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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국, 궁중史劇 금지령 (이길성 특파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30. 15:14



권력투쟁 연상될라중국, 궁중史劇 금지령


조선일보
                             
             
입력 2019.03.30 03:00

"역사 희화화·왜곡 안된다" 특명, 관영매체는 '사극 5죄상' 나열
사상 통제 더 강화하려는 시도드라마 업계 완전히 얼어붙어

중국 사극 드라마 '연희공략'

작년 여름 사극 2편이 중국 대륙을 사로잡았다.

7월 온라인 동영상 앱 아이치이(愛奇藝)를 통해 처음 방영된 '연희공략(延禧攻略·사진)'은

건륭제 때 한 소녀가 궁녀였던 언니의 죽음을 계기로 자금성에 들어간 뒤

온갖 음모와 계략을 뚫고 황귀비에 오른다는 70부작 드라마다.

한국으로 치면 사극 '장희빈'과 '대장금'을 합친 듯한 내용이다.

방송 이후 하루 최고 재생 수 5억3000만 회, 총재생 수 150억 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인터넷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각 지방 TV에서도 앞다투어 방송했다.

8월에는 텐센트 동영상 사이트가 '여의전(如懿傳)'이라는 사극 드라마를 선보였다.

역시 건륭제 시기를 배경으로 황후 여의의 인생사를 다룬 87부작이다.

여의전도 총재생 수 150억 회를 넘겼다.


두 사극만으로 도합 300억 회라는 천문학적인 동영상 재생 수를 기록했다.

두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궁녀들의 암투와 음모를 축으로 화려한 복식과 영상미를 곁들여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극의 흥행에 자극받은 중국 드라마 업계엔 사극 제작 붐이 일었다.

그로부터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 중국 TV와 온라인에선 사극이 얼어붙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최근 모든 장르의 사극에 대해

'신작은 6월까지 방영 불가, 이미 공개된 작품은 동영상 사이트의 추천 목록에서 제외'라는

사극 금지령, 이른바 한고령(限古令)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초강력 한고령에 여론의 반발이 거세자 2~3일 전부터는

"광전총국이 3대 동영상 사이트 관계자를 불러 '4월부터 한고령을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한령(限韓令·한국산 문화 콘텐츠 금지)을 내려놓고도 시치미를 뚝 뗐던

광전총국은 이번에도 관련 보도들에 확인도 부인도 않은 채 침묵 중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사극, 특히 궁중 사극을 못마땅해한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작년 연희공략여의전 신드롬이 일 때도 광전총국

"오락성을 위해 역사를 마음대로 희화화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적 허무주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 업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건 지난 1월이었다.

관영 매체인 베이징일보'연희공략과 여의전의 5대 죄상'이라는 살벌한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드라마가 황족생활 추종, 사치향락 조장, 건전한 정신 약화, 사회 분위기 악화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저장위성TV와 산둥TV 등은 방영 중이던 연희공략을 즉시 다른 프로로 교체했다.

'백사의 전설' 등 사극 신작들의 방영도 줄줄이 미뤄졌다.

그러다 결국 이달 들어 사상 최강 한고령 하달 소식이 폭로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고령의 배경을 두고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관변 평론가들

"성공을 위해 꼼수와 악랄한 방법을 쓴다는 일부 사극의 줄거리는 현대 중국의 도덕적 타락을 조장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의 이미지를 비틀어 청소년들이 허구를 진짜로 믿게 하는 등 악영향을 준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사극이 그리는 노골적인 궁중 암투가 중난하이(中南海·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의 집무실·관저가 있는 곳)

내부의 권력 투쟁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대중문화 전문가

"중국 공산당은 대중문화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를 강화하고

해외 문화의 침투와 범람을 막기 위한 선전·선동,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며

"특히 시진핑 정권 들어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정권은 대중이 중국 특색 사회주의 가치관으로부터 한눈을 파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광전총국이 전국 5만여 영화관 중 약 10%인 5000곳을 지정해

공산당 선전용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운용하기로 하고,

한오령(限娛令·황금시간대 오락물 금지), 한수령(限酬令·연예인 고액 출연료 금지) 등을 통해

대중문화 업계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일은 전임 정권에선 볼 수 없었던 일들이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인 올해 대중문화에 대한 사상적 통제와 대중문화 옥죄기는

더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30/20190330001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