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30 03:00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지음|휴머니스트|376쪽|1만9000원
프랑스 파리에는 말을 탄 국왕과 영웅의 동상이 많다.
서양사학자인 저자는 "여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귀띔한다.
말이 앞다리를 모두 들고 뒷발로 서 있으면, 그 동상의 주인공은 전사(戰死)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앞다리를 하나만 들고 있으면 암살당했거나 전투 중 부상으로 숨진 인물일 공산이 크다.
네 다리 모두 얌전하게 땅에 붙어 있으면 침대에서 눈을 감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루이 14세는 제명에 편히 잠들었지만, 빅투아르 광장의 루이 14세 동상은 말이 앞다리를 다 들고 있다.
저자는 "명색이 국왕인데 그 정도 예외는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유학한 저자가 파리의 광장과 성당, 카페 같은 명소마다 녹아 있는 역사를
여행객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파리에서도 학생들이 시험을 보기 직전에 소원을 비는 동상이 있다.
소르본 대학 근처의 몽테뉴 동상이다.
'안녕 몽테뉴(Salut Montaigne)'라고 인사한 다음, 오른쪽 발가락을 만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이 빌었던지 그 부분이 닳아서 반들반들하다."
간결하면서도 유머 있는 문체는 '파리판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것만 같다.
오늘날 에펠탑이 들어선 지역은 '샹드마르스(Champs de Mars)'라고 부른다.
'군신(軍神) 마르스의 땅'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기원전 로마군에 맞서 파리 원주민들이 여기서 최후의 투쟁을 벌였다.
역사와 여행을 솜씨 있게 버무리고 있어서,
책장을 덮을 즈음엔 파리행 항공편을 알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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