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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교통사고·살인사건… "갑자기 닥친 끔찍한 불행, 누구의 잘못인가요" (백수진 기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5. 8. 16:43

   

교통사고·살인사건… "갑자기 닥친 끔찍한 불행, 누구의 잘못인가요"


조선일보
                             
             
입력 2019.05.08 03:00

소설가 편혜영·권여선 신간
갑자기 찾아온 사건·사고로 무너지는 삶 공포스럽게 그려

예기치 못한 불운은 누구의 잘못일까.
어떤 삶은 왜 이유 없이 가혹할까.

최근 출간된 편혜영의 단편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와 권여선의 장편소설 '레몬'(창비)은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두 작품에선 갑작스러운 가족의 비극과 이후의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장편소설 '레몬'으로 돌아온 권여선(왼쪽)과 단편집 '소년이로'를 낸 편혜영.
장편소설 '레몬'으로 돌아온 권여선(왼쪽)과 단편집 '소년이로'를 낸 편혜영.
/문학동네·조선일보DB
'소년이로'는 미국 셜리잭슨상을 받으며 '한국형 서스펜스'를 보여준 소설가 편혜영의 단편집.

표제작인 '소년이로(少年易老)'는
병으로 쓰러져 온종일 침대에 누워 간신히 숨만 쉬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두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늙기 쉽다'는 뜻처럼 두 소년은 상실을 겪어내며 부쩍 늙어버린다.

편혜영
"수록된 소설들은 미성숙한 어른이 갑자기 맞닥뜨린 사건을 두고 던지는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우연한 사건·사고로 별수 없이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공포스럽게 그려냈다.
아파트 고층에서 떨어진 이불을 맞고 옴짝달싹 못하게 되거나('원더박스'),
전 재산을 투자한 친구의 회사가 유령회사로 드러난다('우리가 나란히').

작가는 "인간의 의도나 노력과 상관없이 속수무책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목격하면
도대체 이건 누구의 작정인가 해답 없는 질문을 끝없이 묻고 싶어진다"고 했다.

셜리잭슨상을 받은 장편 ''(2016)의 초기 버전인 단편 '식물 애호'도 실렸다.
심각한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불구가 된 40대 남성이 주인공.
그는 "이 시기에 유독 신체가 구속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끌렸다"면서
"질병으로 삶의 공간이 축소된 인물들이 무기력이나 낭패감을 잘 드러낼 수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애처로운 술꾼들의 이야기 '안녕 주정뱅이'(2016)로 동인문학상을 탄 작가 권여선
장편 '레몬'으로 추리 형식에 도전했다.

한·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2002년 19세 소녀 '해언'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어른이 되고 복수를 결심한 동생 '다언'과 주변 인물의 시선으로 살인 사건을 복기한다.

권여선은 "추리적인 요소를 도입하다 보니 일단 사건에 집중하고 전후 디테일을 짜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쓰다 보니 인물을 중시하는 원래 스타일대로 인물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게 됐다"고 했다.

추리소설처럼 누가 범인일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도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고통스럽게 파고든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동생
"죽었다 깨어나도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신을 믿을 수 있냐"며
신의 무지를 탓하게 된다.
작가는 "끔찍한 불행, 인간의 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신의 대답을 요구하게 된다"면서
"누군가는 신에게 '당신은 스스로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7/20190507037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