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와 개인택시 업계 간의 갈등은
이제 당사자들 간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 대표 벤처기업가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론을 벌일 정도다.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태도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멍하니 앉아 놓치고 있는 것은
이 사태의 본질이 단순히 '혁신 경제'와 '기득권'의 갈등이 아니라,
공유 경제와 기존 소유 기반 경제의 충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타다와 개인택시 업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정하는 갈림길일 수도 있다.
공유 경제는 나름의 한계가 분명한 성장 모델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는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던 2009년 탄생했다.
수십만명의 실직자들이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자기 차를 몰고 나왔기에 택시보다 싼 서비스가 가능했다.
값싼 노동력과 공짜로 제공되는 자본(자동차)이 없다면 성립하지 않는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우버 운전자들은 지금도 생활고에 시달린다.
얼마 전 상장한 우버의 시가총액은 80조원이 넘지만,
그 부(富)의 대부분은 우버 서비스를 만든 창업자들에게 돌아갔다.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이 아닌, 이를 중개하는 사람이 돈을 벌어가는 구조다.
자본주의 경제는 지금까지 '소유의 확대'를 통해 성장해 왔다.
경제 발전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집·차·건물·땅을 사고,
이를 통해 창출된 수요와 공급이 또다시 경제를 성장시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부가 쌓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소유의 확산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눈다.
공유 경제는 반대로 소유를 파괴하며 성장한다.
소유를 늘려가는 대신, 남의 것을 빌려 쓰는 것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그렇다고 여기 참여하는 사람들이 공유 경제로 창출된 부를 나눈다는 보장도 없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모텔 주인들이 에어비엔비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소유 기반의 경제 성장을 통해 쌓아온 자본(택시와 건물)의 가치가 공유 경제로 붕괴되고,
그 보상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기득권의 저항 이전에, 생산수단으로서 자신의 자본을 지키고자 하는 지극히 경제적 행동이다.
결국 공유와 소유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집과 차를 만들어 사고파는 것으로 창출되는 가치와,
이를 빌려주는 것으로 창출되는 가치를 잘 가늠해봐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허용하되, 그 이익이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기존 사업자와 공유 경제 참여자들 간에 분배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