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연예인의 자살

colorprom 2019. 12. 2. 19:41



[조용헌 살롱] [1222] 연예인의 자살


조선일보
                         
     
입력 2019.12.02 03:14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고대로부터 자살은 있어 왔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연예인의 자살은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준다.

그 충격은 의아심이다. 왜 돈과 인기를 얻은 새파란 인생이 자살을 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다.


돈, 인기, 권력은 모든 인간이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갖고 싶어하지만 보통 사람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이걸 일찌감치 인생 초반에 획득한 인간이 왜 죽을 필요가 있는가.

남들은 평생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축복인데,

이걸 일찍 획득했으니 얼마나 복 받은 인생이란 말인가.

남은 인생 동안 허구한 날 이걸 천천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시스템이 구축된 사회일수록 젊어서 돈, 인기, 권력을 손에 넣기가 어렵다.

그물코같이 촘촘한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빈틈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그물코를 뚫기란 여간한 재능이 아니면 어렵다.

시스템이 구축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20대의 인생 초반에 돈과 인기를 거머쥘 수 있는 직업이 연예인스포츠 스타이다.

소년등과(少年登科)에 해당하는 직업이라 하겠다.


소년등과의 문제점은 획득된 신분과 축적된 인생 경험이라는 두 축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뒷감당이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 인기, 권력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이 세 가지가 자기 손에 들어온다 싶을 때는

반드시 그 이면에 청구서가 붙어서 날아온다고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몇 년 전에 미스코리아 출신의 인기 탤런트와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인기라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기라는 뭉게구름이 올 때는 그 밑에 반드시 청구서가 붙어 온다.

'인기가 올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청구서가 붙어 있나' 하고 긴장한다."


그 청구서는 실로 복합적이다.

비방, 소송, 이혼, 투쟁, 사기, 감옥, 살해 등으로 다가온다.

돈, 인기, 권력은 모든 인간이 갖고 싶고 부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소유한 인간에 대해서는 전방위적인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공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20·30대가 이 공격을 감당할 내공이 있겠는가.

이 내공의 핵심이 바로 주역에서 말하는 '독립불구(獨立不懼) 둔세무민(遁世無悶)'이다.

혼자 서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고민하지 않는 경지다.

의연함은 나도 어려운데 어떻게 20대가 체득할 수 있단 말인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대중화되면서 이 대중적 공격은 '댓글'이라는 신무기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화살, 대포, 미사일보다도 무서운 게 댓글이다.
화살, 대포, 미사일은 시공(時空)의 제약을 받지만 댓글은 이 제약을 받지 않는 익명이 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1/2019120101610.html



[태평로] 연예인이라는 극한 직업


조선일보
                         


입력 2019.11.29 03:15

10대 중반부터 연습만 하다 불빛·폭죽·갈채의 무대 섰는데
비난·조롱 쏟아지면 공황사회가 이들을 死地로 내몰아

한현우 논설위원
한현우 논설위원



개그맨 네 명이 이른바 맛집을 찾아가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을 먹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말 그대로 '푸드 포르노'라고 할 만하다.

넷이서 돼지갈비 24인분을 먹은 적도 있고

떡볶이 1인분 2000원인 분식집에서 각종 분식 5만6500원어치를 먹기도 했다.

이들은 많이도 먹지만 맛있게도 먹는다.

온갖 먹는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장수하는 비결이다.

그런데 이들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는 모습을 가끔 본다.

워낙 뭐든지 잘 먹는 사람들이란 틀이 짜여 있어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프로를 보면서 언젠가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는 사람들' 같은 프로도 나올 것이란 생각을 했다.


시청자들은 개그맨들의 촬영이 끝난 뒤 모습은 알지 못한다.
설령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다 하더라도, 그 모습을 들키면 안 되는 게 연예인이다.
그러나 대중은 이들의 카메라 바깥 모습도 알고 싶어 한다.
그 직업적 숙명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연예인이란 직업을 유지하는 데 최대 관건일 수도 있다.
어떤 직업보다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직업연예인이다.


우리나라 아이돌은 대개 스무 살 안팎에 데뷔하는데,

대개 중·고생 시절부터 학업을 전폐하고 연습생으로 훈련받는다.

매일 연습실에 출근해 기초 체력, 안무, 노래 같은 시간표에 따라 밤늦게까지 주 6일을 훈련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3년 만에 데뷔하면 운이 좋은 편이다.

계획대로 데뷔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데뷔하는 데 6~7년이 걸리고 비용이 한 그룹당 10억원까지 드는 경우도 있다.

어렵게 데뷔했다 해도 1년 안에 '모 아니면 도'의 성적표를 받는다.

그 성적은 연습을 더 많이 한다고 오르지 않는다.

대개 다른 그룹으로 다시 데뷔해서 다시 성적을 받는 방식을 택한다.

이런 과정을 두어 번 거쳐도 스타가 되지 못했을 때,

20대 초반 연예인 지망생이 떠안는 좌절감은 엄청날 것이다.

성공적으로 데뷔해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에겐 '연예인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이런저런 TV 프로그램에 불려나가야 하는데 이게 보통 걱정거리가 아니다.

배운 건 춤과 노래뿐인데 말을 잘하거나 웃기거나 희한한 재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가 얼굴을 알려야 출연료 높은 각종 행사에 섭외되거나 광고 모델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시청률 낮은 프로라 해도 데뷔시켜 준 방송사 눈치가 보여 거절할 수도 없다.

그런 TV에 나가봐야 할 이야기가 없으니

연습생 때 있었던 일 아니면 맨날 붙어 다니는 매니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춤과 노래, 토크쇼까지 어찌어찌 통과하면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쯤 되면 자신을 데뷔시킨 회사와 계약이 만료될 시점이다.

이때쯤 좋아하는 사람도 생기고 전 소속사가 엄격히 금지했던 사생활에 대한 욕심도 커진다.

그러다가 크고 작은 스캔들이 터진다.

잘못에 비해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조롱, 악의적인 가짜 정보들이 인터넷에 퍼진다.

10대 중반부터 회사에 소속돼 연습만 하다가

어느 날 불빛과 폭죽, 갈채의 무대로 갈아탄 이들의 삶이 급격히 흔들린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어른 한 명 만나 지 못한 채 스마트폰 쥐고 밤을 지새운다.

재능을 상품으로만 생각하며 인성 교육에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는 기획사,

이들의 상품성을 시청률의 도구로만 쓰는 방송사,

그런 상품을 아무런 비판 없이 소비하는 시청자는 단단한 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 고리를 어떻게든 바꾸지 않으면

연예인이란 극한 직업을 견디지 못하고 최악의 선택을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8/2019112803560.html


이승희(mister****)2019.11.3001:37:22신고
한국의 소위 연예계 아이돌이라는 건 네팔의 쿠마리 같은 이상한 소녀 착취 문화와 닮았다.
쿠마리가 여신 노릇 하며 사원에 갇혀 있다가 초경을 하게 되면 새 쿠마리로 대체 당하고 쫓겨나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비참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한국의 어린 아이돌들은 자의식과 자기 사생활을
갖거나 새로운 아이돌이 등장하는 순간 전에는 숭배자였던 사람들한테서 돌을 맞고 황야로 쫓겨나는 것. 한국인의 황폐한 정신성과 뭐든 맹목적으로 애정하고 숭배하는 심리와 환상과 환멸의 주기가
매우 빠른 부박한 한국문화의 산물이랄까.
권대용(72t****)모바일에서 작성2019.11.2917:58:34신고
취업못해서 자살하면 채용제도 탓이고 수험생이 자살하면 대입제도 탓인가?
땅은 좁고 기회는 적어서 그런 거겠지.
한편 연애인 자살문제는 댓글실명제가 솔루션 같다. 나머진 연애인 본인 책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8/20191128035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