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4.27 03:01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싱글 몰트위스키를 원한다며 노래 부르던 후배들이 있습니다.
제 대답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대신 ‘빨간 소주’를 사주겠다고 했죠.
요즘 대세인 파란 뚜껑의 참이슬 후레쉬(17.0도)보다, 빨간 뚜껑의 ‘참이슬 오리지널’(20.1도)을 더 좋아합니다. 후배에게는 알코올 도수 면에서 싱글 몰트와 더 친하다고 꾀었죠.
이번 주 ‘아무튼, 주말’의 기획 중 하나가 5000원으로 오른 식당 소주값에 대한 분노지만,
이번 주 ‘아무튼, 주말’의 기획 중 하나가 5000원으로 오른 식당 소주값에 대한 분노지만,
이날 술자리의 후배가 분노한 대상은 따로 있었습니다.
소설가 A씨. 며칠 전 이 부부의 ‘졸혼’ 소식이 화제였죠.
후배에게는 사적인 인연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소싯적 춘천에서 다방(茶房)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A씨가 단골이었다는군요.
문제는 당시 이 무명작가가 다른 손님을 도망가게 하는 기행(奇行)의 소유자였다는 것.
목욕탕에서 이태리타월로 해야 할 일을 중인환시리에 맨손으로 했답니다.
예전에는 예술가의 낭만적 기행에 관대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유효 기간을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예전에는 예술가의 낭만적 기행에 관대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유효 기간을 지난 것처럼 보입니다.
졸혼에 이른 과정을 털어놓은 작가의 아내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44년 결혼생활을 ‘전부 좋았고, 전부 지겨웠다’라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압축하고 있더군요.
누구도 타인의 인생과 결혼생활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타인의 인생과 결혼생활을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짧지 않은 인터뷰에서 시선을 붙든 대목이 또 하나 있습니다.
아내는 이혼을 원해 법원에 서류를 제출했는데, 남편이 결사반대해 졸혼으로 타협을 봤다는 것.
졸혼은 말 그대로 결혼생활의 졸업입니다. 하지만 법률적 이혼은 아니죠.
졸혼은 말 그대로 결혼생활의 졸업입니다. 하지만 법률적 이혼은 아니죠.
폼 나게 정의하면 상대방 삶에 관여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의미지만,
쿨해 보이는 화장을 벗기면, 남성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혼은 재산분할이 가능하지만, 졸혼은 안 그래도 되니까요.
인터뷰에 보면 A씨는 그녀에게 생활비로 월 1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는군요.
40년 넘게 ‘모시고’ 살았다는데…. 여성 후배는 그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이더군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거창한 대의명분이나 공허한 정의를 밖에서 외치기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고 살아야겠다고.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 선후배에게 말입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시간과 돈을 누구에게 쓰는지 보면, 그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알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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