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겪었던 이런 불합리가 뜻밖에 2020년을 앞둔 금융시장에 등장했다.
일단 내년부터 전국 은행 지점에선
ELS 같은 상품에 투자해 국민이 가져간 이자가 연간 4조원가량 된다.
위험 손실을 감수한 만큼 연 4% 정도 수익률이 나온 덕분이다.
이런 ELS·DLS를 신탁 형태로 우산을 씌워 팔도록 허용한 게 10년이 넘었는데
사태가 커지자 당국은 다시 뒷걸음쳤다.
"원금 보장형 상품만 팔면 되지 않느냐"는 게 당국 논리인데,
덜 위험하게 설계될수록 당연히 약정 금리도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이런 상품은 고객이 찾을 이유가 없다.
이 밖에도 원금 비보장형 상품을 파는 직원·지점·창구를 아예 구분하고,
고령 투자자 기준을 70세 이상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낮추는 규제 등도 줄줄이 나왔다.
"이런 게 핀셋 규제"라고 당국은 자평하는데,
소비자와 금융사들은 "혁신 금융 외치던 그들 맞나" 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규제는 공무원의 본능이라지만, 지금은 새로운 규제 하나를 더 만들어낼 때가 아니다.
기존 방침과 기존 역할을 각자 제대로 하기만 했어도 DLF 난리는 안 벌어졌을 것이다.
한 해 3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면서 금융시장을 똑바로 관리감독하라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현장 관리감독을 했다면,
동양 사태 이후 강화된 판매 지침을 일부 은행이 제대로만 따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란 얘기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이 현행법 체계와 상충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자유롭게 풀어주되 문제가 생기면 본보기로 큰 벌을 주는 방식이
시장도 키우면서 국민 자산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언제까지 핀셋 들고 설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