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가 일제 수탈 기구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입사한 게 1927년이다.
5년간 근무한 그는 퇴사하며 울산 땅 2만평을 10년 분할 상환으로 불하받는다.
일본인도 엄두 내기 힘든 엄청난 특혜였다.
특혜 배경으로 여러 설이 있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어쨌든 조선 농민으로부터 수탈한 땅의 소유자가 된 김지태는 이를 담보로 주철 회사 등을 키웠다.
태평양전쟁 때 군수 물자 생산으로 많은 돈을 벌었고 한때 '조선 10대 재벌' 반열에 올랐다.
▶해방 이후 어찌 된 일인지 '반민족행위자처벌법' 대상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4·19 때 부산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몰려가 "악질 친일 재벌 처단하라"고 시위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김지태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규정한 '친일파'에서도 빠졌다.
당시 여당이 발의한 '특별법' 원안에는 '동양척식회사 간부 또는 직원'을 친일파라 했지만
통과된 법엔 '직원'만 삭제됐다.
김지태를 위한 것이란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중학교 때 김지태의 부일장학금을 받았다.
"내 인생에 디딤돌을 놓아준 은인"이라고 했다.
▶1982년 김지태가 사망한 뒤 기업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상속세 117억원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변호를 맡았고 승소했다.
자식들은 3년 뒤 법인세 등 50억원을 취소하란 소송도 냈다. 또 문 대통령이 변호해 승소했다.
▶그런데 상속세 소송 과정에 유족 측이 조작 증거를 제출하고 위증을 했음이
20여년 지나 유족 간 재판에서 밝혀졌다.
김지태 재산에 부과돼야 할 세금이 증거 조작 등 부당한 방법으로 포탈됐다는 얘기다.
변호인들이 그걸 몰랐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최근 반일(反日) 바람 속에서 야당이 "친일 인사에 부역한 문 대통령부터 토착 왜구 아니냐"고 공격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과거 김씨 일가 변호 사실을 언급하며
"성공 보수와 수임료는 노동자 체불 임금으로 기부했다"고 했다.
사람들 관심은 김지태 유족을 변호한 사람이 친일파 공격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이를 슬쩍 '수임료 선행'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김지태라는 인물을 '친일파'라고 매도해야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변호사는 살인범도 변호할 수 있고 변호해야 한다.
김지태나 그 유족도 당연히 변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호사가 입장이 바뀌었다고 아무에게나 '친일파'라고 공격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