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우리 스스로 긋는 '제2의 애치슨라인'

colorprom 2019. 8. 23. 18:15



日 석학이 보는 新 애치슨라인...한국 제외, 대만 포함


             
입력 2019.08.23 10:00

[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이즈미 하지메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8월 13일 서울을 방한한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

최근 미국의 아시아지역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애치슨라인(Acheson line)’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이 균형 외교를 내세워 한·중 관계를 중시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전폭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 일본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에 나설수 있었던 배경에
한·미 동맹 약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 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를 만나 한·일 갈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신(新) 애치슨라인’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애치슨극동방위선을 제시한 의도는 무엇이었나.

"1949년 10월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우고 중국 국민당이 대만으로 쫓겨가지 않았나. 1950년 1월 발표된 애치슨 라인의 숨은 의미 중 하나는 대만의 방어 여부였다. ‘레드 차이나’ 즉 공산당의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 가져가더라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이 같은 공산권 국가인 소련에 밀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련과 중국을 분리(디커플링)하는 일종의 유화 메시지를 보낸것이다. 내가 보기에 당시 애치슨 연설은 중국을 향한 것이었다."

― 한국은 왜 제외되었나.

"당시 미국 최대의 적은 소련이었다. 북한은 아니었다. 미국 트루먼 정부는 주적 소련이 남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소련군이 북한에서 먼저 철수(1948년 12월 26 일)했고 이듬해 미국이 철수(1949년 6월 29 일)했다. 미국은 군사고문단 500명만 남겼다 (하지만, 북한의 김일성이 애치슨라인이 발 표된 지 5개월 후에 6.25전쟁을 일으켰다)."

―요즘 한국에선 제2의 애치슨라인이 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아시 아지역방위선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나.

"나는 ‘신 애치슨라인’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보면 그렇다. 소련은 붕괴했고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해 야심이 크게 없다. 주적이었던 북한의 위협 수준도 바뀌고 있다. 북한의 전력은 한국과 비교가 안 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그게 차라리 값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평화경제 등의 정책으로 한국 스스로 북한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주 한 미군이 나갈 수도 있다. 내가 신 애치슨 라인이라고 명명한 것은 1950년 미 극동방위선에는 제외됐던 대만이 ‘사실상’ 방위선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다."

― 대만은 왜 포함되나.

"1997년 홍콩 반환 후 약 10년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1국가 2체제,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 자본주의 공존)’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21세기 들어와서 홍콩에서의 일국양제는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홍콩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중국 선전에 병력을 배치해야 했을 만큼 홍콩 시위가 거세졌다.

홍콩의 소요 사태를 본 대만에는 일국양제에 대한 호의가 거의 사라졌다. 내년 1월 대만 대선이 있다. 친중성향인 국민당 후보도 일국양제 노선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대만의 안정에 신경을 쓸 것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달 대만에 22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또 미군 함정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 통령이 보기에는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이다."

― 트럼프는 한·미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주한미군철수에대해한국의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의 비용을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한국을 이용할 가치가 있어야 주한 미군을 남게 할 것이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한다거나, 주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꿔 주한 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거나, 전술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이를테면 미 전투비행단이 있는 오산 공군기지에서 중동으로 직접 날아 갈 수 있게 만든다든지다. 한국이 이런 이용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이 중국에 대해 어떤 결단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21세기 신 애치슨라인에서 한국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 일본이 대(對) 중국 방위의 최전선이 된다면, 일본 입장에서도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일본이 중국과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다. 독립을 유지해 온 한반도의 역사를 봐도 알수 있듯, 북한이든 한국이든 중국에 완전히 경도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북한이라는 일종의 완충 지대는 계속 있다."

― 일본의 대 한반도 전략이 바뀌고 있나.

"일본에 반한 감정이 일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본은 한때 가까웠던 한국과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 향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할 경우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일본은 큰 규모의국 가 중 미국과 더불어 북한과 적대관계였던 몇안되는 나라인데다 미·일관계를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Plus Point]

애치슨라인

애치슨라인은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Dean Acheson · 1893~1971)이 선언한 미국의 극동(極 東)방위선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외교문제를 책임진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12일 워싱턴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열린 ‘아시아의 위기’라는 연설에서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절 대 방위선으로 알류샨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이른바 애치슨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반도(한국), 대만(중화민국), 인도차이나반도(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가 제외됐다. 방위선 밖의 한국, 대만의 안보는 국제연합의 책임 아래에 두고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조야는 국공 내전에서 패한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쫓겨 간 것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 소식을 접한 이승만 대통령은 미 정부에 선언 취소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미국이 애치슨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에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켰다. 김일성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져도 미국 개입은 없을 것’으로 오판하고 남침을 결행했다고 보는 학 자가 적지 않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 프 대통령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한국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재차 제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州) 모나카의 셸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솔직히 우리와 최악의 거 래를 하는 국가는 동맹국들(allies)"이라면서 "우리가 한국의 국경은 지키고 있지만 미국의 국경(멕시 코 국경 장벽)은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3/2019082300547.html

[朝鮮칼럼 The Column] 우리 스스로 긋는 '2의 애치슨라인'


조선일보
                         
  •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입력 2019.07.29 03:17

--러에 포위된 최악 환경잠수함-미사일까지 등장
미국과 틈새가 멀어지자 한국은 동네북으로 전락
6·25 발발 부른 애치슨라인그 교훈을 잊어선 곤란하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비스마르크는 '지혜로운 자는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다.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일본에 한다. 과연 우리는 강대국의 전쟁터였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국제정치학자로서 한국은 중국·일본·러시아라는 세계 최강국으로 둘러싸인 최악의 지정학적 환경을 갖는다고 강의를 해왔다. 중·러의 전략폭격기 편대가 우리 해역과 영공을 휩쓰는 것을 목격하면서 전율과 함께 생전 처음 그 말의 의미를 체험했다. 한반도는 발칸반도와 함께 세계의 화약고로 일컬어진다. 1894년의 청일전쟁, 1904년의 러일전쟁 그리고 1950년의 한국전쟁에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갖는 강대국들이 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한반도를 전쟁터로 삼아 격돌했다. 우리는 항상 희생양일 뿐 어쩔 수 없었을까? 앞으로도 희생양이어야 하는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들이 편대를 이루어 울릉도와 독도를 관통하고 대한해협과 이어도로 이어지는 우리 해역을 헤집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두 차례나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서 다시 중·러 합작이 이루어졌다. 같은 날 북한은 건조 중인 전략잠수함을 피로(披露)했고, 이어 우리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실험을 단행했다. 한국전쟁을 일으켰던 3인방이 대한민국을 핵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수단들을 과시하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미국은 비용을 이유로 전략폭격기를 더 이상 우리에게 전개하지 않고 있다.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 맥스선더, 쌍룡 등 한·미 연합 훈련이 사라진 우리 해·공역에 중·러의 전략폭격기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더욱이 일본이 우리 산업 급소를 노리는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중·러 양국의 목적이 한·일 관계 이간질과 한·미·일 공조 흔들기였다면 크게 성공한 셈이다. 첫 공동 초계 비행의 대상으로 독도를 선택했다. 일본 스가 관방장관은 한국 전투기가 경고 사격한 것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고 극히 유감이라 했다. 피아(彼我) 구분도 무너졌다. 한·일의 극한 갈등 상황을 영토 갈등으로 확대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왜 갑자기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동네북이 되었는가? 위기는 축적된 결과이지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따뜻한 부동항을 찾아 남진했다. 스탈린은 북한에 만족하지 않고 한반도 전역을 원했다. 미국이 눈엣가시였다. 그런데 미국은 아시아 방어선에서 남한을 제외하는 소위 '애치슨라인'을 발표한다. 남한 사회는 이념으로 사분오열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택동과 김일성을 동원하여 남침을 개시하여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일본 내의 기지들을 적극 활용한 미국의 개입으로 대한민국은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이후 반세기 이상 한·미 동맹으로 인해 우리는 냉엄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잊고 살아왔다.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민주화는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최악의 지정학 상황은 변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제2의 애치슨라인을 우리 스스로 긋기 시작했다. 균형 외교라는 명목으로 한·미 동맹의 분량을 줄여가며 한·중 관계를 중시했다. 중국몽과 일대일로에 우리는 공동 운명체라 했지만, 정작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냉담했다. 남북 관계와 비핵화를 위해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등 한·미 동맹 제한을 우리 스스로 원했다. 일본 내 유엔사 기지 사용 문제가 우리의 사활적 안보 이익임에도 이를 냉전 구조로 여겼고, 사드 보복에 즈음하여 사실상 한·미·일 안보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중국에 했다. 한·미·일 공조의 기반인 한·일 정보보호협정 폐기도 운운한다. 한·미 동맹이 굳건했다면 일본이 안보를 구실로 경제 보복을 했을 리 없고, 중·러의 전략폭격기 편대가 우리 해·공역을 휘젓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목숨을 건 극한의 차단 기동과 경고 사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리 칭찬해도 과하지 않다. 군다운 모습이었다. 우리 위정자들이 배워야 하는 것은 우리 병사들의 결기다. 정치가 정신 차려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결기 가득 찬 고슴도치이어야 한다. 자주국방은 중요하지만 한계가 있다. 상대가 하나라면 죽기 살기로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중국·일본·러시아가 동시다발적으로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있는 상황에서 세 나라를 상대로 하는 자주국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지정학 환경이 최악인 까닭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미 동맹이 우리의 사활적 이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애치슨라인을 긋는 우는 절대 범하지 말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8/20190728014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