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김윤식 (1936~2018) (어수웅 부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25. 14:25



[태평로] 김윤식의 기부, 그의 克日


조선일보
                             
             
입력 2019.03.25 03:15

日 기업에 전범 딱지 붙이기, '검은 머리 매국' 운운 보며
진정한 극일 꿈꿨던 한국 문학 산증인 떠올라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어수웅 주말뉴스부장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윤식(1936~ 2018)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이 재산 30억원을 기부했다.

자식도 없이 읽고 썼던 삶. 유족이라고 해 봐야 팔순 넘은 아내 가정혜 여사가 전부다.

먼저 간 남편의 뜻을 헤아려 부부가 평생 모은 돈을 새로 짓는 국립한국문학관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몇 년 전 선생이 정정하던 시절 우표 붙은 그의 육필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구구절절은 괄호 속에 넣고, 200자 원고지에 손으로 눌러 적은 내용 중 이런 대목이 있다.

'강아지라도 길러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소.'

편지 며칠 전 기자는 그의 신간 서평을 지면에 썼다. 책 제목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

사실 새 책이 나왔기로서니 '김윤식의 신간' 그 자체는 뉴스가 아니다.

김 교수는 동사 '읽다'와 '쓰다'의 주어로 불릴 만큼 한국 지성사에서 유례 드문 다산(多産)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200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 리스트. 심지어 쓴 책의 머리말만 따로 묶어 책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낯설었다.

실증적 연구나 엄정한 비평을 위주로 한 다른 책들과 달리

어떤 비감(悲感)까지도 여과 없이 드러낸 1인칭 주어의 고백록이었다.

일종의 '사상적 자서전'이라고나 할까.

800쪽 넘는 '벽돌' 두께의 책은 1970년의 어떤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해 34세였던 서울대의 젊은 조교수 김윤식

하버드 옌칭 연구비를 지원받아 일본 도쿄대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주제는 '한국 근대 문학에 미친 일본 문학의 영향'.

국립대학의 젊은 교수는 고백한다.

그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식민지 사관의 극복이었다고.

하지만 곧 열패감에 빠졌다고 했다.

아무리 이광수의 서재와 염상섭의 생활기록부를 도쿄교토 땅에서 뒤지고 다니더라도

결국 이들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들이더라는 것.

상심에 빠진 한국 학자를 구원한 사람 중 한 명이 일본 문학평론가 에토 준(1933~1999)이었다.

이 나라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연구로

일본 제1의 문예비평가라는 최상급 경칭을 얻은 학자.

그리고 김윤식은 확인한다.

거칠게 압축하면 천하의 소세키 역시 평지 돌출은 아니더라는 것.


일본 문부성 해외 장학생 1호였던 소세키영국 유학을 통해 근대의 세례를 받았고,

에토 준 역시 그 기원을 찾아 소세키가 유학했던 빅토리아조의 런던 밤거리를 헤매고 다녔던 것이다.

일본은 그렇게 근대를 이식했고, 한국 역시 그렇게 근대를 시작했다.


이후 김윤식의 지적 여정은 열패감을 극복하고

한국 문학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노력과 실천으로 요약된다.

200권의 리스트는 그 결과인 셈이다.

엊그제의 기부가 계기였지만 몇 년 전 선생의 편지와 고백이 떠오른 이유는

결국 최근 논란이 됐던 '관제 민족주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일본 제품 전범 스티커 붙이기

민주당 대변인의 한국인 블룸버그 기자에 대한 '검은 머리 매국' 운운….

일회성 카타르시스라면 모르겠지만,

이런 부정적 딱지 붙이기는 결국 열등감 혹은 사대주의를 비추는 무의식의 거울일 따름이다.

다시 편지의 '강아지'로 돌아온다.


에토 준과의 만남에서 김윤식은 "글쓰기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일본 학자의 선문답 같은 대답은 "강아지라도 길러보라."

역시 자식 없이 평생을 썼지만 강아지 한 마리는 옆에 뒀던 세 살 위 선배의 유머이자 충고였을까.

김윤식은 그 당부도 마다한 채 평생을 읽고 쓰며 한국 문학의 증인으로 남았다.

선생다운 삶이자 극일(克日)이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4/2019032402444.html



유재호(jad****)모바일에서 작성2019.03.2513:34:41신고
진정한 극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인경(iki****)2019.03.2511:17:49신고
후진하는 종북세력이 보수에게 대항할 건덕지가 친일파라는 타이틀로 이간질해대는 이유도
독립항전에 투혼을 기울였으나 공산당이념에 빠진 투사들을 독립유공자로 높이 기리기 위해 수법
아니겠는가?? 6.25전쟁이후 지금까지 노리고 있는 남침에 대한 경계를 먼저 무너뜨리고
한민족이라는 피눈물어린 인심으로 국고까지 활짝 열어댄 종북정권이 보여준 평화쑈들은
국민을 향해 정치이념까지 바꾸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겠다는 엄연한 반역행위가 아닌가
설현욱(se****)2019.03.2511:09:14신고
..거칠게 압축하면 천하의 소세키 역시 평지 돌출은 아니더라는 것.
일본 문부성 해외 장학생 1호였던 소세키는 영국 유학을 통해 근대의 세례를 받았고..
일본은 그렇게 근대를 이식했고, 한국 역시 그렇게 근대를 시작했다--
내가 어제 댓글을 썼었던 주제.. 일본이 뭔데 그렇게 made in japan 얘기를 하냐는 얘기..
최인숙(ci****)2019.03.2510:43:53신고
잘 쓴 기사 글입니다.
재미있고 진지하게, 빈깡통 같은 現좌파 정부의 어리석음 까지 따끔하게 지적한 글로,
아주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김경수(ksk****)모바일에서 작성2019.03.2510:43:03신고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힘센 국가가 약한 국가를 탈취했다.
대부분 과학과 현대문명은 서양에서 나왔다.
일본은 서양에서 문물을 일찍 받아들였다.
결국 극일하는 방법은 서양과 일본의 배워야할 점을 받아들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시기심을 갖되 원한은 배제하자. 남을 미워하면 결국 자신을 해친다고 하지 않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4/2019032402444.html



김윤식 교수 유족, 한국문학관에 30억 기증


조선일보
                             
             
입력 2019.03.22 03:49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1세대 문학평론가였던 고(故) 김윤식〈사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이

재산 30억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증했다. 김 교수는 작년 10월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문예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유족과 재산 기증을 위한 약정식을 마쳤다"면서

"한국 근대 문학 연구를 위해 써달라는 유족의 뜻에 따라 문학계 전반의 발전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립을 추진 중인 국립한국문학관에 지정 기부하는 형태로 이뤄졌 다.

문학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국립한국문학관은 2022년 말 서울 은평구 기자촌에 개관할 예정이다.

김 교수가 생전에 소장한 희귀 서적 등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도 함께 기증됐다.

김 교수는 국문학 연구의 대가로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했으며

작가, 문학평론가, 국문학자 등 수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2/20190322003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