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6.12 03:16
몇 해 전 천안함 추모 배지를 만든 여고생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들은 영화 '연평해전'을 본 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릴 방법을 고민했다고 한다.
"위안부 할머니나 세월호 배지를 보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한 번 더 갖게 되는데,
천안함이나 연평해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상징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병 정모를 쓰고 흰색 정복을 입은 모습의 배지 디자인도 학생들이 직접 했다.
5개월여 뒤 이들이 판매 수익금 772만원을 해군 유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72란 숫자는 천안함 선체 번호 PCC-772에서 딴 것이다.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는 평택 서해수호관에는 매년 중·고교생 3만~5만명이 안보 견학을 온다.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는 평택 서해수호관에는 매년 중·고교생 3만~5만명이 안보 견학을 온다.
수호관 관계자는 "학생들은 처음에는 놀러 온 것처럼 장난치고 떠든다.
하지만 유가족들 영상과 전시물을 보고 설명을 듣고 나면 분위기가 확 바뀌어 숙연해진다"고 했다.
안보 현실을 깨닫고 생각이 깊어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한번 왔던 학생이 '천안함 괴담'을 얘기하는 학교 선생님을 모시고 다시 온 적도 있다고 한다.
![[만물상] 천안함 金군](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6/11/2019061103959_0.jpg)
▶어제 신문에는 천안함 추모 티셔츠를 팔아 모은 1000만원을 해군에 기부한 고교생 얘기가 실렸다.
충북 옥천고 3학년 김윤수군은 2017년 현충원에서 오열하는 천안함 전사자의 어린 자녀를 보고
도움이 되고자 티셔츠를 제작했다.
김군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티셔츠를 사주신 분들이 존경스럽다.
많은 분이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줘서 감동했다"고 했다.
그는 장래 희망도 군인으로 바꿨다고 한다.
▶지난달 청해부대 입항식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최종근 하사의 안장식 전날
한 고교생이 현충원에 찾아왔다.
이 학생은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한민국은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쓴 손편지와
100만원을 맡기고 갔다. 이 익명 고교생도 김윤수군이라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김군은 이전부터 천안함 재단에 수차례 기부를 해왔다.
일부에선 진학용 '스펙 쌓기'라는 시선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군은 "목숨 바쳐 대한민국을 지킨 분들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의무"라고 했다.
배지를 만든 여고생들도 '천안함 배지 만들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
"천안함이든 세월호든 똑같이 슬프고 기억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런 10대는 많은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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