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99%의 패배자

colorprom 2019. 10. 31. 16:18



[일사일언] 99%의 패배자


조선일보
                         
  • 이주희 EBS PD·'생존의 조건' 저자

 

입력 2019.10.31 03:00

이주희 EBS PD·'생존의 조건' 저자
이주희 EBS PD·'생존의 조건' 저자

춘추전국시대묵자라는 사상가가 있었다.
그는 모두가 부국강병과 무한 경쟁을 주장하던 난세에
'겸애(兼愛)', 즉 보편적 사랑을 주장하고 전쟁을 반대한 이상주의자였다.

이를 답답하게 여긴 이가 묵자 사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선생님의 주장이 아름답긴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봤을 때 북방의 제나라나 진나라, 남쪽의 초나라나 월나라는
전쟁을 통해서 영토를 넓히고 국력 역시 강성해졌습니다.
그러니 침략 전쟁을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입장에서는 전쟁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닙니까?"

매우 상식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무한 경쟁을 하는 시대에 사랑과 평화만 외치다가는 굶어 죽기 십상이다.

하지만 묵자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전쟁이라고 비유해서 생각해봅시다.
이 세상에는 몇 천 개에 달하는 나라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서로 전쟁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 4개의 나라만 이익을 얻고
그 밖의 몇 천 개 나라와 백성들은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는 마치 내가 의사이고 약을 처방했는데
약을 먹은 1만 명의 사람 중 단 4명만 병이 나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병이 깊어지거나 심지어 죽어나가죠.
이 약을 좋은 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칼럼 관련 일러스트

무한 경쟁을 찬양하고 부국강병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사물의 한쪽 측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에겐 승리한 사람의 영광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공정하게 살펴보면 승리한 사람은 극소수다.

99%의 사람들은 무한 경쟁의 패배자일 수밖에 없다.


이건 결코 대다수가 어리석고 무가치해서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99%의 패배자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무한 경쟁의 본질이다.

따라서 1%를 제외한 99%가 패배자가 되는 시스템은 수많은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셈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비현실적인 주장을 일삼는 자들은 평화를 외치는 묵자가 아니라, 무한 경쟁의 신봉자들이 아닐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1/2019103100205.html

'세상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地下權  (0) 2019.10.31
[인내][543] 습인책노 (習忍責怒) (정민 교수, 조선일보)  (0) 2019.10.31
아침을 긍정의 마음으로 (CBS)  (0) 2019.10.31
세상은 기적 (CBS)  (0) 2019.10.31
두 갈래 길 (CBS)  (0) 2019.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