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8.19 03:11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지난 14일 긴급 발표했다.
휘발유 값을 석 달 동안 동결하고, 군인과 연방 공무원에겐 예정에 없던 보너스를 주겠다고 했다.
다음날에도 마크리는 빵·우유·설탕 등에 붙이던 21% 부가세를 연말까지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임기 몇 달 남겨둔 대통령이 연일 이런 퍼주기 정책을 쏟아내도 되나 싶다.
4년 전만 해도 달랐다. 마크리는 "포퓰리즘에서 나라를 해방시키겠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걸고 당선됐다.
4년 전만 해도 달랐다. 마크리는 "포퓰리즘에서 나라를 해방시키겠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걸고 당선됐다.
복지로 먹고사는 사람을 줄이고, 민간 일자리를 200만개 만들겠다고 했다.
외국에 1800억달러 빚을 지고도 외환보유액은 330억달러밖에 안 남겨둔 정권의 경제 실정(失政)에
등 돌린 유권자들은 기업인 출신 마크리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대통령 마크리는 한계가 분명했다.
대통령 마크리는 한계가 분명했다.
경제 체질이 너무 허약해 공무원 감원, 연금 개혁 같은 큰 칼은 들이대지 못했다.
재정 적자를 줄이려 전기·교통 보조금을 깎다 보니 생활 물가는 치솟았다.
6월 기준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연 55%다.
경제 살리라고 했더니 물가만 올렸다고 사람들은 아우성쳤다.
경제 살리라고 했더니 물가만 올렸다고 사람들은 아우성쳤다.
빚을 내 정부 곳간을 화끈하게 풀고,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과 보조금 확대 정책을 폈던
전(前) 정권에 대한 향수가 끓어올랐다.
이 틈을 타 전임 대통령은 다음 대선의 야권 부통령 후보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마크리는 결국 지난 11일 대선 예선에서 전 정권 세력에 완패했다.
마크리는 결국 지난 11일 대선 예선에서 전 정권 세력에 완패했다.
1년 전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분수에 넘치게 살고 있다"며 긴축을 밀어붙이던 마크리는
패배 후 "지나친 긴축은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해발 6960m) 아콩카과를 오르라고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며 빌기 시작했다.
10월 말 있을 대선 본선에서 지지 않기 위해 그는 선심성 경제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크리 최후의 돈 풀기가 아르헨티나 사람들 주머니를 불려줄지는 의문이다.
마크리 최후의 돈 풀기가 아르헨티나 사람들 주머니를 불려줄지는 의문이다.
아르헨티나가 다시 포퓰리즘 의존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채 중 단기 차입 비중이 70%로 높은 아르헨티나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돈을 빼고 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미 달러화에 대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20%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시장 가치는 3분의 2로 쪼그라들었다.
국가 신용 등급은 아프리카 잠비아와 같은 투기 등급으로 추락했다.
마약처럼 아르헨티나를 중독시킨 좌파 포퓰리즘은 '페로니즘'으로 불린다.
마약처럼 아르헨티나를 중독시킨 좌파 포퓰리즘은 '페로니즘'으로 불린다.
194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퍼주기 정책을 처음 시작한 페론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에서 따왔다.
에바 페론을 다룬 뮤지컬 '에비타'의 노래 '아르헨티나여, 날 위해 울지 말아요'의 바로 뒷가사는
"난 당신을 떠나지 않았어요"이다.
한 번 깃든 포퓰리즘 악령이 좀처럼 아르헨티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