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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조너선 사프란 포어, '내가 여기 있나이다'

colorprom 2019. 7. 29. 19:57



인생은 진짜 나를 찾는 여행당신은 누구인가요?


조선일보
                         
             
    
입력 2019.07.29 03:00

[조너선 사프란 포어]

미국 문학 대표하는 젊은 거장
타임·워싱턴포스트가 추천한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한국 출간

오늘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조너선 사프런 포어(42)의 장편 소설
'내가 여기 있나이다(Here I am)'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4대에 걸친 유대인 가족사를 그린 이 소설은
민족과 종교, 가족의 가치를 탐구하면서 개인의 정체성 찾기를 그린 대작(大作)이다.

2016년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에 선정됐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의 가족과 우리가 거한 곳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고
리뷰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소설 제목을 따왔다.

아들을 바치라는 신(神)의 부름에 아브라함은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고 답한다.

아들 이삭이 그를 찾을 때에도 아브라함은 "내가 여기 있다"고 한다.

신을 위해 아들을 희생하려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 중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


프랑스 여행 중인 작가를 전화로 만났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내 소설은 유대주의, 고대 그리스 정신, 미국적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내 소설은 유대주의, 고대 그리스 정신, 미국적 특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여러 비평가들이 '개인의 정체성 위기'를 다룬 소설로 풀이했다.

"이 소설에서 정체성 위기는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주인공이 남편아버지로서의 정체성 위기를 겪는다.
또 다른 위기는 국제적이고 정치적인 것으로, 그가 미국에서 유대인으로 산다는 것과 관련 있다.
이스라엘 유대인미국 유대인은 다르다.
나는 그 차이를 증인이자 당사자인 입장에서 썼다."

―창세기 속 '내가 여기 있나이다'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가.

"우리는 누구나 다중(多重)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흔히 우리는 '나는 이렇고, 이렇고, 이렇고…'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나의 정체성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닥친다.
위기의 순간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나는 성경의 구절을 정체성 위기 혹은 정체성의 패러독스로 해석했다.

이 소설에선 두 가지 위기가 등장한다.
하나는 집안 내부의 일이다. 주인공의 불륜이 발각된다.
또 하나는 국제적 위기의 상상인데,
이스라엘 정부가 아랍과의 전쟁 때문에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의 귀국과 참전을 호소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가족과 세계의 위기 앞에서 여러 정체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위기가 닥치면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참된 본성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가 복잡 미묘하고, 플롯도 여러 조각으로 나뉜다.

"정체성 혼란에 대해 쓰다 보니 복잡해졌다.
우리가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기도 하다.
세상의 파편화는 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 신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우리 각자가 다양한 메시지 속에서 갈라져 다투게 된다.

내 소설의 파편화는 파편화 시대의 글쓰기 방식을 반영한다."

―이 소설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이다.

"집의 은유는 다양하다.
조국, 주택, 가정, 육체, 이상적(理想的) 자아, 타인이 생각하는 '나' 등등.
나는 이 소설을 쓸 때 서사시 '오디세이'를 떠올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행처럼 누구나 집에 가려고 하는 게 인생이다.
주인공의 애완견 이름을 오디세우스의 개 '아거스'에서 따오기도 했다."

―주인공이 세 아들과 즐겁게 토론하는 대목이 많은 건 유대인의 자녀 교육법을 반영한 것인가.

"유대주의는 소설의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나는 보편적 존재에 대해 쓰려고 했다.
유대인이 수천 년 동안 정처 없이 떠돌았다고 해서 '집'이 꼭 유대인만의 소망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집'의 정서적 울림이 한국인에겐 없다고 할 수 없다.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내가 깊이 생각하는 것이 나를 타인으로부터 소외시킨다'고 했지만
나는 문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깊이 생각하는 것이 모든 사람을 연결시킨다'고 깨달았다.
내 소설은 대단히 미국적이면서도 대단히 유대적이고,
서로 다른 모든 것들의 호응(呼應)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핵심이 유대주의라고 생각하는 건 맞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이 유대인 가정만의 특징이라고 할 순 없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1977년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2002년 첫 장편 '모든 것이 밝혀졌다'에서 유대인 대학살의 역사를 실험적 기법으로 그려
'문학 신동(神童)' 소리를 들었다.
3년 뒤 그는 9·11 테러를 환상적으로 다룬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발표해
'젊은 거장'으로 꼽혔다.
2016년, 11년 만에 세 번째 소설 '내가 여기 있나이다'를 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29/20190729000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