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상상력에 대하여 (백영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8. 3. 15:57

[백영옥의 말과 글] [110] 상상력에 대하여


조선일보
                         
  • 백영옥 소설가
             
입력 2019.08.03 03:08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시인 심보선의 산문집 '그쪽의 풍경은 환한가'를 읽다가 삶이 축구에 가깝다는 문장을 읽었다.

현대적 삶이 페터 한트케가 쓴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른 스포츠는 경기장 밖으로 공이 넘어가면 노플레이다.

하지만 야구에선 그것이 최고의 플레이로 인정받는다. 이른바 홈런인 것이다.

"그래서 상상을 한다.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갑자기 배트를 꺼내 들어 축구공을 한 방에 때려

경기장 바깥으로 훌쩍 넘겨 버린다면?

아아, 삶이 야구 같기만 하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학급 용품을 내 것처럼 아끼자!'는 문구를 보고 느꼈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책을 읽었다.

'아무튼 비건'을 쓴 김한민의 책이다.

"그때까지 내가 외국에서 받은 교육에 의하면 그 문구는 응당 이렇게 쓰여 있어야 했다.

'남의 것처럼 아끼자!'

'내 것'이라면 소홀히 해도 좋을지 모르지만, '남의 것' 혹은 '우리 것'이라면 더 조심하고 아껴야 한다.

어린 나에겐 이것이 상식이었다.

지금도 누군가 '내 새끼'라는 말을 쓸 때마다 이 일화를 떠올린다.

우리 사회가 '남의 새끼'도 귀하게 대했다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하면서."

시인 심보선의 직업은 사회학자다.

디자이너 김한민은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한다.

그들은 자신의 관심이 미치는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차별에서부터 동물에 대한 폭력에까지 이른다.


미래학자들이 꼽는 21세기 핵심 역량 중 하나는 상상력창의력이다.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창의력''''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축구'와 '야구'를 연결해 긴장과 불안을 뛰어넘는 것.

'내 것'과 '남의 것'을 연결지어 '우리'로 확장해가는 능력은 '점'과 '점'을 잇는 능력인 셈이다.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우리 사회가 상상력과 창의력 인재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력마음의 근육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2/20190802029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