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0.23 13:30
최근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화폐 대신 담배와 식료품을 주유소에 제공하고 차량에 기름을 채우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진풍경이다.
2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주유소는
2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한 주유소는
쌀과 식용유, 담배, 주스 등 식료품과 생필품을 짊어지고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 시민은 자신의 차량에 기름을 가득 채워넣으며
"담배 한 개비를 내고도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유소 직원은
"베네수엘라는 지금 험난한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서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물물교환은 화폐가치와 기름 값이 지나치게 낮으면 가능한 일이다.
최근 베네수엘라는 연 100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화폐가치가 휴지조각으로 격하했다.
이 때문에 어떤 상점에서도 현금을 받으려하지 않으며 아무도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또 석유 가격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주유소 직원들은 가격표 없이 기름을 채워주고 있다.
AP통신은 이 같은 물물교환 시스템이 베네수엘라의 혼란을 드러내는 또다른 징후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 이후 5년 만에 경제가 반토막나고 물가상승률이 치솟으면서
전대미문의 경제난에 빠졌다.
마두로 정권이 저유가로 재정 수입이 크게 줄자 긴축 재정 대신 시중에 돈을 마구 풀어대고
그 와중에 무상복지 정책을 남발한 탓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의 독재로 정치적 혼란까지 초래하면서 병원 등 사회 인프라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민 평균 몸무게가 11kg 이상 감소했고, 전체 아동 절반 가량이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나라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최근 5년 동안 국경을 넘어 탈출을 시도한 국민 수는 40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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