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여기에 동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한 의원은 총리실이 정한 299개 일본 '전범 기업'에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선진국이 공적 연금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4/2019081403272.html
50여 년 전 그 '애국적' 중계를 요즘 다시 듣는다.
저녁 TV 뉴스를 켜면 한국 관광객 발길이 끊긴 일본 지방자치단체 소식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필자가 우연히 본 것만 후쿠오카, 대마도, 오사카, 니가타 등 네댓 곳쯤 된다.
현지 주민들은 "한국 분들이 안 오셔서 큰일"이라고 한숨을 쉰다. 아베 총리를 원망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엔 불매운동으로 일본 제품 매출이 곤두박질친다는 뉴스가 전진 배치된다.
"아베 정권이 한국 정서를 잘못 건드렸다"는 일본 보도를 소개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이런 '애국적' 보도만 접하다 보면 당혹감에 휩싸여 있을 아베 정권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말 그럴까.
지난주 일본 TBS방송 여론조사에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 조치'에 대한 찬성이 64%였다.
반대 18%의 3배를 넘는다.
한 달 전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한 찬성 58%보다 상승한 수치다.
청와대나 여당은 수출 규제로
한국 기업 피해는 '한 줌'밖에 안 되고 한국 거래선을 잃게 된 일본 기업이 더 타격을 입는 것처럼 말한다.
우리 해당 업체 설명은 달랐다.
"우리 회사 수십조 매출을 위해 일본 부품 소재 1000억어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이 1원어치 피해를 감수하면 우리에게 100원이 넘는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칼자루를 쥔 게 어느 쪽이겠나."
여행 자제에 대한 일본 반응도 우리 언론 보도와는 온도차가 난다.
"한국 관광객은 한국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한국 가이드를 따라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와 식당을
주로 들른다. 피해를 보는 건 한국인이나 재일교포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수출 규제와 한국 불매운동으로 일본도 물론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괴로워서 압박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동북아 국가 GDP 규모를 보면
한국이 1조5000억달러, 중국은 그 8배인 12조2000억달러, 일본은 3배 남짓인 4조8000억달러다.
우리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이겨냈는데, 일본이 한국 불매운동을 못 견디겠나.
일본 수출 규제를 비판하는 국제 여론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아베보다 훨씬 야만적으로 무역 보복을 하고 있다.
아베는 그걸 믿고 흉내를 낸 것이다.
국제정치 무대는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정글이다.
트럼프·아베 커플의 횡포는 대한민국 촛불 민심으로 제압되지 않는다.
집권 세력이 이런 물정을 모를 정도로 국제정치 문맹일 리는 없다.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이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민주당 내부 보고서가 속내일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8개월만 일본 여행 자제하면 일본은 항복한다'는 포스터가
여권 전략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토착왜구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고 나면
그때부터 도쿄올림픽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남북한이 동시에 올림픽 보이콧을 할까 두려워 일본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는 거다.
집권당 회의에선 일본 패망론까지 등장했다.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와 재정적자로 원래 허약 체질인데 무리한 수출 규제로 결정타를 맞게 된다고 한다.
2차 대전 때 진주만 기습으로 미국 코털을 건드렸던 일본이
이번엔 한국을 자극했다가 두 번째 패망을 맞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한국을 얕본 대가로 일본이 패망한다.
일본 총리가 백기를 들고 용서를 빈다.
상상만 해도 친문 지지층 상당수는 쾌감을 느낀다.
그런 판타지를 팔아서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는 것이 문 정권과 집권당의 전략이다.
정권 지지율을 떠받쳐 왔던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버려서 난감했는데
그 빈자리를 반(反)아베 정서가 훌륭하게 메꿔 주고 있다.
북쪽에 있는 줄 알았던 문 대통령의 귀인이 바다 건너 동쪽에서 나타난 격이다.
일본의 실제 상황이 어떤지, 뒷수습이 되는 흐름인지는 정권 관심사가 아니다.
문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일본이 궁지에 몰린 것처럼 국민이 믿게 만들면 된다.
정권 코드 언론들이 애국적 편파 보도를 쏟아내는 이유다.
이런 야바위에 국민이 8개월 동안이나 속아줄지가 변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4/2019081403285.html
결국 한·일 간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세계화 시대의 국제적 분업 체계를 무시하고 화이트 리스트 제외 등 경제 보복을 결정한 일본 아베 정부의 무모하고 치졸한 조치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른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하게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현실적 자세가 중요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을 선언했고, 당·정·청 회의에서는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발표되었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이번 사태는 세계 무역량 8위,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등 그간의 성공에 도취하여 느슨해져 있던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긴장감을 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낙연 총리의 말대로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해낸다면 일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역량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는 등 우리에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산에 밝고 치밀한 일본으로부터의 도전인 만큼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주목했던 것은 사건과 관련된 시제(時制)였다. 한국은 일본에 해방 전에 발생한 과거의 문제를 제기했고, 일본은 그것을 빌미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를 겨냥해 대응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결정에는 여러 가지 고려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우리에게 겨눈 칼의 방향은 분명히 미래를 향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치가 적폐 청산이나 과거사 등 이전의 문제에 집착하고 있을 때 외부에서는 우리의 미래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과연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 차분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일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의 수준을 넘어 우리 경제가 미래 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립했고, 문 대통령도 종종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잘 알기 어렵다. 더욱이 문 대통령 스스로 '규제 혁신이 생존의 문제'라고까지 강조했지만 규제 완화도 체감되지 않는다. 이렇게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동안의 국정 운영 기조가 과거 지향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집착하면 현재의 기득권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산업 구조의 큰 변화는 언제나 이해관계의 충돌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출현하면 마차는 그때까지 누리던 기득권을 잃게 되고, 넓은 강 사이에 다리가 건설되면 뱃사공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집단 간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정치의 문제가 된다. 누가 봐도 마부나 뱃사공의 이익을 위해 자동차의 제조를 막거나 다리를 건설하지 않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자동차를 막고 다리 건설을 방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 당시 이해 충돌의 사례로 종종 마부의 이익을 위해 마차보다 자동차가 더 느리게 다니도록 규정한 적기조례(Red Flag Act)를 들지만, 사실 산업혁명의 보다 강력한 저항 세력은 지주였다. 산업혁명은 상공업 중심, 도시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때까지의 중심 산업인 농업의 이해관계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 의회는 지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가격 이하로는 곡물을 수입하지 못하게 규제한 곡물법(Corn Law)을 제정했다. 지주에게는 이익이 보장되지만 수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상공업자에게 이 법은 엄청난 장애물이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말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기존의 이익을 지키려는 '곡물법'이 곳곳에 깔려 있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저항은 노조 등의 집단행동이나 정치권 로비를 통한 규제 강화로 이어져 왔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 철폐를 강조하지만 잘 안 되는 것도 대다수 규제가 과거부터 이어져 온 지금의 이해관계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결연해 보인다. 그러나 국정
운영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뜻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일본과의 관계도, 적폐 청산도, 경제, 산업, 노동에 대한 관점도 모두 과거 지향적이었다. 정치는 오늘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치가 과거에 묶이면 사회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제 국정 운영의 시제가 바뀌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9/2019080902921.html
[홍콩]홍콩도 '천안문' 되나 (조선일보) (0) | 2019.08.15 |
---|---|
[호주] Inventium, 신의 직장? 신도 모르는 직장!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 (0) | 2019.08.15 |
[일본]"戰後 일본은 도금한 민주주의… 아베 정권서 벗겨지는 것" (이한수 기자, 조선일보) (0) | 2019.08.13 |
[미국]"트럼프 대통령, 북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 (0) | 2019.08.13 |
베트남 주둔 일본군 '위안소', 프랑스군 공식 문서로 처음 확인 (0) | 201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