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통령, 시리아서 미군 철수하자 국경 지역 쿠르드족 민병대 공격 EU는 난민 방출한다는 터키 위협에 美는 터키의 NATO 잔류 원해서 러는 터키의 軍협조 원해 제재 못해
터키가 지난 9일부터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족 민병대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북부 국경 480㎞, 폭 32㎞의 시리아 영토를 '안전지대'로 설정했어요. 터키에 들어온 시리아 난민을 이곳에 이주시키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자국 영토를 확대한 셈이죠.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터키가 원하는 바를 모두 얻는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어요.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는 미국과 함께 최전선에서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수행했죠. 그렇지만 터키 정부는 쿠르드족 민병대를 자국 내 분리주의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테러리스트로 취급해왔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자 터키 남부 국경과 맞닿은 시리아 북부를 침공해 쿠르드 민병대를 제거하기로 하고, 지금 같은 성과를 거뒀죠.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는 물론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터키의 이익을 챙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왜 국제사회는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저지하지 못했을까요? 에르도안이 터키의 지정학적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외교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혔기 때문입니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0일 발언하는 모습입니다. 에르도안은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터키의 지정학적 가치를 적극 활용해 미국, 러시아, EU의 개입을 막는 외교 능력을 보였어요. /AFP 연합뉴스
EU는 터키가 시리아를 침공해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분노했어요. 그렇지만 EU는 쿠르드족을 지지하는 '말치레', 회의장에서 테이블을 쾅 내리치는 '보여주기' 이상은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EU는 터키가 필요하거든요.
2014년부터 본격화한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민간인 수백만 명이 난민이 됐습니다. 터키는 이 중 대다수인 360만명을 받아들였어요. 난민 대부분은 사실 터키보다 더 안전하고, 나랏돈도 많고, 난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EU 국가로 가고 싶어 합니다. EU도 이런 난민이 실제 몰려올까 걱정하고 있죠. 터키는 지리적으로 시리아와 EU 국가 사이에 있어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며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어요. 터키는 EU가 시리아 침공을 비판하자 "난민 360만명을 EU 국가로 보내겠다"고 압박했죠. 이는 EU가 감당할 수 없는 시나리오입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터키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있어요. 터키가 미국이 주도하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퇴하길 원하는 러시아의 '큰 그림'을 이루기 위해서죠. 사실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터키 사이가 좋지는 않았어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발칸반도를 지배하고 있을 때, 제정러시아는 발칸반도의 슬라브족들을 지원하며 오스만제국과 싸우도록 했죠. 2차 대전 이후로 터키는 NATO 회원국으로 소련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했어요. 그렇지만 최근 터키가 러시아제 지대공미사일인 S-400을 도입할 정도로 두 나라 관계는 진전됐어요. NATO 회원국인 터키가 미국의 분노를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 방공 시스템을 도입한 겁니다.
러시아는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터키가 필요합니다. 러시아 해군 대부분은 흑해에 갇혀 있습니다. 흑해에서 지중해로 빠져나가는 길은 단 하나, 터키의 보스포루스해협을 지나가는 것뿐이죠. 흑해라는 '유리병 안에 갇혀 있는 신세'를 면하려면 터키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남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IS와의 싸움에서 훌륭한 동맹군이었던 쿠르드족의 운명을 터키 손에 넘겨버리자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했어요. 그렇지만 미국과 터키의 군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쿠르드족의 운명보다 터키를 NATO 회원국으로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에르도안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미국이 나서서 터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싸웁니다. 국제 무대에서 '고립주의'를 펼치는 그는 지난 21일 "석유만 지키면 된다"며 시리아 북부에 남아 있던 미군을 이라크로 철수시켰죠. 에르도안의 시리아 진출에 제대로 맞설 리더는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는 아무 힘이 없어요. 시리아 정부군은 최근까지 벌어진 내전으로 전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터키 정규군을 상대할 전력이 없죠. 쿠르드 민병대가 믿던 미국은 등을 돌렸어요.
미국, 러시아, EU 모두 각자의 이익을 위해 터키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터키가 시리아 영토에 마음대로 들어가 쿠르드족을 공격하면서도 국제사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까닭은 자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죠.
앤드루 새먼·아시아타임스 동북아특파원 기획·구성=양지호 기자
[사설] 트럼프 '혈맹 쿠르드族' 배신, 남 일이라 할 수 있나
조선일보
입력 2019.10.11 03:18
터키가 시리아 국경 지역의 쿠르드족(族)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했다. 5년 전 쿠르드족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IS 격퇴전을 벌일 때만 해도 터키는 쿠르드족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쿠르드족에게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우리 이익이 되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지 주둔 미군 1000여명은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지켜만 보고 있다고 한다. 쿠르드족은 미국을 위해 IS 전쟁에 병력 15만명을 동원했고 1만명 이상이 전사했다. 그 피의 대가가 트럼프의 배신이었다. 배신의 이유도 '돈'이었다.
트럼프의 배신을 보고 많은 전문가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도 돈으로 따지는 사람이다. 한·미 연합 훈련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갑자기 5배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미 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지난해 싱가포르에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싶다"는 뜻의 발언도 연속으로 했다.
미국은 북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SLBM 도발을 했는데도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영국 등이 8일 안보리를 열었지만 미국이 뒷짐을 지는 바람에 북 SLBM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
마저 불발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팔짱을 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정은 쇼'에 정신이 팔린 트럼프가 북 심기를 살피면서 벌어지는 유례없는 현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이 이런 트럼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망상을 키우면서 모험 유혹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우리 안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이 느닷없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하고 나서 '이런 끝없는 전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한국에 대해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은 지난 7일 인터뷰에서 "만일 미국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게 된다면 트럼프가 시리아에서 했듯 일방적으로 철수를 결정해버리는 것이 유일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햄리 소장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고 나서 '내가 한반도에서 평화를 이뤘다'며, '이제 한반도에 핵 전쟁은 없을 테니 주한 미군은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킴으로써 혈맹이었던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헌신짝처럼 버린 지 이틀 만에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 터키가 쿠르드족 공격에 나섰다. 쿠르드족은 지난 5년간 이 지역에서 미국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웠다. 3만5000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하지만 트럼프는 "쿠르드족이 엄청난 양의 돈과 장비를 (미국으로부터) 지급받았다" "우리는 이익이 되는 곳에서만 싸울 것"이라며 미군이 떠나면 터키가 곧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공격한다는 것을 알고도 철군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트럼프가 혈맹을 대하는 법'이다.
트럼프의 시리아 철군 결정엔 글로벌 리더로서의 책임도, 전략적 사고도, 지정학적 고려도, 동맹에 대한 의리도 없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런 충동적 결정이 쿠르드족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주한미군은 일찌감치 트럼프의 철군 희망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만큼 한국이 언제 쿠르드족 신세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들은 이제 외교정책에서 '트럼프 리스크'를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주한 미군 철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종의 터부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논의의 장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급작스러운 시리아 철군으로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8일 사설에서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들은 군사적인 파트너를 이렇게 쉽게 버리는 트럼프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은 "시리아 철군은 동맹국들에 백악관을 믿어선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동맹이 미국을 충직한 동반자로 볼 것이며, 어떤 적이 미국을 단호한 상대라고 두려워하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나 '신고립주의'의 실체는 오로지 미국의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미국 가까이 있는 위협에만 대응해 싸우며, 잘사는 나라의 호구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결의다. 그는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경찰 노릇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고, 미국이 떠난 자리는 "엄청나게 잘사는 역내 다른 나라들이 보호할 때"라고 했다. 이런 인식에 따라 한국은 잘사는 나라라고 규정하며 터무니없이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도 미국 근처가 아니므로 무시해버리는 것도 같은 논리다.
트럼프의 충동적인 시리아 철군 결정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실제로 최근 워싱턴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었다. 이른바 '트럼프 효과'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미·북이 어떤 합의를 이루게 되거나,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할 때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대사도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트럼프가 기대한 만큼의 액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경고로서 주한미군 규모를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다. 그보다 더 심각하고 현실적인 가능성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에서 보았듯 트럼프가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는 '트럼프 리스크'가 작용하는 경우이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미국이 엄청난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손을 떼고 싶어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를 보면, 트럼프는 2년 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맥매스터에게 "그냥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고 미군을 귀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역시 '평화가 왔다고 선언하고 그냥 철군하라는 결정을 내리는'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함으로써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미사일 시험을 계속해도 미국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게 한 사람이 트럼프"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한의 핵개발을 방관하고 부추긴 셈이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9일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설명을 하다가 불쑥 김정은을 통화 상대로 거론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친서 외에 전화를 통해 소통해왔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트럼프는 이전에도 여러 번 이 같은 발언을 했지만 실제 통화를 했는지 여부를 공식 확인한 사례는 없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탄핵 정국
에 빠진 상황에서 트럼프의 대북 외교가 동력을 거의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8일 "트럼프식 대북 외교가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애틀랜틱은 탄핵에 사로잡힌 트럼프가 북한과 무엇을 해도 북한의 큰 양보가 있지 않은 한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탄핵은 결국 트럼프의 대북 외교에 종말을 고하는 조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쿠르드족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 작전을 개시한 이유에 대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남부 국경의 테러 통로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터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공습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터키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면서도 쿠르드족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쿠르드족은 아리안계 인종으로 기원전 3세기부터 중동 일대에서 고유의 언어와 생활양식을 지키며 살아왔다. 터키(1500만명)·시리아(200만명)·이라크(500만명)·이란(800만명) 등에 퍼져 있다. 독립된 나라를 갖지 못하고 중동 곳곳에 흩어져 사는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이다. '중동의 집시(Gypsy)'라고 불리기도 한다.
쿠르드는 과거 수차례 국가를 세우려는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오스만제국에 속해 있던 쿠르드족은 세계 1차 대전(1914~1918년) 당시 "독립국가를 만들어주겠다"는 영국의 약속을 믿고 영국 등 연합국 편에 서서 오스만제국과 싸웠다. 오스만제국이 무너지자 서구 열강으로부터 독립을 약속받는 데 성공했다. 1920년 연합국과 터키 정부가 체결한 세브르 조약을 통해 터키 동부에서 독립적 자치권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터키 젊은 군인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연합국과 터키는 1923년 패전 조약을 무효화했다. 쿠르드족의 독립을 무산시킨 로잔 조약이 새로 체결된 것이다. 여기에는 영국의 잇속 챙기기가 작용했다. 쿠르드족에게 주기로 한 땅에 대규모 유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자, 당시 석유 확보에 온 힘을 기울였던 영국 윈스턴 처칠 장관이 그 지역을 아예 영국령 이라크로 편입시켜 영국 영향력 하에 두려 한 것이다.
1946년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란을 점령했던 소련의 도움으로 이란 북부 지역에 쿠르드 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1년 채 안 돼 이란에 궤멸당했다. 공화국을 세우게 한 것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소련의 속내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소련은 이란이 쿠르드 공화국을 공격해 오자, 쿠르드 공화국의 요청에도 군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
1972년에는 미국과 이란의 도움으로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수립을 위해 이라크군과 3년 동안 싸웠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이란 팔레비 왕조와 손잡은 미국이 이란과 국경 분쟁을 벌이는 이라크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쿠르드족에 무기와 자금을 댔다. 그러나 이란과 이라크가 협상을 통해 국경 분쟁에 합의하면서, 쿠르드 독립의 꿈은 날아갔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이후 1988년 쿠르드족이 과거처럼 이란 편에 설 것을 우려해 이들을 화학무기로 대량 학살하고 마을을 폐허로 만들기도 했다.
비슷한 역사는 1991년에도 반복됐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격퇴한 후, 사담 후세인 축출을 겨냥해 이라크 내부의 봉기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호응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독립운동을 벌였으나, 미국은 끝내 이들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지 않았다.
2014년부터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중동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와 싸웠다. IS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미국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쿠르드족 민병대는 지상전에서 사실상 총알받이 역할을 하며 2018년까지 4년 여간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선언하고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인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쿠르드족은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돈과 장비를 지급받았다"며 "이제 이 말도 안 되는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했다.
미군 철수 선언은 쿠르드와 이웃한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묵인한다는 메시지였다. 터키는 전체 인구 20%가량이 쿠르드족이라, 독립국가를 꿈꾸는 쿠르드족 영향력 확대에 극도로 민감했다. 특히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간 이런 쿠르드족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독립국가를 세우고 싶어 하는 쿠르드족이 터키 내 쿠르드계 반정부 세력과 연계해 터키의 정치적 안정을 해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틀 뒤 이런 우려는 실제 상황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친터키 시리아 반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 대항하는 ‘평화의 샘(Peace Spring)’ 작전을 시작했다"고 했다. 미군 철수 선언 이틀 만에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 미군 철수로 방패막을 잃고 ‘토사구팽’ 당한 쿠르드족은 이제 러시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바드란 지아 쿠르드 시리아 쿠르드자치정부의 고위 관리는 "미군이 전면 철수하면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리아 정부나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와의 대화에서 지지자와 보증자로서의 역할을 맡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시리아 내전에서 적이었던 시리아 정부와의 중재를 러시아 측에 요청한 것인데, 미국의 배신에 미국의 적이었던 러시아와 시리아 알 아사드 정부 편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쿠르드족은 ‘배신’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FP 통신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군사 작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역시 터키의 시리아 내 쿠르드족 공습 작전에 앞서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양측은(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을 유지하고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했다.
그 유명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바로 당시 영국이 중동의 베드윈족을 이용해서 터기를 공격한 얘기야. 전쟁이 끝난후 연합국은 중동을 터기의 영향으로 부터 떼어놓기 위해 독립국가로 만들어 주었지만 중동은 수많은 부족들의 이해관계로 바람 잘 날이 없는거지. 결국 그들에게는 석유가 행운과 불행을 동시에 가져다 준거야. 만약 석유가 없었다면 그냥 부족들이 양이나 기르면서 천막에서 평화롭게 살았겠지. 3000만이나 되는 쿠르드족도 집시처럼 떠도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거고.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것은 민족이 아니라 국가의 힘이란 얘기야. 우리도 정신차려야 해. 지금처럼 진영논리에 쩔어서 국민들간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나라에 무슨 힘의 축척이 생기겠어? 무엇보다 대중을 선동해서 편가르고 싸움질 시키는 빅마우스들의 스피커질이 가장 나쁜 짓거리야. 점잖은 척 어눌한 말투로 국민들을 운동권식 진영의 논리로 대하는 대통령도 한심한 인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