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미국]성폭행 피해자도 낙태 금지…美 앨라배마주, 초보수적 낙태 금지법 도입

colorprom 2019. 5. 16. 14:54


성폭행 피해자도 낙태 금지앨라배마주, 초보수적 낙태 금지법 도입


             
입력 2019.05.16 11:43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州)의 케이 아이비 주지사가 15일(현지 시각)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전날 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낙태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미국 사회에 낙태 허용 여부와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이비 주지사는 이날 ‘앨라배마 인간 생명 보호법(the Alabama Human Life Protection Act)’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이 다수당인 앨라배마주 상원은 전날 찬성 25표, 반대 6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이비 주지사도 공화당원이다.

케이 아이비 미 앨라배마 주지사가 2019년 5월 15일 낙태금지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 앨라배마주지사 사무실
이 법은 임신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있을 때나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 치명적인 기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낙태를 금지한다. 민주당은 성폭행과 근친상간 피해자의 경우 낙태를 허용하도록 법안을 수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법안 수정 표결에서 이를 무력화시켰다.

법이 시행되면 낙태를 한 여성은 처벌받지 않는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만 처벌을 받는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낙태 시술 의사에게 앨라배마주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클래스 A 중범죄’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최고 징역 99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는 1급 살인범이나 1급 성폭행범 등에게 내려지는 형량과 같다.

낙태 찬성 쪽에서는 앨라배마주의 이 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남성이란 점도 논란이 됐다. 남성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해 온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의 시민단체들은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유명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가수 겸 배우 레이디 가가는 이날 트위터에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은 참담하다"며 "성폭행 피해자를 수술해주는 의사가 성폭행범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배우 밀라 요보비치도 트위터에 자신이 2년여 전 ‘응급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밝히며 "여성들이 경험이 많은 의사를 통해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또다시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법 때문에 여성들이 나보다 훨씬 나쁜 조건에서 낙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고도 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가디언
민주당 대권주자를 포함해 정치권에서도 이 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미 연방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법을 "여성의 삶과 근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켄터키, 미시시피, 오하이오, 조지아 등 보수 성향 주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잇따라 통과되면서 미국에서는 낙태 허용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다. 미국에선 1973년 연방대법원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로 여성의 낙태가 법적으로 허용됐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 기관 ‘퓨리서치’의 지난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태 권리를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8%로, 반대(37%)보다 많았다.

낙태 반대자들은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 제정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힐 기회가 생길지 주시하고 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5 대 4로 우위인 상황이다. 만약 앨라배마주의 낙태 금지법에 반대하는 낙태 찬성자들이 연방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보수 대법관들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초강력 낙태금지법 비난힐러리 "여성 삶에 대한 공격"

             
입력 2019.05.16 18:01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앨라배마주(州)에서 통과한 엄격한 낙태금지법에 대해 15일(현지 시각) "여성의 삶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앨라배마, 조지아, 오하이오, 켄터키, 미시시피 주에서의 낙태 금지법은 여성의 삶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 우리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019년 5월 8일 미국 하노버 다트머스 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미국 동남부 앨라배마주의 케이 아이비 주지사는 ‘앨라배마 인간 생명 보호법(the Alabama Human Life Protection Act)’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성폭행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낙태시술을 한 의사가 있다면 사실상 종신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밖에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는 태아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약 6주 이후의 낙태 금지, 인디애나주는 초기인 임신 3개월 후의 낙태 전면 금지 등을 적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 딸이나 손녀들이 우리보다 권리가 적은 미래를 물려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지자들에게 ‘프로초이스(낙태권 옹호)’ 후보들을 뽑아달라"고 독려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낙태금지법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상 권리다"라고 썼다. 커스틴 질리브랜드 뉴욕주 상원의원은 "여성을 상대로 한 전쟁"이라면서 "필사적으로 싸우자"고 주장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6/20190516026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