일 한국이 아세안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구걸했다"고 비난했다.


이 정부에는 이른바 '북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

북 입장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강조하던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신변이 100% 보장되고 김정은만 돋보이는 자리가 아니라면 오기 어렵다는 걸 알 텐데도

국정원부터 "김정은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어떡해서든 '김정은 쇼'를 하려는 데 눈이 멀어 기초부터 잊어버린 것 아닌가.

김정은이 왔다고 치자. 그럼 아세안 정상들은 뭐가 되나.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서 기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들러리 세운 것 아니냐'고 하지 않겠나.

모든 뉴스가 김정은 일거수일투족에 맞춰지고 아세안 정상들은 김정은 배경쯤으로 다뤄졌을 것이다.


한국 면적 45배인 아세안은 인구 6억5000만명에 연평균 5 %씩 성장하는 지역이다.

중국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 교역 상대다.

여기 정상들은 바보가 아니다. 자존심도 강하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열었을 때

아세안 외교관들은 '앞으로 한국이 정말 아세안을 중시하려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간판만 신남방 정책으로 바꾼 건가' '지금 한국 외교에 북한 빼면 남는 게 뭐냐'고 물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3/2019120303550.html



北 "南,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간청" 물밑접촉까지 공개


조선일보
                         

 

입력 2019.11.22 03:01

노골적으로 文정부 무시… "판문점 약속 등 하나도 실현안됐다"
靑 두달간 초청 공들였는데… "소뿔 위에 닭알 쌓을 궁리" 비하

북한은 21일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부산에 초청한 '11월 5일 친서' 이후에도 "몇 차례나 (김정은이 못 온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정상회의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절박하게 매달렸다는 얘기다. 일부러 우리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폭로하며 공개 망신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이 (김정은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춰 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북한의 '하대'는 우리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9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다며 먼저 분위기를 띄웠고,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오시면 좋겠다. 실무 준비는 끝났다"고 했다. 청와대는 3~4일 전쯤 북측으로부터 최종 불참 통보를 전달받고, 김정은 방남(訪南)에 대비해 준비하던 경호·의전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의 강하 훈련을 참관하고 부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지금 시점에 형식적인 북남 수뇌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이 북한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의 강하 훈련을 참관하고 부대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지금 시점에 형식적인 북남 수뇌상봉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조선중앙TV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친서가 별도의 초청 서신이 아니라 조문에 대한 답신이었다고 해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서한에서 (김정은의 참석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을 국제사회의 지지로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며 "남북 정상이 모든 가능한 계기에 자주 만나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북한의 노골적인 '남조선 무시' 기조에도 계속 '러브콜'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형 남북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김정은 답방'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방남 불발'의 책임도 우리 측에 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보수 세력들이 우리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우리 정부를 향해 '민족 공조'에 나서라고 압박하는 것과 무관치 않은 얘기다. 국제사회의 '제재 스크럼'에서 빠져나오란 것이다.

통신은 또 우리 정부의 김정은 초청에 대해 '마른나무에 물내기' '소뿔 위에 닭알 쌓을 궁리'라며 "이런 때에 도대체 북과 남이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그런 만남이 과연 무슨 의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전에는 절대 문재인 정부에 선물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측은하다는 듯이 비꼬면서 '김치 국물 마시지 말라'고 일갈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남북 관계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던 우리 정부의 전략과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이 보기에 다자회의 참석은 '수령의 권위'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다른 나라 손님들을 요란하게 청해놓고 그들의 면전에서 북과 남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 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행사의 '진짜 손님'인 아세안 정상들은 김정은 초청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외교적 결례로 여기는 나라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근본 문제로 보고 당분간 '선미후남(先美後南)'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북한은 계속 남북 관계에 기대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우리 정부만 희망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가 망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2/20191122003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