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0.16 03:11
"아무 조건도 없습니다. 저는 미래의 왕 앞에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셰나르는 그 말을 듣자 취한 듯 몽롱해졌다.
히타이트와의 비밀 동맹은 치명적인 독처럼 효과적인 동시에 위험한 것이었다.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고 이집트의 힘도 약화시키지 않되
람세스를 무너뜨리는 데만 그 독을 사용해야 한다.
공중곡예 같은 짓이었지만, 셰나르는 자기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ㅡ크리스티앙 자크 '람세스' 중에서.
1996년에 발행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는 이집트를 지배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생애를 역동적으로 펼쳐낸다. 둘째 아들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선왕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장남 셰나르 대신 람세스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순응하는 척했지만 셰나르는 음모와 저주를 일삼으며 동생을 해치울 계획에 골몰한다. 그의 가장 큰 악행은 자신의 조국, 이집트를 호시탐탐 노리던 적국과 손잡은 것이다. 셰나르는 자신이 왕이 되기만 한다면 국력이 아니라 화려한 언변과 현란한 사교술로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람세스만 없애준다면 이집트를 집어삼키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판단한 히타이트는 어리석은 셰나르가 왕이 되는 것을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ㅡ크리스티앙 자크 '람세스' 중에서.
1996년에 발행한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는 이집트를 지배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생애를 역동적으로 펼쳐낸다. 둘째 아들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선왕은 국가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 장남 셰나르 대신 람세스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순응하는 척했지만 셰나르는 음모와 저주를 일삼으며 동생을 해치울 계획에 골몰한다. 그의 가장 큰 악행은 자신의 조국, 이집트를 호시탐탐 노리던 적국과 손잡은 것이다. 셰나르는 자신이 왕이 되기만 한다면 국력이 아니라 화려한 언변과 현란한 사교술로 평화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람세스만 없애준다면 이집트를 집어삼키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판단한 히타이트는 어리석은 셰나르가 왕이 되는 것을 돕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역모는 발각되지만 유배지로 쫓겨 가다 탈출한 셰나르는 다시 반란군을 모은다. 하지만 그의 호언과 달리 람세스를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동맹 부족들은 원망을 퍼붓는다. "당신은 우리를 배신했소. 우리를 불행에 빠뜨렸소. 당신은 거짓말을 했소." 셰나르는 한편이라 믿었던 자들이 분노하며 쏜 화살 열 발을 맞고 비참하게 죽는다. 이후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람세
스는 이집트를 번영의 길로 이끈다.
과거의 역사,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적 앞에 무릎을 꿇고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편 가르고 이용하고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생중계조차 허락하지 않는 평양으로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을 보냈다. 안전은 보장되는 것인지. 매일 매 순간, 눈앞에서 위태롭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역사가 되는 시간을 살고 있다.
과거의 역사,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적 앞에 무릎을 꿇고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편 가르고 이용하고 배신하는 것도 모자라 생중계조차 허락하지 않는 평양으로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을 보냈다. 안전은 보장되는 것인지. 매일 매 순간, 눈앞에서 위태롭게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역사가 되는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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