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암스테르담]런던의 불행은 암스테르담의 행복 (손진석 특파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5. 19:08



런던의 불행은 암스테르담의 행복


조선일보
                             
              
입력 2019.03.05 03:01

브렉시트 반사효과로 작년 외국기업 153개와 1만5000명 들어와

올해 서른 살인 영국인 마이클 스피드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자다.
영국 서부 도시 카디프에서 프랑스인 동업자와 함께 일하던 스피드는
작년 10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으로 동업자와 함께 이사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동업자가 영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스피드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문화생활 즐기기에 좋고 기술 산업이 발달한 곳이라 암스테르담에 끌렸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브렉시트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곳으로 떠올랐다.
영국을 떠나는 기업과 개인들이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드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럽에 새로 투자하려는 기업들도 런던 대신 암스테르담에 둥지를 틀고 있다.
최근 암스테르담시(市)는 작년 한 해 모두 153개 외국 기업을 유치했으며,
이 회사들이 만들어낸 일자리가 7200에 달한다고 밝혔다.

BBC는 그중 42개사가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영국에서 이사 간 기업들이라고 집계했다.

파나소닉이 작년 10월 런던에 있던 유럽 본사를 암스테르담으로 옮겨왔고

소니 역시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다국적 미디어 기업인 디스커버리 채널도 런던 법인을 암스테르담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EU 산하기구인 유럽의약청(EMA)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하면서 직원 900명도 함께 이사 왔다. 전 세계 의약품 전문가들이 EMA를 방문하면서

암스테르담이 얻는 경제적 이득은 모두 15억유로(약 1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스테르담시는 브렉시트로 향후 3년 안에 2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폴리티코는 "작년 한 해에만 15000명의 외국인이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고 보도했다.

기업과 인재가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생활수준이 높고, 첨단 산업이 발달했다.

전통적으로 무역으로 성장한 나라의 수도라는 점에서 외국인에게 호의적이고 규제가 적은 것도 강점이다.

유럽 각지로 이동하기 수월하다는 지리적 이점에서 아일랜드 더블린보다 낫고,

영어가 잘 통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파리에 앞서고 있다.

그렇다고 브렉시트 반사 이익이 기존에 갖춰진 조건으로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우도 콕 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브렉시트 전담 대응팀을 가동하면서

적극적으로 기업과 인재 유치에 나선 것이 효과를 봤다.

이 전담팀은 특히 EMA가 이전할 때 큰 역할을 했다.

EMA 직원들에게 일대일로 붙어서 의료보험 가입과 자녀의 국제학교 전학 문제까지 알아봐줬다.

암스테르담런던의 최대 강점인 금융산업을 키워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게 대비한 것도 주효했다.

이달 중순 하루 2000억유로(약 255조원)에 달하는

환매조건부채권(일정 기간 이후 되사주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거래하는 시스템인 '브로커텍'이

근거지를 런던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옮길 예정이다.

런던증권거래소가 거느리고 있는 대체거래시스템(상장 기능 없이 낮은 수수료로 주식 거래만 하는 체계)인 터퀴즈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금융 당국은 암스테르담 등에서 사업 허가를 얻고 싶어 하는 150개 해외 금융회사들과

개별 상담을 했다.

암스테르담브렉시트로 이익만 얻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영국미국, 독일에 이은 3위의 무역 상대국이다.

특히 '노딜(no deal)' 브렉시트의 경우

네덜란드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인 화훼산업이 결정타를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은 꽃을 실은 트럭을 페리에 태워 몇 시간 만에 영국에 내다 팔고 있지만

수출입 통관 절차가 생기면 항구에서 대기하는 동안 꽃이 시들어버린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 들어 브렉시트의 충격에 기업들이 대비해야 한다는 캠페인 광고를 라디오에 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5/20190305001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