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한글]알브레히트 후베, '날개를 편 한글' & 노마 히데키, '한글의 탄생',

colorprom 2019. 12. 5. 15:48



세종대왕은 '디지털의 아버지'… 한글은 IT 시대에 더 큰 잠재력


조선일보
                         
             
입력 2019.12.05 03:0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날개를 편 한글' 낸 獨 한국학자 알브레히트 후베

"이분 덕에 제가 지금 여기 있는 거죠."

독일인 한국학 연구자인 알브레히트 후베(69) 덕성여대 초빙 교수가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후베 교수는 반세기 가까이 한글의 매력에 빠져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으로도 불린다. 최근 연구서 '날개를 편 한글'(박이정)을 펴낸 그는 "570여 년 전에 나온 한글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철학과 과학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문자"라며 "IT의 연결을 통해 한국인은 디지털 시대에 다양한 학술 영역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인 알브레히트 후베 교수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자신의 책을 펼쳐 들었다.
독일인 알브레히트 후베 교수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자신의 책을 펼쳐 들었다.
그는 "세종대왕은 의심 없이 디지털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그는 지난해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퀴즈 대결을 펼치는 방송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배 속이 허전해서 계속 먹고 싶다'라는 단어인 '구쁘다'의 뜻을 맞혀서 한국인 출연자들을 꺾고 최종 승리했다. 후베 교수는 "논문에서 우연히 '구쁘다'란 단어를 발견했는데 낯설지만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난 것"이라며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잘할 리는 없지 않겠어요?"라며 웃었다.

후베 교수는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위생병으로 한국 대표팀을 담당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70년대 독일에 파견됐던 한국인 간호사와 광부들 집에 초대받기도 했다. 독일로 유학 온 김광규 시인도 만났다. 허배(許培)라는 한국 이름도 김 시인이 지어줬다.

독일 보훔대에서 신소설 '혈의 누'와 문학 동인지 '백조'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번역했다. 1989년부터는 본 대학교 한국어 번역학과 교수를 지냈다. 26년간 길러낸 제자만 250여 명. 한국인 제자가 선물한 200봉지의 믹스 커피(설탕, 프림이 들어간 한국식 커피) 덕분에 지금도 하루에 믹스 커피를 대여섯 잔씩 즐긴다. 그는 "믹스 커피 두 봉지를 작은 잔에 털어 넣은 뒤 뜨거운 물을 조금만 부어서 진하게 마시는 게 좋다"고 했다.

1980년대부터 방한할 때마다 청계천 세운상가를 뒤지면서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을 연구했다. 호환성이나 메모리 제약 등으로 한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컴퓨터 본체를 뜯어서 들고 오기도 했다.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설립자를 비롯한 '아래아한글' 개발팀도 세운상가에서 만나 고민을 나눴다. 시정곤 KAIST 교수는 후베 교수에 대해 "한국에 컴퓨터가 막 보급되던 시절부터 한글 코드를 만들기 위해 공학도와 협업을 진행한 '한글 공학'의 선구자"라고 평했다.

후베 교수는 'IT와 훈민정음'이란 연구 주제도 이때부터 고민했다. 2010년 독일어판으로 연구서 '한글과 컴퓨터: 한국 문자의 비밀을 찾아서'를 먼저 펴냈고, 9년 만에 한국어판('날개를 편 한글')을 펴냈다. 이 연구서에서 그는 기존의 두벌식 세벌식과는 다른 독창적인 한글 자판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첨단 IT 시대에 엄청난 잠재력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은 내게 '묶여 있는 영웅'과도 같다"면서 "세종대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디지털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5/2019120500077.html



'음소' 개념까지 반영한 훈민정음… 5세기 前 이미 현대언어학에 도달


조선일보
                         
             
입력 2019.12.05 03:00 | 수정 2019.12.05 13:53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한글의 탄생' 쓴 日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

일본 도쿄의 대형 서점인 기노쿠니야 신주쿠(新宿) 본점. 외국어 학습서를 모아둔 7층 한 켠은 한국어 코너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가 지난 10여 년간 엮은 ‘한국어 교육론 강좌’ 1~4권도 여기 꽂혀 있다. “제가 1970년대 공부할 땐 한국어 교재나 강의는 거의 없었죠. 요즘엔 혐한(嫌韓)이다 뭐다 해도 일본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최근 신주쿠에서 만난 그는 일본어 억양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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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가 그간 펴낸 한글 연구서를 들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그가 한국어를 공부할 때 사용했던 사전.
여백에도 빼곡히 예문을 적었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2010년 일본에서 ‘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을 출간한 언어학자다. 그는 “한글의 탄생은 세계 문자사(史)의 기적”이라고 했다. 이 책은 이듬해 한국에도 번역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본에선 마이니치신문·아시아조사회의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한국에선 주시경학술상을 받았다. 그는 “‘한글의 탄생’이란 책이 나오기 전 일본에서는 지식인들조차 한글이 막연히 가나(일본 글자)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 시절엔 미술학도였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도 1979년 ‘7인의 작가 한국과 일본’ 교류전 때문이었다. 서른이 되던 해엔 도쿄외국어대 조선어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한국 기독교방송 아나운서들이 녹음한 한국어 학습 테이프를 복사해두고,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으며 따라했죠.”

그는 훈민정음이 15세기에 이미 현대언어학의 수준에 도달한 과학적인 문자라고 설명했다. 현대 언어학에서 주목 받은 ‘음소(音素·의미를 구별하는 음의 최소 단위)’ 개념에 이미 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ㄱ(기역)과 ㅋ(키읔)은 지금 보면 너무 당연하고 타당한 모양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작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기역과 키읔을 발음하는 기관의 형태는 같지만 숨이 거세게 나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문자 형태에 반영한 것은 20세기 언어학 수준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글의 ‘인류사적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세상 많은 문자 중 훈민정음만이 해례본을 통해 누구를 위해, 어떤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밝혔다”며 “훈민정음은 한 언어권의 지(知·앎)가 문자를 통해 어떻게 날개를 펴는지 보여주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종대왕을 “지의 혁명을 이룩한 인물”로 평가했다.

2014년엔 한일(韓日) 지식인 140명에게 한국의 지성을 보여주는 책을 추천받아 ‘한국의 지(知)를 읽다’란 책을 펴냈다. 지금은 후속서 ‘한국의 미(美)를 읽다’를 준비 중이다. 학생들에겐 현 시대 ‘언어의 위기’를 강조한다. “일본 정권과 미디어가 강조하는 ‘한일관계 악화’라는 잘못된 말 때문에 차분하게 양국 역사를 돌아보려거나, 한국의 무언가를 배우자는 생각은 설 자리를 잃고 있어요. 사실 한일 관계가 아니라 ‘한일 정권 관계’의 악화에 가까운데도 요.” 이 같은 언어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펴낸 게 최신작 ‘언어존재론(도쿄대학출판회)’이다. 언어학 일반에 대한 이 책에서도 말과 글의 존재 원리를 보여주는 주요 문자로 한글을 설명한다. “사실과 다른 말이 많은 때일수록 무방비하게 있어선 안 됩니다. 바로 지금 일상에서 반복되는 ‘말’이 정말 타당한지 의심하고 언어에 대해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5/20191205000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