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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러드 다이아몬드, "한글 만든 저력이면 좌우 갈등도 이겨낼 수 있어"

colorprom 2019. 11. 11. 15:33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재레드 다이아몬드 이혼도 국가 위기도 근본은 같아비교하면 답 나온다"


             
입력 2019.11.09 07:00 | 수정 2019.11.11 08:50

대변동' 총균쇠' 작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심층 인터뷰
"과거는 일찍 온 현재… AI시대도 걱정거리 비슷할 것"
"미국 공교육 90% 망가져… 정직한 자기 평가 시급"
"한 권 쓰는 데 5년, 손으로… 글 잘 쓰려면 행복해야"
"아베, 독일의 빌리 브란트처럼 무릎 못 꿇을 것"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교수(82세). 6년만의 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들고 내한했다./사진=오종찬 기자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교수(82).
6년만의 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들고 내한했다./사진=오종찬 기자
"중국은 이번 세기 주인이 될 수 없어요. 리더의 과오를 막을 민주주의 시스템이 없어서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미국공교육 엉망입니다. 90%의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어요."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누구도 표나게 편들지 않으면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82세의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부드럽고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문장 안에서도 여러 국가의 과거와 미래가 자연스럽게 교차했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수시로 오가는 깊은 갈색 눈. 그 눈으로 오대양 육대주 국가의 흥망성쇠를 단번에 들여다보며 이야기했다. 실리콘밸리부터 뉴기니까지… 문명의 붕괴와 추락, 극복과 성장의 빅 히스토리가 순식간에 그 안에 줌인 줌아웃 됐다.

과학자이면서 역사가이자 언어학자이면서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한 인간 안에 이토록 많은 학문의 체계가 엉키지 않고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 그가 쓴 문명 탐사기 ‘총 균 쇠'는 1998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유발 하라리는 ‘총 균 쇠'의 영향을 받아 ‘사피엔스'를 써냈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6년 만의 신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이하 대변동)’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대변동'은 7개 국가의 위기를 비교한 다이내믹한 역사서지만, 한편으론 ‘위기란 무엇인가'를 다룬 심리학이나 자기계발도서로도 읽혔다. 그만큼 다이아몬드 교수 특유의 유려한 이야기체가 돋보인다.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가 다르지 않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찬란한 실패담으로 서막을 연다.

"스물한 살이었을 때 나는 학자로서 혹독한 위기를 겪었다… 1959년 6월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생물리학회에 참석한 후 내 사기는 더욱 꺾였다… 동시통역사가 되려고 쓸개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를 포기할까 고민한 사람이 세계 역사에 또 있겠는가…"

얼굴 윤곽이 하얀 털로 덮인 인자한 노교수가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려진 20년 된 넥타이를 매고 왔다. 링컨 대통령을 닮았다고 하자 "존경하는 리더"라며 흐믓해했다. 그는 현재도 UCLA에서 학부생들에게 지리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은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인터뷰 도중 위층에서 피아노곡 라보엠이 들려오자, 잠시 말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했다.

6개국 언어와 피아노 실내악 연주에 능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언어학자이기도 한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한글을 꼽는다. 한글의 우수성에 비하면 영어의 문자체계는 형편없을 정도라고./사진=오종찬 기자
6개국 언어와 피아노 실내악 연주에 능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언어학자이기도 한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한글을 꼽는다. 한글의 우수성에 비하면 영어의 문자체계는 형편없을 정도라고./사진=오종찬 기자
-다이아몬드라는 성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총 균 쇠'의 작가가 다이아몬드라니,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제 아버지는 러시아에 지배를 받던 루마니아 북동쪽 나라 ‘몰도바' 출신입니다. 미국에 이민 오면서 그 관문인 엘리스 아일랜드 이민국을 통과했지요. 아버지의 성은 ‘스피릿(spirit)'을 뜻하는 ‘뒤마인’이었는데, 이민국 직원이 ‘다이아몬드?' 하더니 그렇게 적어버렸답니다. 졸지에 다이아몬드 가문이 시작된 거지요(웃음)."

-저는 사실 ‘대변동'의 사려 깊은 기술 방식과 그 아름다운 문장에 매료됐어요. ‘다이아몬드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첫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마이클 셔머(과학 저널 ‘스켑틱' 편집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친절한 이야기꾼이 되기로 한 것은 선생의 의도인가요?

"(환하게 웃으며)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쓰는 훈련이 돼 있었어요. 어머니가 언어학 교수였기 때문에 3살 때부터 가르침을 받았지요. 재미있고 명료하게 쓰도록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쓰지요?

"컴퓨터로는 못 씁니다(웃음).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인 샤프(누르면 심이 나오다니요!)로 써요. 여기 이 노란 종이에. 제가 쓴 걸 읽고 녹음하면 비서가 그걸 타이핑하죠. 책 한 권을 쓰는 데 평균 5년~7년 정도 걸립니다."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노동으로 ‘총균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대변동' 같은 문명사의 역작이 완성됐다는 게 놀라웠다. 지식 세계의 다이아몬드 광산은 어떻게 발견되고 채굴되는 것일까.

-일곱 국가의 위기를 분석한 최근작 ‘대변동’의 스토리는 2016년에 출간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라는 책의 챕터4에 얼마간 소개돼 있더군요.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장에서요. 모든 지식 콘텐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사전에 설계합니까?

"미리 계획하지 않아요. 이전 책을 쓰다가 머리에 깊이 남는 걸 본격적으로 다루지요. 문명 붕괴의 문제는 20살 때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한 책에서 충분치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편입니다. 지금은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파고 있어요."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를 비교 완성한 대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를 비교 완성한 대작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문명을 다룬 선생의 스펙터클한 저작들이 부드럽고 사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총 균 쇠'는 뉴기니의 해변을 걸으며 한 흑인 정치가가 선생에게 했던 질문, "왜 백인들은 세계를 지배했고, 흑인들은 그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했을까요?"에 대답하기 위해서 출발했지요. ‘대변동'도 선생이 젊은 날, 케임브리지의 생리학 실험실에서 ‘다 포기할까?’라는 진로의 위기에서 시작합니다. 흥미로운 건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고, 감정이입이 된다는 거지요.

"맞습니다. 저는 거시적 역사를 기술할 때도 개인을 매우 중요시해요. 읽는 사람이 자기 일처럼 느낄 수 있도록 자전적 경험을 녹여냅니다. 국가 위기를 분석하기 위해서, 저는 어린 시절 겪었던 ‘보스턴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부터 이야기했어요. 그 사건은 많은 미국인에게 충격이었고 긴급 심리 치료 기법이 도입된 전환점이었어요. 개인과 국가의 위기는 많은 점에서 유사해요. 청년 시절 겪은 나의 학문적 위기나 중년 시절 겪은 이혼의 위기도 그렇습니다. 여러 사건을 비교해서 복안의 눈으로 보면 시야가 놀랍도록 넓어지지요."

-그렇다 해도 쓸개에서 시작해 조류를 거쳐 인류까지, 학문적 여정이 넓어지고 있는 광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미소지으며)달라 보여도 공통점이 있어요. 내가 연구한 모든 학문의 중심엔 비교가 있어요. 나는 케임브리지에서 쓸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실험실 과학은 무조건 A실험군과 B대조군을 비교해서 계량적으로 입증합니다. 하지만 새를 연구하기 위해 뉴기니로 갔을 땐 환경을 통제할 수 없더군요. 천적을 없앨 수도 없고 그건 또 비윤리적인 행위거든요. 그래서 어떤 새가 번성한 곳과 멸종한 곳의 환경을 비교 연구했어요.

그 뒤 새 관찰에서 배운 자연관찰법을 역사에 응용했습니다. 가령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를 비교했더니 지리적 요인이 컸어요. 대체로 온대 국가의 반도국이 열대 국가나 내륙국가보다 부유합니다. 문명사회 이후 제도라는 변수를 무시할 수 없더군요. 한국과 북한은 같은 나라지만 분단 이후 경제 발전에서 극적인 차이를 드러냈어요. 그건 다른 제도 때문이었어요. 여하튼 특이점은 제가 쓸개와 새의 방법론인 비교를 문명과 역사에 적용했다는 거죠(웃음)."

그는 5천만 한국 인구는 잠재력이 크니, 무엇보다 여성 인재를 낭비하지 말고 양성평등을 이뤄낼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사진=오종찬 기자
그는 5천만 한국 인구는 잠재력이 크니, 무엇보다 여성 인재를 낭비하지 말고 양성평등을 이뤄낼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사진=오종찬 기자
-한발 더 나아가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를 수평으로 놓고 비교한 것도 획기적입니다. 모든 게 아내 덕분이었다고요?

"맞습니다(웃음). 저는 지난 60년간 여섯 개의 언어를 쓰며 여러 나라에서 살았어요. 독일, 칠레, 호주, 인도네시아, 핀란드… 신기한 건 내가 가는 나라마다 위기를 겪었다는 겁니다. 깜짝 놀랐어요. 혹시 내가 위기인가(웃음)? 찬찬히 따져보니 사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더군요. 그 시점에 임상 심리치료사인 아내가 영감을 줬어요. 아내는 이혼, 질병 등 극심한 삶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개인을 상담하면서 몇 가지 회복 요법을 씁니다. 그 기법을 국가 위기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책에서 위기 극복의 핵심 요인을 12가지로 제시했다. 위기 인정, 책임 수용, 해결할 것과 놓아둘 것 정하기, 외부에서 도움받기, 좋은 본보기 찾기, 자아 강도, 정직한 자기 평가, 인내 등등.

내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치료를 받고,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해결의 책임을 맡게 된다. 뼈아프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과 능력에 대한 정직한 자기 평가도 필요하다. 국가도 마찬가지. 예컨대 위기를 벗어나는 데 개인의 자아 강도와 자존감이 중요하듯, 한 국가의 국민성과 정체성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소련의 공격으로 혹독한 겨울 전쟁(1939년)을 치른 핀란드와 서구의 압력으로 문호를 개방한 메이지 시대 일본이 이 절차에 따라 적절하게 위기에 대응했다고 설명한다. 일본은 서구의 신무기와 기술을 신속하게 받아들여 강대국 대열에 섰고, 핀란드는 모든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고 엄청난 손실을 입었지만, 인구가 40배나 많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고 외교를 탄탄히 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 따르면 위기는 갑자기 오는 것도 아니며 오랫동안 쌓인 압력이 폭발할 때 닥친다. 갈등이 누적된 부부는 이혼하기 마련이고,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이 축적되면 쿠데타가 일어난다. 통상 개인은 평생 서너 번 정도, 국가는 수 세기 간격으로 위기를 맞는다.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기에, 핀란드는 정부에 위기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고./사진=오종찬 기자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기에, 핀란드는 정부에 위기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고./사진=오종찬 기자
-제시하신 12가지 요소로 과거의 제 위기도 분석했습니다. 약한 듯 강한 자아 강도가 핵심 인자더군요(웃음). 선생이 보기에 이 12가지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요?

"다 중요하지만 일단은 첫 과정부터 밟아야겠지요. 스텝1 위기 인정, 스텝2 책임 수용, 스텝3 당장 고칠 것 정하기. 하지만 국가에 따라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있어요. 메이지유신 시대 일본은 12가지 중 ‘본보기 찾기’를 잘했어요. 신문물을 받아들일 때 군대, 해운, 교육 분야에 맞게 미국과 유럽에서 각국의 가장 좋은 기술과 제도만 쏙쏙 뽑아 받아들였죠. 미국도 지금 그런 본보기 국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무엇을 배우려들까요?

"물론 미국은 위기를 인정하지 않아요. 정직한 자기 평가가 시급합니다. 자세를 더 낮춰 부유한 민주주의 서방국에서 배워야 해요. 캐나다에서는 이민 정책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선진 정치를. 특히 공교육 부문에서는 한국과 일본에서 배워야죠. 미국 공교육은 최악입니다."

-미셸 오바마 자서전 ‘비커밍'에서 봤습니다. 빈곤 지역의 공교육이 심각하더군요.

"최고 교육기관인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프린스턴 등은 매우 훌륭합니다. 초중고 시스템은 달라요. 좋은 학교는 10% 정도고, 90%는 거의 버려진 학교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초중고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한국인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거든요(웃음).

"하지만 한국은 교사의 지위도 연봉도 높은 편이지요.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가 되려고 경쟁하지 않습니까? 미국은 우수한 학생은 교사를 지망하지 않아요. 교사 연봉도 매우 낮죠. 미국의 망가진 공교육 시스템과 비교하면 한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당면한 한국의 가장 큰 위기는 무어라고 보십니까?

"국경을 이웃한 북한이지요."

-책에서 소련과 대결했던 핀란드가 남 일 같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을까요?

"핀란드는 독특한 언어와 건축 양식을 지닌 작은 국가예요.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소련과 싸워 독립을 지켜냈지요. 그 뒤 혹독한 자기 평가를 거쳤고, 전쟁을 막기 위해 국경을 맞댄 러시아의 예민한 비위를 맞춰갔습니다. 핀란드인들은 내각의 관리, 하위 공무원까지 러시아와 적극적인 대화를 해나갔습니다.

최전선의 실무진부터 먼저 러시아에 속내를 터놓았고, 두 나라 사이엔 의심이 없어졌죠. 한국도 다르지 않아요. 북한이라는 위기를 넘기려면 아래에서부터 대화해야죠. 요란한 선전은 중요하지 않아요. 만날 때마다 떠드는 건, 그만큼 대화가 없다는 거죠. 실무진부터 자주, 터놓고 만나는 게 평화를 위한 외교의 전부예요."

그는 컴퓨터 대신 손으로 직접 책을 쓴다. 한 권 작업하는 데 5~7년이 걸린다고./사진=오종찬 기자
그는 컴퓨터 대신 손으로 직접 책을 쓴다. 한 권 작업하는 데 5~7년이 걸린다고./사진=오종찬 기자
-현재 한국은 내부의 이념 갈등 문제도 심각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이념 대립은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은 물론 영국, 호주, 이탈리아도 심각하더군요. 심화한 불평등과 그로 인한 좌우 갈등은 전 세계적인 문제예요. 이럴 때 리더는 국가 정체성을 중심으로 좌우를 단합시켜야 합니다. 당신들은 한글이라는 세계 최고의 문자를 만든 민족 아닙니까? 36년이라는 일제 식민지를 겪고도 경제 대국을 이뤄낸 민족이지요. 차이보다 그런 저력과 정체성을 강조하면 좌우 갈등을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일본과 한국 관계도 날이 서 있습니다. 해법이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예요. 일단 폴란드와 독일을 봅시다. 제 아내가 폴란드계 미국인이라 그들의 마음을 좀 압니다(웃음). 오랫동안 독일 지도자들은 과거 나치의 행위를 형식적으로만 사과했어요. 그런데 1970년 겨울 기적이 일어났어요.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나치 피해자 위령탑 앞에서 들고 있던 대본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었어요.

자신들의 얼마나 잘못했고, 그 일에 대해 얼마나 미안해하는지를 고백한 거죠. 브란트 총리의 진심 어린 사과에 폴란드인의 마음이 움직였어요. 그 뒤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회복됐습니다. 독일은 지금도 자국 어린이들에게 강제수용소와 생존 유대인의 이야기를 듣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

-얼마 전 만난 슈뢰더 전 총리도 같은 말을 하더군요. 독일과 일본은 2차 대전 전범 국가지만, 도덕적 위상을 세운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로 비교됩니다. 혹 아베 총리를 만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조언하시겠습니까?

"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웃음). 독일과 일본은 문화적인 차이가 큰 편이지요."

-그런 면에서 독일은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 리더의 ‘지적인 낙관주의'와 ‘인내’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준 놀라운 국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맞습니다. 어떤 면에서 독일과 미국은 양극단의 다른 국가예요.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위험이 거의 없어요. 반면 독일은 15개가 넘는 접경지대에, 프랑스, 러시아 등은 물론 바다 건너 영국과도 긴장이 있지요.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비슷하면서 강대국 때문에 운신의 폭도 좁아요.

다행히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리더가 다 훌륭했어요. 빌리 브란트, 슈뢰더, 메르켈까지. 만약 일본의 리더도 빌리 브란트처럼 난징 대학살 현장에서, 한국의 종전 피해자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한다면 일본의 지위는 달라질 텐데 말입니다."

‘대변동’은 오래도록 읽힐 빅히스토리기 때문에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사진=오종찬 기자
‘대변동’은 오래도록 읽힐 빅히스토리기 때문에 트럼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사진=오종찬 기자
-선생이 ‘문명의 붕괴'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과거 문명은 황금기에서 급속히 추락했어요. 엘리트 리더들이 나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라고요. 대체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대개의 리더는 장기적 안목보다 당장의 이익과 다음 선거에만 목을 매죠. 안타깝지만 최근의 미국 대통령도 그의 직위가 부의 수단이 되고 있어요. 과거를 돌아보면 트루먼 대통령(1945년~1953년)은 책상 위에 우표도 두 종류로 구분했어요. 하나는 공식 서한, 하나는 개인용 우편물. 퇴임 후엔 기사도 없이 검소하게 지냈습니다.

리더의 스타일은 그 나라의 전통과도 관련이 있어요. 싱가포르 정치인은 청렴하기로 유명하죠. 공직자에 대한 대우가 좋아 부패 유혹이 적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딸과 사위까지 축재로 악명이 높아요(웃음)."

-문득 궁금합니다. 현재는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선생의 방식대로 ‘과거에서 배운다’는 방법이 정말 유익할까요?

"과거는 느리고 현재는 빠른 것 같지만, 사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과거나 현재나 비슷합니다. 비슷한 골칫거리를 안고 살지요. 종교를 맹신하고 이기적이며 정치적 갈등에 휘말려 있어요. 우리가 프랑스에서 4만 년 전에 그려진 동굴 벽화를 이해하는 건 그 시대 사람들과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아서예요. 과거는 좀 더 일찍 온 현재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헤매다 결국 뉴기니의 전통 사회에서 그 답을 찾았다는 책 ‘어제까지의 세계(2013년)'가 떠오르네요. 뉴기니에서 조류학자로 살았던 경험이 선생의 삶에 여전히 영감을 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맞아요. 나는 지금도 18개월마다 한 번씩 뉴기니에 가요. 뉴기니 사람들과 함께 다니며 새를 관찰합니다. 그곳엔 흥미로운 새와 열대 우림이 가득해요. 뉴기니 사람들은 우정을 중요시해요. 휴대폰도 라디오도 없지만, 얼굴을 보고 대화하죠. 필요한 물건은 다 만들어서 씁니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은 뉴기니 사람들이 위험에 대처하는 법이나 자녀 양육법을 배웠으면 해요. 나는 50살에 쌍둥이 아들을 낳았는데, 뉴기니에서 배운 데로 키웠죠(웃음)."

-뉴기니 스타일의 양육법이란 어떤 형태죠?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주는 거죠. 자유를 주고 놓아 키웠어요. 요즘 미국 부모들도 중국식 타이거 맘, 헬리콥터 맘이 많아요. 부모들은 시간 스케줄을 짜고 아이 매니저로 살고 있어요. 저는 뉴기니 스타일대로 최대한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했어요.

그랬더니 큰아들 맥스는 3살 때 뱀과 사랑에 빠졌죠. 한 마리씩 집에 들이더니 나중엔 개구리, 도마뱀, 거북이까지 147마리가 집에 함께 살았어요(웃음). 그 아이는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 학교를 나왔어요. 요리사가 될 줄 알았더니 32살에 환경문제를 연구하겠다며 과학대학원에 진학하더군요."

그의 문명 3부작 시리즈.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그의 문명 3부작 시리즈.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선생의 인생만큼 맥스의 인생도 흥미롭게 펼쳐지겠네요! 미래의 AI시대에도 인간은 과거와 똑같은 걱정을 하며 살 거라는 말에도 왠지 안도가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 노인을 대하는 법, 분쟁과 건강 등등. 정말 앞으로도 삶이 크게 바뀌지 않을까요?

"인류는 전화기, 자동차가 없던 지난 수만 년 동안에도 똑같은 걱정을 해왔어요. AI시대도 분명 같은 걱정을 하며 살아갈 겁니다. 양육 스타일도 그래요. 과거엔 체벌이 당연시됐지만, 지금은 금지됐죠. 비스마르크의 명언을 기억하세요. "한 세대가 금지한 것을 다음 세대는 허용할 것이다." 방법론은 세대마다 왔다 갔다 할 겁니다.

스마트폰도 그래요. 세계를 연결했지만 직접 소통을 줄여서 사회성 결여 문제가 생겼어요. 일본의 결혼율이 급감한 것도 직접 소통력이 부족한 성인들이 양산됐기 때문이지요. 새로운 걱정거리는 과거로의 회귀를 촉구합니다. 결국 원초적인 삶에서 인간은 크게 변할 수 없을 겁니다."

-‘총 균 쇠'로 퓰리처상을 받으셨어요. 그 책은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간 책으로 유명한데, 얼마 전 저는 한 홈리스의 쉼터에서도 그 책을 봤습니다. ‘총 균 쇠'가 이 세상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금까지 문명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적인 시선을 교정해줬지요. 유럽의 백인이 이 세계를 지배한 건 두뇌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지 환경적으로 그들이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요. 지리적인 이점으로 농경, 가축화가 가능했고, 그 확장이 무기, 병균, 금속이라는 문명의 도구를 낳았죠. 빌 클린턴이나 토니 블레어 등 지도자들도 ‘총 균 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요."

”다음 책은 리더십에 대한 겁니다. 5년만 기다려주세요.”/사진=오종찬 기자
”다음 책은 리더십에 대한 겁니다. 5년만 기다려주세요.”/사진=오종찬 기자
-역시나 비교사적인 통찰이 빛을 발하더군요. ‘인류는, 나는 어디서 왔나’에 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하하. 언제나 비교는 나의 힘이지요. 저는 정말 독특한 학문 배경을 가졌어요. 실험실 생리학자로 매일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다, 지리학과 역사학으로 이동한 경우는 전 세계 유례가 없을 겁니다."

-비교하면 개인의 위기도 지혜롭게 풀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위기 상황에서는 항상 비교해야 해요.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죠. 비슷한 처지의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지금의 아내 마리와 결혼 전에 나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어요. 당시에 친구 5명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미 깨진 친구, 회복된 친구, 위기를 겪고 있는 친구. 그들을 통해 여러 샘플을 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학문적 위기는 없었습니까?

"1959년에 생리학을 그만두고 동시통역사가 되려고 했어요(웃음). 책에 썼듯이 6개월만 더 노력해보고 결정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지요. 1980년에 케임브리지에서 실험실 기전 연구를 계속하려 했지만, 쓸개에서 장기 전체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2002년 하버드 의대에서 지리학으로 자리를 옮길 때도 위기였죠. 그때마다 도움을 줬던 게 바로 1959년에 겪었던 첫 위기였어요. 과거의 내가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떠올리면 자신감이 생겼거든요(웃음)."

-유발 하라리, 스티븐 핑커와는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나요?

"하라리는 ‘총 균 쇠'에서 ‘사피엔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더군요(웃음). 국제 대회 패널로 자주 만납니다. 스티븐 핑커와는 그의 미국 동부의 별장에서 부부와 함께 휴가를 보내곤 하죠."

-그들이 영감을 주기도 합니까?

"아니요. 나에겐 주제 그 자체가 영감입니다. 오히려 LA 협곡에서 새들을 관찰하면서 배우죠(웃음)."

-여러 문명을 통찰한 빅 히스토리의 대가로 선생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낙관합니까?

""세계는 다 글렀어!"라고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되죠. 저는 ‘문명의 붕괴'를 쓰고 이어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썼어요. 지금 32살인 나의 쌍둥이 아들들이 살아갈 2050년을 기대하면서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더 나아지길 바라서죠. 비록 부정적인 요소가 있어도 우리는 낙관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붕괴할 수도 있으니 이 세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역사에서 배워야죠. 우리는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21세기의 다윈이다,라는 평가에 동의하나요?

"아니요. 다윈은 진화론을 주장했고 발전시켰어요. 저와 공통점이 있다면 특정 문제를 깊이 연구했고, 그걸 책으로 잘 풀어냈다는 것뿐. 과학자가 대중을 위해 친절하게 서술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버드 교수인 아버지와 언어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런 환경에서 무엇이든 배우기 좋아했다고 한다./사진=오종찬 기자
하버드 교수인 아버지와 언어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레드 다이아몬드. 그런 환경에서 무엇이든 배우기 좋아했다고 한다./사진=오종찬 기자
-마지막으로 선생처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첫째 데이터를 취합해서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야 해요. 둘째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야죠. 셋째 에너지가 많고 우울증이 없고 건강하며 저녁이 행복해야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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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9/2019110900105.html

"한글 만든 저력이면 좌우 갈등도 이겨낼 수 있어"


조선일보
                         


입력 2019.11.01 03:00

'재러드 다이아몬드'

국가 위기 극복 방안 분석한 신작 '대변동' 출간 기념해 한국 찾아
"여성에 대한 불평등 해결이 국가 번영으로 가는 포인트"
"과의 일회성 만남 홍보보다는 지속적인 대화 유지에 주력해야"

"한국좌우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는 말에 재러드 다이아몬드(82)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정치의 양극화가 문제라는 것이 흥미롭다. 전 세계적 현상인 것 같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이를 헤쳐나가려면 온 국민이 긍지로 여길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경우 세종대왕이 창안한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를 가진 민족이 없다는 것,
오랜 식민과 6·25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민족의 저력 등이 답이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문명 간 불평등환경적 차이로 분석해 전 세계 500만부 넘게 팔려나가고,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의 저자.
하버드 학부에서 인류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진화생물학, 생태학, 언어학 등 각종 학문을 넘나드는 '박식가(polymath)'다.

미국, 일본, 핀란드 등 7개국 사례를 통해 국가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한 신작 '대변동'을 출간한 뒤 방한한
그는 30일 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이 만일 생산성을 30% 더 개선하고 싶다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면 쉬울 것”이라고 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한국이 만일 생산성을 30% 더 개선하고 싶다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면 쉬울 것이라고 했다. /이태경 기자

좌우 갈등뿐 아니라 · 갈등도 심하다. 북한과의 관계도 갈수록 꼬인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한국은 이미 번영했는데 여기서 더 번영하고 싶다는 건가?(웃음).


중국북한이라는 공동의 라이벌을 둔 한·일이 관계가 불편한 건 비극이다.

일본은 피해 국가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 꿇고 사죄한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에게 배워야 한다.


남북문제에 관해서는 핀란드가 참고가 될 것 같다.

핀란드러시아와 끊임없이 대화했지만 그를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게 진행했다.

북한과의 만남이 늘 일회성에 그쳤으면서도 이를 홍보하는 데만 주력해 온 한국

지속적인 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핀란드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

당신의 책 '대변동'에서 현대 일본의 위기 요인 중 하나로 여성 차별, 출산율 급감, 고령화를 짚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동의한다. 그런데 출산율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한국일본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자원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데,

인구가 줄면 이를 먹여 살릴 자원 수입 부담도 줄어드는 거라 꼭 단점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인구가 줄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데 남한의 5000만 인구는 고등 교육을 받은 양질의 인구다.

4000만이 된다 해도 제3세계 국가의 1억3000만 인구와 비교가 안 된다.

인구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인 '··'의 한국어판 서문에선 한글의 우수성을 칭찬했다.

조선일보는 창간 100주년 기획으로 한글 관련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글이 왜 훌륭하다고 생각하나.

"훌륭하니까! 세상엔 '최고의 문자 체계'와 '형편없는 문자 체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한글이야말로 최고의 문자 체계다. 완벽하게 설계됐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음가를 이룬다는 점이 그렇다.

영어만 해도 '총(gun)'이라 하면 알파벳 세 글자가 모여야 하는데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모인 단 한 글자로 0.001초 만에 그 뜻을 알아볼 수 있다.


사실 1997년 '총·균·쇠'를 쓰려고 준비하기 전까지는 한글에 대해 전혀 몰랐다.

책을 준비하다가 이런 문자가 있다는 걸 알고 그 완벽한 체계에 놀랐다."

팔순이 넘은 다이아몬드는 아직도 종이에 0.7㎜ 굵기의 샤프펜슬로 글을 쓴다.

그가 이용하는 유일한 디지털 기기는 4년 전 구입한 아이폰.

"아내가 연락이 안 되니 답답해 미치겠다며 사라고 명령했다.

전화 걸고 받고, 문자랑 이메일을 보낼 순 있는데 사진 촬영과 인터넷 검색까지는 안 하 고 있다."

시간 정해 글을 쓰는 '회사원형 저술가'는 아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산책하며 새를 관찰하고, 여섯 살 때부터 연마해 수준급인 피아노를 치고,

아내와 대화하는 틈틈이 글을 쓴다고 했다.

다음 책은 구상하고 있나.

"물론.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의 리더십에 대한 것이다."

언제쯤 나올까.

"5~6년 후쯤. 내 모든 책은 집필에 5~7년 걸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1/2019110100143.html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 "한국,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는 게 중요"


  • 뉴시스
             
입력 2019.10.31 14:34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기자간담회
'대변동'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기자간담회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비해 약소국이 틀림없다. 역사적으로 핀란드는 러시아와 서구 사이에 껴있었다. 그 사이에서 양쪽의 말을 듣고 왔다갔다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의 상황과도 그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을 택하느냐 미국을 택하느냐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한국의 이해관계,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재러드 다이아몬드(82)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는 31일 이화여고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중관계에 대한 한국의 해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으로 꼽힌다. 문화인류학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했다.
지난 5월 출간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김영사)는 60년 문명연구의 결정판이다.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 등 이전 역작과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집중했다. 국가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 등 전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다뤘다.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24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며 "당시 한글 책에 대한 관심때문에 왔었다. 그 이후에 한글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좋아져서 계속 오게 됐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에 쓸 수 있는 선물을 사가지고 돌아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가장 큰 위기·문제는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인 북한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 문제를 훨씬 더 많이 고민했을테니 생각하지 못한 걸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본보기를 말하려고 한다. 한국과 유사한 위기를 겪었던 나라가 핀란드"라고 설명했다."핀란드는 한국처럼 위험 국가를 이웃국가로 두고 있다. 바로 러시아"라고 전했다. "소련 시절 핀란드는 소련을 바로 옆에 두고도 아주 오랫동안 독립국가를 유지했다. 그건 오랜기간 소련과 항상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고위직에서 끝난 게 아니라 하위 공무원까지 각각 직급에 맞는 러시아 상대편을 만나서 대화를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국민들에게 선전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화해나가는지 몰랐다."
그는 "실질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핀란드의 속내가 어떤지 소련이 알 수 있었고, 러시아에서는 핀란드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을 한국도 배우면 어떨까 싶다"고 조언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데, 아무도 모르게 물밑에서 진행하고, 고위직뿐 아니라 하위급 담당자까지 북한의 상대방까지 만나서 대화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한국의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핀란드는 속을 알 수 없는 러시아를 강대국을 옆에 두고서도 오랫동안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일 관계의 회복, 과거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한국과 일본을 같이 바라보는 입장에서 항상 양국의 관계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관계가 계속 나빠지는 것을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위험을 동시에 갖고 있다. 내가 일본한테 사죄하라고 명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본보기를 제시하는 역할에 그친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앞으로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단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 자체가 거대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심각한 과오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고 짚었다.

이어 "공산 국가는 의사 결정이 빠르지만 단점이 있다"며 "민주주의 국가는 정부가 뭔가 해서는 안 될 짓, 나쁜 짓을 하게 되면 시민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결국은 정부가 이것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독재국가에서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정부가 나쁜 길로 가고 잘못을 저질러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스스로를 '신중한 낙관주의자'라고 표현한다. 책에서 위기를 나열하는 것도 비관주의를 퍼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재의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해야 선택과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 "큰 과오가 두 가지 있다"며 "교육 시스템을 닫아버리고 교사들까지도 농부와 같이 일하게 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정책은 한국과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하자고 해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경제정책 실패로 인해 3000만명이 아사하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한국 지도자가 아무리 나쁜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어도 우리는 중단시킬 수 있는 민주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쫓아낼 수도 있는 제도가 바로 민주주의다. 독재로 흘러가고 있는 중국은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위기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보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때가 많다.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갑자기 이혼하지 않는다. 서로 문제가 있었어도 방치하고 있다가 더이상 못 살겠다고 하고 뛰쳐나간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기 전에 예방 조치를 해야 하는데, 나는 너랑 안 맞으니까 하면서 돌아선다."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가 출간될 때 다른 것을 하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리더십'이라는 주제도 재밌을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경제, 종교, 스포츠 등의 리더십에 대해 쓰게 될 것 같다. 내년 1월쯤 미국에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리더십을 주제로 강의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학부생들 반응을 보려고 한다. 이상하게 가고 있으면 아이들이 지적해준다. 그걸 바탕으로 해서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86살이나 88살 때 다음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1/20191031016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