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쥘 베른, '기구를 타고 5주간'

colorprom 2019. 11. 27. 15:18



[고전이야기]

거대 선인장, 식인종150년 전, 상상으로 빚어낸 아프리카 모험기

입력 : 2019.11.27 03:00


기구를 타고 5주간


이번의 시도가 성공하면 아프리카 대륙의 지형에 관한 단편적 지식들을 통합하고
그것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기구를 타고 5주간'은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리'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쥘 베른(1828~1905)의 첫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쥘 베른은 19세기 중반에는 떠올리기 어려웠던 과학적 상상력을 접목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어요.

쥘 베른의 소설 '기구를 타고 5주간'의 초판 삽화입니다.
쥘 베른의 소설 '기구를 타고 5주간'의 초판 삽화입니다. 주인공들은 원주민과 조우하기도 하고(왼쪽) 코끼리 때문에 위험에 빠지면서도 아프리카를 횡단합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863년 발표한 '기구를 타고 5주간' 역시 모험과 과학적 상상력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에요. 지리학자면서 탐험가인 새뮤얼 퍼거슨 박사는 친구인 사냥꾼 딕 케네디, 하인 조 윌슨과 아프리카 중앙부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하는 탐험 여행을 계획하죠. 나일강의 발원지를 최초로 확인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지형에 대한 학술적 조사를 하기 위해서였죠.

이들은 책 제목대로 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아 횡단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당시 아프리카 내륙은 유럽인에게 미지의 땅이었죠. 영국 왕립지리학회는 퍼거슨 박사 일행의 탐험 계획을 듣고 "인간의 지혜에서 나온 가장 담대한 구상"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

아프리카 동쪽 잔지바르섬을 출발한 기구 빅토리아호가 서쪽 세네갈에 도착하기까지는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쥘 베른은 낯선 자연환경의 방해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묘사합니다. 출발 직후 기구의 닻이 거대한 선인장에 걸리는가 하면, 사막의 신기루 때문에 방향을 잃기도 하고, 분출하는 화산을 피해 1800m 고도로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원주민의 공격도 여러 번 받습니다. 그 가운데 사람을 잡아먹고 잔혹하기로 소문난 '냠냠족'에게 붙잡힌 젊은 선교사를 구해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선교사는 고문 후유증으로 곧 세상을 떠나고, 그를 땅에 묻어주려고 일행은 기구를 착륙시키죠. 흥미로운 것은 그 땅 일대가 모두 금덩이로 가득했다는 사실입니다. 욕심에 눈먼 딕과 조는 기구가 하늘로 떠오르지 못할 정도로 금덩이를 잔뜩 싣죠. 인간의 욕망을 꼬집는 장면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인 세네갈강에 도착했을 때, 세 사람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눕니다. 5주간 겪은 일들이 위험하긴 했지만 경이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죠.

이 책은 흥미로운 모험소설이라는 재미와 미지의 세계를 꿈꾼 사람들의 도전 정신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 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