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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북한]표도르 째르치즈스키, '김일성 이전의 북한' (이한수 차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9. 3. 5. 16:36



[동서남북] B급 옹호하는 B급들


조선일보
                             
             
입력 2019.03.05 03:15

좌우 아닌 A급·B급이냐 중요… 北, 주민이 지도자 못 뽑는 B급
B급 체제를 B급이라 말하면 '색깔론' '친일 잔재'인가

이한수 문화부 차장
이한수 문화부 차장


이준익 영화감독이 10여 년 전 조선일보 본사에서 한 강연을 들은 적 있다.
영화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넘은 때였다.
이 감독은 영화 플롯에 대해 "비주류가 주류를 조롱하고, 주류가 비주류를 부러워하는 얘기"라고 했다.
질문 시간에 손을 들었다.
"주류에도 비주류에도 A급과 B급이 있다.
영화에서 A급 비주류인 주인공 광대가 B급 주류인 연산군을 조롱하는 게 정당한 싸움인가."

비주류라고 무조건 선(善)이 아니고 주류라고 모두 악(惡)이 아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주류든 비주류든, 진보든 보수든 A급이 있고 B급이 있다.
좌파라서 또는 우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B급이라서 문제다.
'왕의 남자' 주인공이 A급 세종을 상대했다면 플롯을 바꿔야 했을 것이다.

미·북 하노이 회담 과정을 보면서 다시 A급, B급을 떠올렸다.
국가에 등급을 매긴다면 북한은 B급에도 속하지 못한다.
세계 최하위권 경제 수준 때문만 아니다. 정치 체제가 B급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북쪽에서 태어난 주민은 5000년 역사상 한 번도 제 손으로 지도자를 뽑은 적이 없다.
100년 전 3·1운동으로 세운 임시정부가 헌장(憲章) 제1조에서 선포한 민주공화제에서만 이뤄졌다.

해방 직후에도 정치적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젊은 러시아 학자 표도르 째르치즈스키는 지난해 낸 책 '김일성 이전의 북한'(한울)에서
"해방 전후부터 김일성이 주민 앞에 나타난 1945년 10월 14일까지 두 달간
북조선에는 독립된 정당과 매체가 많이 있었다"면서
"이 짧은 기간 동안 북조선은 조선인의 것이었다.
이 시기는 북한 역사상 유일한 시기였다"고 썼다.

소련군 대위 출신 김일성스탈린 지원을 받아 전쟁을 일으키고 정적을 무자비하게 숙청하면서
정치적 자유는 완전히 사라졌다.
김일성이 만든 B급 체제는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7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빨갱이'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다. B급이라서 문제다.
유럽 사회주의 같은 A급이라면 문제없다.
베트남처럼 공산당 중심이라도 지도부가 바뀌는 체제라면 그나마 괜찮다.
이 주민 자유선거로 미래를 실현할 지도자를 정기적으로 선출하는 체제였다면
지금처럼 B급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 B급을 옹호하지 못해 안달인 분들이 꽤 있다. 현 정권 쪽에 특히 많다.
"열차 이동은 탁월한 선택" "담배 피우는 모습이 인간적" "(고생하는 모습이) 좀 짠하더라"고
B급 지도자에게 애정을 고백하는 것쯤이야 독특한 취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B급을 B급이라 말하는 것에 대해 '대결적 태도' '증오 정치'라고 비난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연민은 북 주민에게 느껴야 옳다.
B급 지도자의 '빈손 귀국'은 주민 복리(福利)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다가 맞은 파국이었다.
회담 결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북 주민이다.
어느 친(親)정부 인사는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재를 뿌렸다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은 언제나 옳다는 식이다.

B급을 옹호하는 일이 스스로를 B급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모른다.
B급을 B급이라고 비판하면 악으로 규정한다.
'변형된 색깔론' '청산해야 할 친일 잔재'라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준익 감독 영화는 전보다 더 깊어졌다.
영화 '사도'에서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는 선과 악으로 쉽게 나뉘지 않는다.
당연히 필자의 질문 때문은 아닐 것이다.
B급을 조롱하는 감독 영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A급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4/2019030403444.html


정세현 “볼턴 재수 없는 사람...인디언 죽이는 백인 기병대장 생각나"


             
입력 2019.03.05 11:24 | 수정 2019.03.05 12:31

"美가 밀가루 줘서 좋아해…벼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평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결렬된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때문"이라며
"볼턴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사람(볼턴)을 보면 인디언 영화에 나오는,
인디언을 죽이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잘 했다고 하는 백인 기병대장이 생각난다"는 말도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민평련 전문가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전 장관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지난달 28일 미⋅북) 확대 정상회담 사진이 나오는 데 난데 없이 볼턴이 앉아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간담회에는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설훈·원혜영·이인영·인재근 등 민주당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통일부장관을 지냈다.

정 전 장관은

"제가 통일부 장관이던 2002년 7월, 당시 미 국무부 차관이던 볼턴

북한이 별도의 장소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증거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케도(KEDO·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인데

이것을 중단시키려는 저의를 갖고 핑계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사람 헛꿈 꾸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케도북한이 흑연감속형 원자로 2기를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1000M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는 사업이다.

전 장관은 또 "(북한이) 저농축 연료봉을 만드는 것도 고농축이라고 (볼턴이) 우기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을 홀려서 ‘(북한은) 나쁜 놈들’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계산 같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뒤 기자회견에서 ‘영변 외 핵시설’ 존재를 언급했다.

전 장관은 트럼프가 언급한 ‘영변 외 핵시설’이 강선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일 것이란 일부 보도와 관련, "강선은 작년 6월에 나온 이야기다. 구문(舊聞)으로 분위기를 반전하고 여론을 역류시키는 앞잡이가 볼턴인데 판 깨놓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고 했다. 그는

"(볼턴이) 이번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탁을 받은 것 같다"며

"(볼턴이) ‘웜비어 사건’ 이야기를 꺼내며 (일본인) 납치문제도 이야기했을 거다.

김정은이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판이 깨졌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확대 정상회담에 존 볼턴(왼쪽 첫 번째) 백악관 NSC 보좌관이 참석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다른 원인으로는
정상회담 기간 중에 미국 하원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들었다.
그는 "코언 청문회가 뉴스 헤드라인을 덮는 것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북한과의 합의를 미국에) 들고 가봐야 소용없다. (27일) 밤 사이 심경이 변해서
이번에는 (합의를) 못하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상회담이 끝날 때 김정은이) 환히 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사정 때문에 미뤄놓고 나중에 만나자, 나무 걱정하지 말아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런 표정이 안 나온다"며
"(합의문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데, 코언 청문회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게 속상한 나머지 ‘노딜’로 만들었다. 이후 헤드라인은 ‘하노이 회담 결렬’로 나갔다.
TV 토크쇼를 했던 사람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감각이 있다"고 했다.

전 장관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화(平和)라는 글자를 생각해야 한다. 고를 평(平)자에 벼 화(禾)자에 입 구(口)다.
벼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게 평화다. 어려울 때 안 도와주면 아는 척도 안 한다"며
"서독도 20년간 1044억마르크어치를 동독에 현물로 지원해 민심이 서쪽으로 넘어왔고,
그 민심이 1989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이어 "6·25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우리에게 밀가루와 옥수수, 분유, 쌀을 줬다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더 고마운 게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때 미국을 좋아해서 기병대가 인디언을 죽이면 박수를 쳤다"며
"우리가 먹을 것 때문에 미국을 좋아하게 된 원리는 남북 관계에서도 불변의 진리"라고 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주식 을 전량 매도했다"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매력적인 투자처로 한반도를 꼽았다. 이에 대해 전 장관은
"미국 자본과 짐 로저스북한에 들어가면 우리 자본은 새 발의 피"라며
"북한 경제가 미국화, 일본화되거나 중국에 예속되면 통일이 물 건너 간다.
노골적으로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게 돼야 긴장이 완화되고 통일을 위한 정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5/2019030501083.html