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는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고 '교통지옥' 악명을 씻기 위해 각종 범칙금과 벌금을 최대 10배로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헬멧 미착용은 기존 100루피(약 1700원)에서 1000루피, 과속은 400루피에서 2000루피, 음주운전은 2000루피에서 1만 루피로 올랐다.
인도 도로는 위험하기로 악명 높다. 인도 정부 통계를 보면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23명으로 중국(18명), 미국(12명), 우리나라(10명)를 압도한다. 2017년 한 해에만 14만791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1시간에 17명씩 사망한 셈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 자동차 대수의 1%에 불과하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5%에 달했다. 니틴 가드카리 교통부 장관은 "그동안 벌금이 너무 싸서 교통법규가 무시당했다"며 "엄격한 규칙으로 생명을 살리고 오명을 씻겠다"고 했다.
문제는 인상된 액수가 서민 월급에 버금간다는 점이다. 인도 국민 1인당 월평균 소득은 음주운전 벌금과 비슷한 약 1만2000루피(20만원)다. 이 때문에 언론에선 매일같이 '범칙금 저항'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지난달 5일 뉴델리 남쪽 지역에선 한 남성이 헬멧도 안 쓴 채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몰다 적발됐다. 경찰은 헬멧 미착용 1000루피, 음주운전 1만 루피, 총 1만1000루피 딱지를 끊었다. 하지만 그는 "1만5000루피 주고 산 오토바이에 1만1000루피 벌금을 낼 수 없다"며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다. 지난달 14일에는 스쿠터를 몰며 전화 통화를 하던 20대 여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녀는 헬멧도 쓰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범칙금을 부과하려 하자 울면서 "비싼 범칙금을 내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20분간 승강이를 벌였다.
일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방침이 너무 가혹하다"며 자체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웨스트벵골·펀자브·마디아프라데시·텔랑가나 등 5개 주(州)는 개정된 교통법 적용을 거부했다. 심지어 여당인 인도인민당이 집권한 일부 주도 범칙금이 너무 높다며 '자체 할인'을 했다. 안전한 도로를 위해선 대중교통부터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야 도로에 차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인구 2000만에 달하는 델리 수도권 시민은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오토릭샤나 우버택시로
출퇴근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중교통망이 촘촘하지 못해서 뉴델리 시민의 절반 이상이 지하철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뉴델리 교통경찰은 새 법 시행 보름간 적발 건수(7만3712건)가 직전 보름보다 7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단 약발이 먹힌 셈이다. 하지만 "교통지옥에 서민 범칙금 지옥이 추가됐다"며 분노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인도 도로는 여전히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