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얻은 듯 후배가 자신의 연애 실패사를 얘기한 적이 있다.
선택이 어려웠던 이유가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SNS 친구가 있었던 그녀는 연애에서 자유로움과 가능성에 큰 가치를 두었다.
덕분에 머지않아 더 나은 상대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렸고,
좋은 상대가 있음에도 자꾸 결정을 미루게 됐다는 것이다.
바스 카스트의 책 '선택의 조건'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누구를 사귈 것인가'라는 선택에 관해 말하자면,
연애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바꾸면 바꿀수록 만족도는 더 낮아진다고 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이런 현상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원하는 경험이 아닐 때, 사람들이 재빨리 다른 경험을 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령 맘에 안 드는 렌터카는 되돌려주고,
형편없는 음식이 나온 레스토랑에서 나와 버리고,
말 많은 SNS 친구는 바로 차단하는 식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는 경험을 바꿀 기회가 없는 경우에만 기존 관점을 바꾼다.
이 말은 당장 이혼할 수 없기에 배우자에게서 장점과 고마움을 찾아내고,
바로 교체할 수 없기에 낡은 아파트를 수리하고 아끼게 되며,
되돌릴 수 없기에 밤마다 울고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아이에게서 사랑스러움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도망가거나 취소할 수도 없을 때,
우리는 드디어 관점을 바꾸고 지금 일어난 일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한 차선만 있는 도로에서 차가 밀린다면 짜증이 나긴 하겠지만 후회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두 차선이 있는데 유독 내 차선만 막힌다면? 선택 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붐비는 공항 검색대에서도 우리는 자주 이런 경험을 한다.
선택 가능성이 많이 열려 있다는 게 꼭 좋은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인간은 '내가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종종 뷔페 식당의 다양한 음식보다 전문점에서 끓여 낸 칼국수 한 그릇에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