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약은 부국강병 '경쟁' 덕… 사람·산업도 경쟁이 성장 촉진
문 정부 '경쟁 억제 정책' 남발, '공정'보다 '경쟁 자유'가 더 절실
유럽 특파원 시절 유럽연합(EU) 회원국 대다수가 선진국이라 배울 점이 많다는 게 좋았다. 유럽은 어떻게 단체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걸까. 답이 될 만한 키워드는 '경쟁'이다. 중세 이후 유럽 각국은 부국강병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대양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항해술 개발과 식민지 개척, 산업혁명 이후엔 산업대국 지위를 선점하기 위한 과학기술 경쟁이 펼쳐졌다. 그 결과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유럽의 부국강병 경쟁이 1·2차 세계대전을 낳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면서 유럽을 세계 근현대사의 주역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동어반복 같지만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 제고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경쟁을 싫어한다. 삶이 팍팍해지고, 경쟁에서 졌을 때 감당해야 할 손실, 불명예가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 없는 삶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자세가 개인의 성장을 이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개인 간, 기업 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창조적 파괴가 이뤄져야 경제가 발전한다.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경쟁을 싫어하는 군중심리에 영합해 경쟁 억제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전 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어렵사리 이뤄놓은 공공기관 성과 연봉제,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를 백지화했다. 일률적인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일 더하기 경쟁'을 원천 봉쇄했다. 택시 기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 세계가 다 하는 공유 차량 서비스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자영업자를 위한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기업 사업권을 침해하며 편의점 출점(出店) 규제를 하고 관제(官製) 신용카드를 선보였다. 집값이 다시 들썩이자,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더 좋은 입지에 더 좋은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려는 건설 회사 간의 경쟁을 제한한다. 시장 원리로 보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새 아파트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집값 상승 압력을 줄여야 할 텐데, 문 정부는 정반대 길을 택한다. 문 정부는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자사고를 없애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일요일 학원 휴무' 정책을 도입해 '공부 경쟁'까지 막을 참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해 실력대로 승패가 갈리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1조는 "(정부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낙오자에 대해선 사회안전망을 통해 패자 부활의 기회를 주면 된다. 미래 세대의 운명을 좌우할 향후 한·중·일 경제 전쟁을 생각하면 '탈(脫)경쟁' 포퓰리즘은 자해(自害) 행위나 다름없다. 일본에 능멸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경쟁력을 더 키우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을 적폐로 보고 단죄해 온 새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검찰은 보도 자료를 통해 "(새 총장이) 시장경제를 중시하며… 밀턴 프리드먼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검찰총장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꼽은 책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서 "정부 역할은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를 지키는 일로 최소화해야 한다"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면 평등과 자유, 어느 쪽도 얻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프리드먼이 작금의 한국 경제를 보면 뭐라고 할까. '공정'보다 '경쟁의 자유'가 더 절실하다고 진단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