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골프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여자 선수 중에 100㎏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스쾃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정도 다리 근력이 없으면 버텨낼 수 없는 것이 골프 경기다. 게리 플레이어 이후 골프 선수들에게 근력 운동은 필수 항목이 됐다. 나이가 들면 근육도 감소하고 근력도 떨어진다는 것이 의학 상식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냐'고 묻는 운동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4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컵을 다시 안은 타이거 우즈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우즈의 몸은 전성기 때와 다를 바 없었고 그의 스윙 스피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실 우즈만이 아니다. 2009년 환갑 나이였던 톰 왓슨도 브리티시 오픈 우승 문턱까지 갔다. 아들뻘 선수와 경쟁하다가 막판에 우승을 놓치긴 했지만 그때 갤러리들은 우승자가 아니라 왓슨에게 관심과 존경을 표했다. 필 미켈슨도 마흔아홉 나이에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날리며 해마다 우승 목록을 추가하고 있다. 쉰아홉 살 줄리 잉크스터, 쉰여섯 로라 데이비스도 LPGA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들은 20~30대 선수들과 경쟁하려고 근력 운동과 식이요법에 특히 공을 들인다고 한다.
▶우즈에게 지난 10년은 불륜·이혼·약물 같은 스캔들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게다가 잦은 부상과 치료가 겹치면서 그는 '왕년의 골프 스타'로 잊혀가는 듯했다. 우즈의 재기를 기다리던 팬들도 그가 마흔을 넘기면서는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우즈가 마흔넷의 나이에 다시 세계 최고에 올랐다. 나이는 숫자다.
▶우즈는 마지막 라운드 내내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와 함께 선두 그룹에 있던 20~30대 선수들은 한 타 한 타 칠 때마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났다. 우즈는 마지막 퍼트로 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야 옛날 보았던 '호랑이 포효'를 한 뒤 활짝 웃었다. 어떤 경우에도 심박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마인드 컨트롤 훈련이 돼 있어야 경기 내내 무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우즈는 우승 뒤 인터뷰에서 "냉정함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 결정적 승리 요인"이라고 했다. 이 마인드 컨트롤 역시 나이가 들수록 유리할 수 있다.
▶우즈의 '몰락'은 모든 승자에게 경종을 울렸지만, 그의 '부활'은 모든 '나이 든 이들'에게 격려를 준다. 그리고 앞으로 쉰 살이 넘은 제2, 제3의 우즈가 등장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