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히데코 할머니 (주희 이사, 조선일보)

colorprom 2019. 4. 8. 14:30




[일사일언] 히데코 할머니


조선일보
                             
  • 주희·엣나인필름 기획 마케팅 총괄이사
    •          
    입력 2019.04.08 03:00

    주희·엣나인필름 기획 마케팅 총괄이사
    주희·엣나인필름 기획 마케팅 총괄이사

    영화 '인생후르츠'와는 지난해 초 처음 만났다.
    일본 출장을 가면 '미니 시어터'를 탐방하는 일이 많은데,
    나카노에 있는 작은 영화관에서 '인생후르츠'를 본 것이다.

    90세 건축가 슈이치 할아버지와 87세 히데코 할머니의 삶은
    불안한 미래와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던 내게 해답을 주었다.
    87세 히데코 할머니는 왜 그리 매력적인지.
    영화를 보자마자 일본 세일즈사에 연락했고, 바로 계약했다.

    65년. 혼자 산 날보다 같이 산 날이 더 긴 노부부는
    민둥산에 도토리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과일나무와 채소를 일구며 '슬로 라이프'를 살아간다.
    비옥한 땅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낙엽으로 비료를 만들고,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며 무료로 정신과 클리닉 건물을 설계해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초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낮잠을 자던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홀로 남겨둔 채 생을 마감한다.

    작년 12월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유명한 감독도 배우도 없는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극장가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관객은 배가 되었고 상영관도 점차 늘었다.
    낮 시간대 50~70대 시니어 관객이 몰렸고, 20~30대 반응도 뜨거웠다.
    지금까지 7만명 가까운 관객이 봤다.
    해외 다큐 영화 역대 6위!

    '차근차근 천천히' 자기 생각을 실천한 노부부의 삶이 울림을 준 것이리라.

    칼럼 관련 일러스트
    며칠 전 일본 제작사로부터 히데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 이외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해서
    감독도 제작사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한참 지나서야 부고를 들었다고 한다.

    '아, 히데코 할머니답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지만,
    동시에 '할머니가 천국에서 할아버지와 재회했겠지' 하는 생각에 안도감도 느꼈다.
    조만간 고조지 뉴타운의 히데코 할머니 댁에 가봐야겠다.
    그 집 앞 도토리나무 앞을 서성이면, 할머니가 환히 웃으시며 내려다보시겠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8/20190408001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