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대한민국 좌파당·우파당의 조건 (김광일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6. 6. 16:31



[김광일의 입] 대한민국 좌파당·우파당의 조건


             
입력 2019.06.06 18:13 | 수정 2019.06.06 20:59


우리에게는 무슨 정당이 있을까.

민주당, 한국당, 바른당, 평화당, 정의당, 이런 당을 떠올리는가.
미국처럼 공화당, 민주당을 떠올리는가.
좌파 정당, 우파 정당으로 나눠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진보당, 환경당, 보수당, 이런 분류가 가능할까.

내가 정말로 지지하고 싶은 정당, 내 자식들한테도 권하고 싶은 정당은 어떤 정당일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좌파 정당이 없다.

진짜 좌파 정당이라면, 좌파의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외국인, 낙태, 동성애, 이 세 가지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국무위원인 장관 명단에 여성이 절반쯤 돼야 하고,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중 몇 명은 "나는 동성애자다" 이렇게 커밍아웃한 장관도 있어야 하고,
낙태는 물론 찬성해야 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그들이 내국인과 완전 동일하거나 내국인보다 우월한 대우를 받도록 해야 하고,
당 행사를 할 때 애국가 대신 인터내셔널가(歌)를 부르자는 당내 주장도 있어야 하고,
마르크스 흉상 하나쯤은 당사 입구에 세워 놓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좌파 정당이 없다.
좌파 정당인 양 행세를 한 정당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통일을 최우선적으로 지향한다면서 종북주의 정당으로 전락하거나,
평화를 외치면서 결국 문약(文弱)주의로 흘러버리거나,
양극화를 해소한다면서 결국 득표주의 정당으로 표변하거나,
노동자를 위한다면서 모든 사안에서 노조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굴복주의 정당이 돼 버리거나,
전임 대통령을 밟고 일어서야만 자신의 정치 기반이 마련되는, 실력 없는 보복주의 정당이 되거나,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 정당이거나,
집권 5년 동안 자기들끼리 한바탕 잘 먹고 잘 놀다 가는 ‘먹튀 정당’이거나,
싸구려 포퓰리즘 정당이거나 할 뿐이다.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국민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원한다.
첫째 모두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
둘째 북한이 감히 우리를 넘볼 수 없게 해줄 것, 이 두 가지다.

부국강병, 이것 말고 다른 것을 말하면 그들은 가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의미로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보수당도 없다.

영국의 한 저명한 보수주의자가 보수주의란 무엇인지 정의한 적이 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우리에게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
그것들을 부숴버리기는 쉬워도 그것을 만들어내기는 너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상식,
그것을 보수주의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보수주의 정당도 없다.
지금 우리를 있게 해준 가치 있는 것들,
자유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부국강병의 기틀,
이 두 가지를 마련해준 두 사람을 떠올리면 이승만박정희 두 대통령일 텐데,
제대로 된 보수주의 정당이라면 당사 입구에는 두 분 동상을 세워 놓아야 할 텐데,
누구 하나 그런 주장을 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반대쪽 정당이 나라와 국민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면,
소속 국회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온힘을 다해서 저항하고, 투쟁하고, 논리를 만들고,
자신의 지역구에 가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싸워야 할 텐데,
도무지 그런 열정이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편안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에 막말이나 던져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좌파 행세를 하는 당이 ‘좌파 독재’에 ‘강남 좌파’라면,
우파 행세를 하고 있는 당은 고생하는 응달을 싫어하고, 발에 흙 묻는 것 싫어하는 ‘웰빙 정당’이요,
정말 큰일이 벌어져서 국가의 서까래가 무너지려고 하는데도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이는 ‘모래알 정당’이요,
무엇이 그토록 무서운지 끝없이 눈알만 굴리면서 납작 엎드려 있는 ‘눈치 정당’일 뿐이다.

그들도 결국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한 득표주의 정당이요, 포퓰리즘 정당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하고 마음 둘 데가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6/20190606016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