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官製 국산화론

colorprom 2019. 8. 2. 15:05




[동서남북] 官製 국산화론


조선일보
                         
             

 

입력 2019.08.02 03:10

국산화 안 됐다고 기업 때리는 정권의 실력자와 관료들
최고 제품 어떻게 만드는지 아나… 지금 '이순신'은 기업인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국내에서 생산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기업들이 일본의 협력에 안주했던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계 1위를 한 20년간 뭐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전 금감원장)

일본의 경제 보복'죽창' '의병' 등 선동 구호를 빼면 현 정권에서 나오는 유일한 해법이 국산화인 거 같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 속의 '첨단 산업 전사(戰士)'들에겐 곤혹스러운 화두다.

이번 정권 사람들에게 '경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알 법하다.

문제가 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반도체 생산 구조를 들여다보자.


기본 재료인 웨이퍼는 SUMCO(일본), 포토 장비는 ASML(네덜란드), 식각 장비는 램리서치(미국),

증착 장비는 AMAT(미), 에칭가스는 스텔라(일), 검사 장비는 KLA(미)를 사용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두뇌인 AP는 퀄컴(미),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한국), 커버글래스는 코닝(미), 카메라센서는 소니(일),

지문센서는 퀄컴(미), OS(운영체계)는 구글(미)의 기술이 합쳐져 탄생한다.

현존 최고의 전자 부품과 제품들은 이처럼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종합하는

'글로벌 분업'의 산물(産物)이다.

이를 토대로 각 기업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웠고,

그 덕분에 소비자들은 최고의 제품을 가장 효율적 가격에 공급받는다.

그런데 글로벌 분업은 외면하고 소재 국산화만 외치면 어떡하나.

국산이란 이유로 순도 떨어지는 부품을 쓴다는 건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그래서 정권 차원의 '국산화 공세'는 책임 소재를 '외교 무능'보다 '기업 책임'에 돌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본 보복 조치의 롱(long) 리스트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 품목이 그중 가장 아픈 1~3번을 딱 집어 놀랐다"고 말했다.

우선 이 말은 잘못된 보고에 기초했다고 본다.


일본이 우리에게 줄 타격 강도로 따지면 이번 품목은 "100개 중 중위권 정도"란 게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설혹 그 말을 수용한다 쳐도 '롱 리스트'(100개일지, 200개일지) 품목이 국산화 대상이란 것인데,

꿈같은 얘기다.

오죽하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소재·부품 산업을 국산화하는 데 전문가들은 20년 정도를 본다"고 했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일본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리고, 단기간 국산화는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했겠는가.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의

"비교 우위에 있는 중간재를 버리고, 소재·부품에 매달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의 해법'도 없는 이 정권은 결국 사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축에 의존한다.

하나는 '한·미 동맹'을 내세워 미국에 중재를 부탁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글로벌 분업 체계의 핵심인 삼성, SK'대기업'의 역할을 내세워 전 세계를 설득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두 해법의 주역은 '한국 좌파'들의 오랜 증오 대상이다.

2000년대 초 언론에선 '실리콘(반도체 원료) 방패'란 표현이 나왔다.

대만이 세계 3위의 하드웨어(PC 등) 국가가 되자

중국은 대만과 거래하는 미국, 유럽 기업이 무서워 더 이상 대만을 무력 침공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를 겪어보니 우리도 비슷하다.

글로벌 시대엔 '좋은 기업'이 안보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현 정권이 입에 달고 사는 '이순신'과 '거북선'은 결국 우리 기업인기업들인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01/2019080103348.html

[사설] 日 보복이 국산 안 쓴 대기업 탓이라니 너무 無知하다


조선일보


             
입력 2019.07.30 03:19

일본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청와대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이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도 대기업들이 수입하는 쪽을 택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또 대기업 탓을 했다. 지난주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주는 게 문제"라고 했고,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의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일본의 소재·부품 기업을 1위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경영자들 앞에서
"중소 업체가 개발에 성공해도 수요처를 못 찾아 기술 등이 사장되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일본과의 협력에 안주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로선 기가 막힐 일이다.
국산화는 '안 했다'기보다 '못했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 제조용 '불화수소'일본산 순도가 99.9999999999%에 달하는 반면 국산은 99.9% 정도에 그친다.
일본산을 써야만 제품 불량을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다.
'포토 레지스터'도 국산이 있지만 품질이 낮아 10나노급 초미세 반도체 제조 공정에는 쓸 수가 없다.
폴더블폰에 쓰이는 접히는 투명 필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국내에선 대체품을 만들 수조차 없다.

안타깝게도 소재·장비 분야에서 한국일본의 격차는 아직 크다.
이것은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 역량의 문제다.
우리는 역량을 꾸준히 높여왔고 여기엔 대기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품질이 떨어져도 국산을 쓰라니, 대기업에 글로벌 품질 경쟁을 포기하고 망하라는 말과 같다.

'대기업 탓'은 글로벌 분업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고백이기도 하다.
국제 분업은 서로 비교 우위를 가진 품목을 생산·교환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최적의 품질과 성능의 소재·부품을 가져다 쓴다.
공급 체인망의 모든 공정을 다 갖춘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에 왜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건,
삼성 반도체를 가져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애플
왜 미국산 반도체를 쓰지 않냐고 윽박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정에 국산 소재만 썼다면 지금의 1등 신화는 없었다.

우리는 소재·부품 대신 비교 우위에 있는 제품 기획·조립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짧은 시간 안에 완성품 위주의 일류 산업군(群)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평가받을 일이지 결코 타박받을 일이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을 탓하기에 앞서
규제지나친 노동·환경 편향 정책들로 부품·소재 산업의 발전을 막아온 것부터 고쳐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9/20190729023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