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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153]셰익스피어 "오셀로" (서지문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19. 6. 4. 14:22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53]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쳤는데 쥐 한 마리가?


조선일보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          
    입력 2019.06.04 03:08

    셰익스피어 "오셀로"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9일 첫 재판에서 공소장에 대한 통탄을 토해 냈다.
    법관 생활 42년간 무수한 공소장과 씨름했을 그는
    자신을 기소하는 공소장의 부실함과 졸렬함에 우선 질린 듯하다.

    80명 넘는 검사가 8개월 넘는 수사 끝에 작성한 300쪽이 넘는,
    일국의 전 사법부 수장을 기소하는 공소장
    '법률가가 쓴 문서라기보다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조언을 받아 쓴 한 편의 소설' 같을진대
    제대로 된 심리와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공소장'(피고인이) 재판으로 온갖 거래 행위를 한 것처럼 줄거리를 전개하다가
    결론 부분에서는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으니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냈다'한다.
    공소장을 구할 수 없어서 읽어보지 못했으나,
    요즘 한국에서 '진실'이 얼마나 천대받는지를 알고,
    대부분 한국인의 논리 감각이나 언어 구사의 소홀함도 대충 알기 때문에 웬만큼 짐작은 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자기가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주었던 손수건을 자기의 부관 캐시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간통했다고 단정하고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인다.
    그 손수건은 악당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하녀인 자기 아내를 시켜 훔쳐내서 캐시오에게 주었던 것인데.

    위의 공소장 작성자들이 문서 작성 지시를 직권남용으로 비약시킨 것이 이 정도의 분별력 아닐까?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 검사들은
    3년 내에 진짜 '직권남용' 사실을 기소하는 공소장을 수도 없이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의 대통령 이하 삼부 고위 관리는 모조리 직권남용을 업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즉시 발표한,
    나라의 산업 생산과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협하는 탈원전 정책을 필두로
    실업자를 양산하고 자영업자를 질식시키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북핵 제거가 아니라 북핵 유지를 돕는 대북 정책,
    국비로 해외 순방하며 북한을 위한 구걸 외교로 국격 추락시키기,
    터무니없는 자격 미달자의 요직 임명으로 인한 국정 부실화,
    국고를 탕진하는 선심성 토목 사업과 퍼주기 복지,
    노조의 횡포를 조장하는 노동정책, 온갖 기업 고사 작전, 기타 무수한 기시행 조처들과 추진 중인 조처들이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머지않아 검사들의 실력 경연장이 펼쳐질 것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3/201906030302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