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6.21 03:16
얼마 전 서울에서 평양의 중국인 친구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일반 북 주민과 달리 외국인은 해외 인터넷 연결이 되는 심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서울~평양 간 채팅이 가능하다. 음성 메시지도 보낼 수 있다.
북 주민도 중국 휴대전화가 터지는 국경 지역에서 중국 폰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한다.
탈북민 3만2700여명 가운데 북 가족과 연락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북에서 탈북민 가족이 천대받는 것도 옛날이야기라고 한다.
▶북에서 탈북민 가족이 천대받는 것도 옛날이야기라고 한다.
요즘은 결혼 상대자로 인기라는 말까지 들린다.
탈북민이 한국에서 꼬박꼬박 보내주는 돈의 힘이다.
개인별로 연간 300만~800만원 규모라고 하는데
송금 브로커가 30%쯤 떼고 중국 돈으로 바꿔 북 가족에게 전달한다.
북에선 큰돈이다. 사업 밑천이고 생존 자금이다.
한 탈북 청년은
"아버지가 중간 간부인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네가 먼저 내려가 자리 잡으라'고 해서 국경을 넘었다"고 했다.
▶지금 북은 평양과 지방,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간극을 메울 수가 없다.
특권층만 사는 평양 시민 250만명은 아직 배급을 받으며 김정은에게 고개를 숙이지만
나머지 지방은 배급이 없다. 대부분 장마당에서 각자도생하고 있다.
과거 배급 맛을 조금이라도 본 50~70대는 체제 실패를 선뜻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2030세대인 '판문점 귀순병' 오청성은 "북 젊은 세대는 사상적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신도 일찌감치 남한 영화·음악을 접하고 북을 벗어날 생각을 했지만
간부인 아버지의 기대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 주민이 우리 국민에게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귀순한 북 주민이 우리 국민에게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 이모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쥐고 있었다고 한다.
출발지가 함북인 만큼 국경 지대에서 서울 이모와 직접 통화한 뒤 탈북을 결심했을 수 있다.
귀순자 중 젊은 사람은 "한국 영화를 본 혐의로 처벌을 우려하는 상황이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
이번 귀순은 북한의 방치된 지방과 2030세대의 좌절이 더해진 결과일 수 있다.
▶해상 탈북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실패=사망'이기 때문이다.
▶해상 탈북은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실패=사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형편없는 조각배를 타고 800km 뱃길을 헤쳐 목숨을 건 항해를 했다.
김정은이 북 인구 10%인 평양과 핵폭탄만 쥐고 생존 게임을 벌이는 사이
나머지 90% 북한 주민은 몸부림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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