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4.25 03:16
2009년 한·미 FTA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치할 때다.
상임위 상정을 막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은 아침부터 회의장 앞을 지켰다.
외통위원장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몇 명은 집으로 달려갔다.
국회법에 의장이 의장석에 못 앉으면 의안 처리를 못 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회의장 봉쇄 작전은 실패했다.
위원장은 이미 전날 저녁 회의실에 들어와 침낭 속에서 밤을 보냈다.
▶과거엔 법안을 처리하려는 다수당과 막으려는 소수당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연례행사였다.
▶과거엔 법안을 처리하려는 다수당과 막으려는 소수당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연례행사였다.
그 과정에서 각종 꼼수가 난무했다.
로프로 의원들끼리 몸을 묶어 단상을 둘러싸고 의사봉을 감췄다.
이를 뚫기 위해 속기사 통로로 본회의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선진화법 이후엔 그런 장면을 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번에 민주당 등 4당이 한국당 반대 속에 공수처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원을 '사·보임(辭·補任)'시키는 꼼수를 다시 선보였다.
여야 합의 없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면 상임위에서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하다.
18명 사개특위에서 11명인데 '민주 8+바른미래 2+평화 1명'이라 한 명만 이탈해도 안 된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반대하자 지도부가 그를 빼내고 다른 의원을 넣는 사·보임을 한 것이다.
한국당은 '임시회 때는 사·보임을 할 수 없다'는 국회법을 들어 안 된다고 했지만
여권은 '부득이한 사유엔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들어 가능하다고 했다.
▶의원 사·보임은 교섭단체 대표가 하지만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의원 사·보임은 교섭단체 대표가 하지만 국회의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당 의원들이 의장실로 달려간 이유다.
과거 급히 의원을 사·보임해 법안을 처리했다가 의장 허가를 받는 데 걸린 시간 때문에
표결이 무효가 된 적도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의장에게 "허가해선 안 된다"며 시위하는 과정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여성 의원 성희롱 논란도 벌어졌다.
다시 '동물국회'로 돌아간 듯했다.
▶사·보임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원 꿔주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사·보임 논란을 보면서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원 꿔주기'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김대중·김종필 공동 정권하에서 자민련이 총선에서 17석만 얻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을 못 채우자 민주당 의원 3명이 자민련으로 이적했다.
자민련 강창희 의원이 반발하자 JP는 강 의원을 제명하는 초강수를 둔 뒤 민주당에서 한 명을 더 꿔왔다.
'17+3-1+1'이란 과정을 거쳐 20이란 숫자가 만들어졌고
여권은 DJP 공조 복원에 흐뭇해했지만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사·보임 꼼수'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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