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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다자이 오사무, ;사양(斜陽)' (장석주 시인,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14. 19:40

   

[장석주의 사물극장] [89] 다자이 오사무와 '묘비의 앵두'


조선일보
                             
  • 장석주 시인·문학평론가
    •          
    입력 2019.03.14 03:10

    칼럼 관련 일러스트

    20대 때 신구문화사판 '전후세계문학전집'에서 '사양(斜陽)'을 읽고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이름을 알았다.

    패전 뒤 일본 사회를 덮친 미묘한 허무주의를 섬세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었다.


    미시마 유키오도 '사양'을 두고 '멸망에 대한 서사시'라고 상찬했다.

    하지만 나중에 작가의 병적인 의지박약과 자폐 성향, 늘 징징거리는 태도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적어도 그 절반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 같은 규칙적인 생활로 치유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자이는 일본 아오모리(靑森)현에서 대지주의 7남 4녀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른 명이 넘는 대가족 속에서 소외된 채 유모의 손에서 자라났다.

    도쿄대학 불문과를 중퇴하고 1930년대 '무뢰파(無賴派)'의 중심 작가로 활동했다.

    여러 차례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지만 세간에 떠도는 '사생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로 인해

    수상에는 실패했다.

    다자이의 생은 퇴폐와 방탕으로 얼룩졌다.

    일찍이 유흥가에 드나들며 기생들과 방종한 연애에 빠졌다.

    도무지 돈 버는 재주가 없는 생활 무능력자였다.

    집안 돈을 쓰다가 돈이 떨어지면 여기저기 손을 내미는 비굴한 편지를 썼다.

    난봉꾼과 마약쟁이로 산 이력과 작품 속 염세주의에 빠진 '자멸파'의 세계는 하나로 겹쳐진다.

    그가 수치스럽다고 가문에서는 의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다자이는 1948년 6월 13일 도쿄의 한 강에 애인과 투신했다 .

    엿새 뒤 다자이의 39세 생일날에 시신이 떠올랐다.

    다섯 차례 이상의 자살 기도, 약물 중독과 정신병원을 드나들며 너덜너덜해진 생을 마감했다.

    다자이가 죽은 뒤 '인간실격'이 일본에서만 1000만 부가 팔려나갔다.

    6월은 일본의 앵두 철이다.

    다자이의 기일(忌日)에 맞춰

    묘소에 모인 독자들이 빨간 앵두를 묘비의 홈을 따라 빼꼭하게 꽂아 장식한다고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3/201903130337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